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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병폐(病弊)와 적폐(積弊) 현상들이 하나 둘씩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윤에만 눈 먼 기업의 탈법·위법에서부터 규정이나 원칙을 무시한 이 사회의 적나라한 환부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공무원들과 세월호 선사와의 유착 관계는 ‘관피아’ 파문으로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관피아’는 퇴직 후 관련 기관이나 기업에 재취업해 요직을 독점하면서 고액의 급여혜택을 받고 정부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이른바 얼굴마담으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전직 공무원들을 통칭한다. 각종 언론매체는 물론 대중들의 입에서도 ‘관피아’는 쉴 새 없이 거론됐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날카로운 칼을 빼들었다. 공무원과 기업 간의 유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주류업계 최강자로 불리는 ‘하이트진로’가 국민적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해 있는 ‘관피아’와 깊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거론돼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관피아 중에서도 가장 막강하다는 이른바 ‘세피아 논란’이 그것이다. 논란은 하이트진로가 병마개 제조업체 ‘세왕금속공업’에 최대주주로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직 고위직 세무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손꼽혀 왔다. 게다가 하이트진로의 병마개 매입 비중이 최대주주로 있는 세왕금속공업이 아닌 다른 업체가 더 높은 것으로 밝혀져 하이트진로가 주도적으로 세왕금속공업을 설립한 의도나 목적에 대해서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다른 업종에 비해 세무당국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주류업체의 특성을 감안할 경우 세왕금속공업이 전직 고위 세무공무원을 챙기는 ‘세피아 업체’ 아니냐”는 논란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일부 세무공무원들도 최근의 관피아 비판론에 조심스러워 하면서 “주류사들이 실속을 챙기려는 위험한 모시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세무공무원들 사이에서 조차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하이트진로를 둘러싼 세피아 논란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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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실공히 대한민국 주류업계의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하이트진로는 경쟁업체의 선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국민적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해 있는 ‘관피아’ 관련 의혹에 휩싸인 것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에 자칫 국민 신뢰까지 떨어지는 삼중고가 우려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하이트진로 서초사옥 ⓒ스카이데일리
주류업계 1위 하이트진로, 경쟁 업체에 밀려 위상 흔들
주류업계의 1위로 군림해 온 하이트진로가 최근 주력 상품들의 매출 하락으로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국민적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해 있는 ‘관피아’ 관련 의혹에 휩싸여 높은 우려를 사고 있다. 경쟁업체의 선전으로 실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국민적 비난 여론까지 더해져 상품 매출이 감소한다면 이른바 ‘업계의 왕좌’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실적은 최근 들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2011년 2조1122억원에 달했던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매출액(연결)은 지난해 1조9429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 왔던 과거와 달리 적자로 전환해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하이트진로의 실적 부진에 대해 “주류업계의 경쟁구도 심화 및 하이트진로 상품 경쟁력 약화 때문이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주력 상품인 소주와 맥주, 두 상품은 최근 들어 경쟁업체 상품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이트진로에서 생산하는 맥주제품 HITE는 지난 2008년 시장 점유율이 58.15%에 달한 반면 경쟁업체 제품인 CASS는 41.85%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HITE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하락세를 보였다.
반대로 CASS의 시장점유율은 점점 올라 2011년에는 CASS의 점유율이 HITE를 넘어섰다. 급기야 지난해 3월 HITE 점유율은 39.23%로 60.77%를 기록한 CASS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소주의 경우 일부 회사의 판매자료 미제출로 최근 시장 점유율 현황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하이트진로 소주 부분 매출액 현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3년간 하이트진로 소주 부분 매출액은 2011년 1조832억원, 2012년 1조1130억원, 2013년 9828억원 등이었다. 지난해 들어 매출 하락이 특히 두드러진 점에 비춰볼 때, 소주 시장에서의 상품 점유율 또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증권가 소식통에 따르면 경쟁업체에 밀려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하이트진로 소액 투자자들의 불만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트진로 경영진, 특히 오너 일가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심지어 최근에는 하이트진로의 후계자로 부상한 박태영 전무에게 실적부진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하이트진로 소액투자자라고 밝힌 A씨는 “공교롭게도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전무가 경영에 참여한 이후로 하이트진로의 실적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소액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그룹 내 영향력이 적지 않은 박 전무의 미진한 경영능력 탓 때문에 실적 부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하이트진로, 세무당국 비위 맞추려 병마개 업체 설립 주도했나” 의혹 일어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최근 국민적 비난 여론이 높은 ‘관피아’ 관련 구설에 휩싸여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어 자칫 신뢰도 하락에 따른 판매실적 하락이 더해진다면 하이트진로의 실적 부진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심심찮게 나온다.
