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면죄부로 악용되는 ‘리니언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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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준 기자페이지 + 입력 2012-01-16 18:30:07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로 불리는 리니언시 제도는 ‘제재 감면’이라는 당근을 통해 기업들의 담합 행위 자수를 유도하는 제도이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으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일반화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담합을 통한 부당이득을 얻고도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해 과징금마저 면제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평판TV·노트북 PC 등의 소비자판매가격을 인상·유지하기로 합의한 행위를 적발하고 총 446억47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58억1400만원, LG전자는 188억33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담합한 두 업체 모두 리니언시 제도를 적용받아 LG전자는 과징금의 100%, 삼성전자는 50%를 감면 받았다는 사실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 업체 수’와 관계가 없다고 설명한다. 리니언시 제도가 담합 업체들의 침묵을 깨뜨리고 신뢰를 무너뜨려 담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두 업체가 담합하더라도 자진 신고하면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본래 리니언시 제도의 법 취지나 정의에 맞지 않는다. 담합 가담 업체가 3~4개 이상이라면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업체들의 자수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두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결속을 깰 수 있으리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이번 경우와 같이 담합을 통해 최대 이익을 본 업체들이 혜택 받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끼친 업체들의 ‘먹튀’ 행동에 대한 제재마저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더욱이 공정위는 리니언시 제도 혜택을 받은 업체에게 추가 감면을 실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위는 두유업계 1위 기업인 ‘정식품’이 지난 2008년 2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삼육식품·매일유업과 짜고 가격을 올린 사실을 적발하고 98억6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작년 2월 결정했다.

정식품은 공정위에 담합을 실토하고 조사에 협조해 리니언시 2위 지위를 얻고 50%를 감면받았다. 하지만 정식품이 여기에 불복, 이의신청을 하자 공정위는 작년 11월 전원회의를 열어 98억6400만원에서 추가로 14억1000만원을 감면해 최종적으로 84억5400만원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이에 정식품은 50% 할인한 42억2700만원을 최종 과징금으로 내게 됐지만 정식품의 과징금 추가 감면에 대해 공정위 내부에서조차 “해도 너무 했다”는 반응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 3일 상습 담합업체를 규제하기 위해 리니언시 규정을 개정했다.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은 날부터 5년 내에 다시 담합’하면 감면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규정을 개정하기 전에 발생한 담합 사건에 대해서는 기존 면제 제도가 무조건 적용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과거에 있었던 담합 업체들의 부당 행위는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제재를 피해갈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정식품의 사례처럼 리니언시 제도 혜택을 받은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추가 감면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원래 제도의 취지조차 무색케 만드는 현 상황에서 리니언시 제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절실하다.

안효준 hj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