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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수십년간 장수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무한경쟁 환경에 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안주하게 되면 그 경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 흔하다. 기업 역사를 보면 1세대가 이룬 창업 성과를 후대가 이어가는 것은 더 쉽지 않다. 2~3세들이 식견은 똑똑해도 경험이 일천해 판단을 섣불리 내리기 때문이다. 불철주야 온몸을 던져 쌓아 올린 ‘공든 탑’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기업 승계가 재계의 중요 화두가 된 연유다. 그런데 요즈음 식음료업계 1위업체가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신라면’의 농심, ‘하이트맥주’의 하이트진로, ‘맥심’의 동서식품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꼬꼬면’, ‘카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같은 2위 브랜드들이 철옹성 같았던 1위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을 넘어서거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1위를 고수하던 기업들의 주가 또한 맥을 못 추고 있다. 전통의 1위 자리를 위태롭게 지키고 있는 식음료업계의 현실을 스카이데일리가 진단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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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미래에셋증권 ⓒ스카이데일리
나가사끼 짬뽕 “공습 거세다”
‘하얀 국물에 칼칼한 맛’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의 공습이 거세다.
과거 우지사건으로 인해 라면업계에서 쓴 맛을 본 이후 처음으로 누려보는 ‘역습’이다.
▲ 삼양식품 나가사끼 짬뽕의 역습이 거세다.
나가사끼 짬봉의 경우 제품 출시 후 SNS를 통한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에만 치중해왔으나 연초부터 TV CF 주부편, 여고생편, 마트 주인편, 자취생편 등의 CF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판매량 때문이다. 최근 나가사끼 짬뽕(삼양식품)과 꼬꼬면(한국 야쿠르트)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전통의 1위인 신라면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농심은 1986년 신라면을 통해 빨간 국물의 매운맛으로 시장을 이끌었던 선두업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라면 판매 점유율은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16~17%를 차지, 다른 라면 브랜드를 압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13%대로 추락했다.
반면 꼬꼬면 등은 같은 기간 3~4%에서 12%대로 급성장했다. 이른바 라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농심의 아성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 자료:A 대형마트
주가 또한 예외가 아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4962억원, 영업이익은 274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전년보다 1%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9.4%나 줄어들었다.
반면에 농심의 주가는 최근 6개월간 14%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음식료업종 지수 낙폭(-4.9%)의 세 배 수준이다. 반면 나가사끼 짬뽕을 내세운 삼양식품의 주가는 같은 기간 73.6%나 올랐다.
때문에 나가사끼 짬뽕과 꼬꼬면이 트렌드 리더로 떠오르면서 하얀 국물 라면의 약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키움증권 우원성 연구원은 “지난해 신라면 블랙을 내놓았다가 과장광고 시비에 휘말리고, 제주삼다수와 계약해지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농심의 기업 이미지 훼손과 경제적 타격이 작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먹을거리 기업은 소비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신제품의 성공 여부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 1위 탈환…15년만의 반전
주류업계의 ‘공룡’인 하이트진로의 주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6개월 새 31.1%나 하락했다.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정상을 탈환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 오비맥주가 1996년 천연 암반수를 내세운 하이트맥주에 밀리면서 1위 자리를 뺏긴 뒤, 15년 만에 반전을 시키며 정상을 탈환했다.
이 기간 오비맥주의 누적 출고량은 7794만500상자로 50.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에 하이트진로는 7725만7400상자를 출고해 49.8%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오비맥주가 1996년 천연 암반수를 내세운 하이트맥주에 밀리면서 1위 자리를 뺏긴 뒤, 15년 만의 반전을 시켜 정상을 탈환했다.
우연찮게도 오비맥주의 명예를 회복해준 상품은 1999년 진로로부터 인수한 카스였다.
카스의 출고량은 2010년까지만 해도 하이트맥주에 뒤졌지만 지난해 중순부터는 하이트를 앞서나 가기 시작했다. ‘톡 쏘는 맛’의 콘셉트로 젊은 소비자층의 미각을 공략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오비맥주의 추격에 하이트진로 또한 절치부심이다. 우선 “시장점유율 하락은 일시적인 것이며, 점유율 우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서울영업총괄 이성수 전무는 “소주·맥주의 본격적 통합 영업이 올해 시작된다”며 “시너지 효과에 힘입은 밀착 영업으로 1위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소주 시장에서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격차가 줄고 있다.
▲ 자료:한국주류산업협회
지난해 9월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통합 작업에 잡음이 많았다는 점도 하이트진로의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박종록 연구원은 “그간 재료 원가 상승분을 커버하려면 출고 가격을 올렸어야 하는데,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부 시책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롯데가 국내 맥주 시장 진출을 위해 출사표를 던진 점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커피, 동서식품∙남양유업 진흙탕 싸움
동서식품은 김연아를 내세운 TV 광고를 곧 시작한다.
“우유만 마시던 연아가 커피를 마신다”는 카피와 함께 김연아가 든 하얀 컵에 ‘화이트 골드’라는 글자만 보인다. 호기심을 건드리는 티저(teaser) 광고다.
▲ 동서식품은 김연아를 내세운 TV 광고를 시작한다.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은 ‘카제인 vs 우유’ 논란으로 신경전을 벌였던 사이이다. 하지만 동서식품이 이번 신제품에 우유를 넣으면서 봉지커피 시장엔 ‘우유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커피믹스판 ‘하얀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남양유업은 동서의 신제품이 자사의 제품을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양유업은 ‘몇십년을 꼼짝 않던 커피회사가 프림에 우유를 넣은 신기술을 따라한다고 했다. 프림에 우유가 든 커피가 고품질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광고를 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커피믹스 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초 동서식품에 도전장을 내던졌다. 그럼에도 채 1년도 안 돼 단숨에 2위 자리로 치고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의 신경전은 서로 헐뜯는 비방전으로 비화됐다. 맥심 커피믹스에 들어 있는 카제인 나트륨의 유해성 논란이 일었다.
결과적으로 비난의 화살은 동서식품에 돌아갔고, 남양유업은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최근 6개월 남양유업의 주가는 3% 정도 떨어졌지만 동서는 15% 가까이 하락했다.
사실 커피믹스 시장은 경쟁자가 적고 이익률이 높은 시장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대상·롯데칠성·동원F&B 등 많은 식품업계가 도전했다가 동서식품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남양유업이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장기적으로 동서식품의 실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인 우리투자증권 신성호 리서치본부장은 “1위업체는 수성을 위해 기존 히트상품 관리에 치우치지만 후발업체는 더 기발하고 자극적인 제품을 출시해 공격에 나선다”며 “1위 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소비자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영원한 1등이란 없으며, 경쟁력을 잃으면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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