하이트진로의 이 같은 논란은 국내 병마개 제조업체를 양분하고 있는 2곳 중 한 곳인 세왕금속공업에서 심심치 않게 불거져 나왔다. 세왕금속공업은 매 년 국정감사에서 국세청 퇴임임원들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온 기업이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국세청 국감에서 “국세청이 주류업체의 탈세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방편으로 병마개 소비량을 집계하기 때문에 병마개는 국세청이 지정한 업체만 생산할 수 있다”며 “그런데 국내 병마개 제조업체인 세왕금속공업에 국세청 퇴직관료들이 몸담고 있어 자칫 국세청과 병마개 업체와의 유착이 발생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국세청은 퇴직자들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병마개 업체를 추가 지정해 독과점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난의 대상은 국세청과 세왕금속공업에 국한돼 있었다. 그런데 올 들어 비난의 화살이 세왕금속공업의 주주들을 향하기 시작했다. 세왕금속공업의 주주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류업체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세왕금속의 지분구조는 지난해 말 기준 하이트진로홀딩스 24.85%, 무학 13.15%, 보해양조 12.91%, 금복주 12.63%, 국순당 11.68%, 하이트진로 7.08%, 롯데칠성음료 7.05%, 기타 10.65% 등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은 주세법에 따라 주류업계의 관리·감독에 있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주류회사 입장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국세청의 협조가 필수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이유로 주류업체들이 세왕금속공업을 설립해 국세청의 퇴임 임원들을 챙겨준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며, 이에 대한 구설과 비난의 눈초리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3년 12월 31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이 가운데 특히 하이트진로는 세왕금속공업을 설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치부돼 더욱 강도 높은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하이트진로가 가진 세왕금속공업 지분율의 합이 총 31.93%에 달하는 최대주주 위치에 올라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지난 1985년 주류업체들이 돈을 모아 세왕금속공업을 설립한 목적에 대해 의혹의 시선이 가득한 게 사실이다”며 “국세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주류업체들이 국세청 퇴임임원 챙기기, 병마개 독과점에 따른 비난 여론 잠재우기 등 이른 바 ‘국세청의 비위 맞추기’ 목적으로 설립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돈 들여 세운 기업 대신 경쟁업체 물건 더 많이 사용 ‘이유는’
▲ 병마개 제조업체를 양분하고 있는 2곳 중 한 곳인 세왕금속공업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피아 의혹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하이트진로가 세왕금속공업의 최대주주로 밝혀지면서 업계에서는 ‘자신들의 사업 목적을 위해 바람막이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하이트진로 청담사옥 ⓒ스카이데일리
세왕금속공업의 설립 목적 자체에 대해 의혹을 증폭시킬만한 사안들도 최근 하나 둘 수면위로 부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하이트진로가 세왕금속공업에 비해 삼화왕관이 제조한 병마개를 더욱 많이 이용하고 있는 점은 의혹에 상당한 사실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주류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하이트진로가 사용하는 병마개는 대부분은 삼화왕관과 세왕금속공업으로부터 조달하는데, 전체 납품 물량 중 60%를 삼화왕관으로부터 받고 나머지 40%만 세왕금속공업에서 받는다.
이처럼 하이트진로는 사실상 계열사나 마찬가지인 세왕금속공업의 제품 대신 삼화왕관의 제품을 받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왕금속공업의 설립 목적 자체가 이윤 추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제기되고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최대주주에 있다하더라도 계열사도 아닌 세왕금속공업의 병마개만을 납품받으면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적당히 비율을 나눠서 물건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기업들의 통상적인 행보를 보면 큰 돈을 들여 기업을 설립했으면서도 일감몰아주기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납품비중을 줄였다는 것 자체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설령 그렇다 해도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기업의 제품 비중이 어느정도 높은게 보통의 상식이기 때문에 해명이 더 의아스럽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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