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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개월간 이어진 의정 갈등이 전환점을 맞았다.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를 선언하고, 전공의들도 복귀 논의에 착수하면서 의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복귀 시점을 둘러싼 혼선과 기존 복귀자와 미복귀자 간의 형평성 논란이 교육 현장을 뒤흔들며, 복귀 이후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유급은 그대로 두되, 수업은 새로 짜준다”는 방식이 자칫 또 다른 불공정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복귀는 한다지만, 언제 어떻게?’…대학 현장은 ‘당혹’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2일 국회와 정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교육과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전원이 학교에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국회를 찾아 복귀 실무 논의에 들어갔다.
복귀 선언 직후 가장 큰 혼란에 빠진 곳은 각 대학이다. 이미 1학기를 종료한 상태에서 미복귀자 8,300여 명을 위한 수업을 새로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을 위해 계절 학기나 방학 수업을 긴급 개설하는 것은, 먼저 복귀해 학기를 정상 수료한 기존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한 수도권 의대 교수는 “이미 수업을 다 듣고 시험까지 마친 학생들 앞에서, 결석자들에게만 수업을 따로 열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기존 수강생들이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대 총장도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은 학생과 이번에야 돌아오는 학생을 같은 기준으로 대우하는 건 불공정하다”며 “복귀는 필요하지만,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전국 40개 의대 중 상당수는 7월 말 유급·제적 행정처리를 앞두고 있었으나, 복귀 선언으로 일정이 혼선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 자율”이라는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의대협이 복귀 합의에 나서면서 사실상 학사 유연화가 불가피한 분위기다.
“특혜는 아니라지만”…유급 무력화 논란
의대 본과 3·4학년은 연간 40주 이상 전공 수업과 병원 실습을 이수해야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복귀로 이를 충족하려면 ‘몰아치기 수업’과 학칙 개정이 불가피하다.
의대협은 “유급 처분을 없애달라는 것이 아니라, 유급 상태에서도 여름방학과 계절 학기 등을 활용해 수업을 이수하고 정상 졸업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특혜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현장에서는 사실상 유급을 무력화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여름방학 강의는 교수 확보, 강의실과 실습 장비 마련 등 현실적 제약이 커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 지방대 의대 총장은 언론에 “예외를 만들다 보면 학사 기준이 무너질 수 있다”며 “당장은 복귀가 급하지만, 이후의 혼란은 고스란히 대학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대학에선 기존 복귀생들이 형평성 침해를 이유로 집단 반발하거나, 학칙 위반을 근거로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사례도 있다.
전공의 복귀도 ‘균열’…또 다른 갈등의 불씨
의대생보다 실무 복귀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전공의들도 이날 박주민 국회 복지위원장을 만나 복귀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미 많은 전공의가 타 병원에 재취업했거나 수련을 포기한 상황에서 ‘전원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의료계는 “복귀자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를 약속하며, 향후 전공의들에게도 맞춤형 복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또다시 '늦은 귀환자에 대한 특혜'로 비쳐질 경우, 먼저 복귀한 전공의들과의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복되는 선례, 정책 일관성 시험대에…
이번 사태는 단순한 복귀를 넘어,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 회복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000년 의약분업,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보류 사태에 이어, 또다시 '집단 휴학 → 정부 후퇴 → 복귀 특례'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정당한 제도 개혁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인사는 언론에 “복귀 자체는 환영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일관된 원칙 없이 ‘복귀자 챙기기’에만 몰두한다면 또 다른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며 “교육은 유연하게 하되, 정책은 공정하게 해야 의정 갈등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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