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춘의 인공지능세상] AI 언어 모델의 ‘환각’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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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7-22 02:02:59

▲ 권희춘 세경대학교 인공지능드론센터 교수·(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대표

요즘 인공지능(AI)을 사용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시대가 되었다. 그 중심에는 챗GPT로 대표되는 대형 언어 모델(LLM)이 있다. 글을 써 주고, 코드를 짜고, 논문을 요약하고, 때로는 경영 전략까지 조언한다. 그야말로 인공지능이 ‘지식 노동’을 돕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러나 이런 LLM에도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바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현상이다. 인공지능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정보나 잘못된 사실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는 현상이다. 사용자가 보기에는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내용을 확인해 보면 터무니없는 오류가 숨어 있다. 마치 사람이 환각을 보는 것처럼, LLM도 언어의 환각을 만들어 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LLM은 인간처럼 세계를 이해하거나 판단하지 못한다. 이들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어 간의 통계적 패턴을 학습한다. 특정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 확률이 높은지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결국 LLM이 만들어 내는 문장은 ‘가능성이 높은 조합’일 뿐, 진실에 대한 판단은 없다. 인간은 단어의 의미를 배우고 세계와의 관계를 이해하지만, LLM은 오직 ‘형태’를 학습한다. 그 결과 LLM이 만든 문장은 논리적으로 보이더라도 진실 여부는 알 수 없다.

데이터의 품질 문제도 있다.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에는 정확한 지식뿐 아니라 허위 정보, 편향된 의견, 음모론까지 뒤섞여 있다. 이들이 LLM의 학습 재료가 된다. 따라서 모델이 때로는 가짜 뉴스를 사실처럼 말하거나, 특정 관점에 지나치게 치우친 응답을 내놓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언어 자체의 복잡성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언어는 본질적으로 모호하고 문맥에 민감하다. 같은 표현이라도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며, 반어법이나 비유는 기계가 정확히 해석하기 어렵다. LLM은 이러한 맥락을 부분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어 오해에서 비롯된 오류를 자주 범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오류를 사전에 평가하거나 걸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는 같은 질문에도 매번 다른 답을 내놓는다. 진위 여부를 하나하나 검증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사용자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경우 잘못된 정보가 무심코 사회로 확산될 수 있다.

물론 해결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학습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 허위 정보를 제거하는 기술이 발전 중이다. 보다 명확한 질문을 통해 정확한 응답을 유도하는 프롬프트 설계 기법도 주목받고 있다. 외부 지식베이스와 연계해 사실 검증을 강화하거나, 생성된 문장을 사후 필터링하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LLM이 인간처럼 상식과 추론 능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이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써야 할까. 답은 분명하다. LLM의 결과를 70%만 참고하고, 나머지 30%는 자신의 지식과 판단으로 보완해야 한다. 생성된 정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다른 출처와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LLM은 정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다. 더 나은 결정을 위한 보조수단이다. 초안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확장하며, 복잡한 자료를 정리하는 데 탁월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인간의 판단이어야 한다. 마치 GPS(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가 길을 안내하지만 운전은 사람이 하듯, LLM의 정보도 우리의 지성과 책임 의식으로 다뤄야 한다.

특히 교육·의료·법률·정책 같은 고위험 분야에 대해서는 더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인공지능이 제안하는 '그럴듯한 대답'에 안주하기보다는 그것이 미칠 영향과 책임까지 고려하는 인간 중심의 검토 구조가 함께 따라야 한다. AI의 지식은 도구일 뿐, 판단과 책임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다.

할루시네이션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본질적 한계를 보여준다. 그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효용을 이끌어 내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지혜다.

권희춘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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