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회생 인가 시점을 내년으로 넘기고, 통매각 대신 핵심 사업을 떼어 파는 ‘분리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우선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 뒤, 회생 인가 이후 대형마트 본체에 대한 인수합병(M&A)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분리 매각 역시 과거 실패 전례가 있어, 법원과 채권단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제출 기한인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계획안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일부 점포 정리 후 인가 이후 M&A 추진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인가 전 M&A를 통한 통매각을 시도했으나 끝내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출구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하며 인가 전 M&A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본입찰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통매각은 사실상 무산됐다. 법원이 더 이상 기한 연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분리 매각은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했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높은 SSM이 대형마트보다 매각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근거리 소비 수요를 바탕으로 매출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에도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추진했으며, 올해 초 한 업체가 실사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신용등급 강등 이후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매각 작업은 중단됐다.
다만 SSM을 먼저 떼어낼 경우 대형마트 본체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몸집을 줄여 매각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수익성이 좋은 사업을 분리하면 잔존 사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SSM 매각 이후 추가 매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자금난이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경영 여건은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올 들어 매출은 약 2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3000억 원을 넘겼던 영업손실 규모도 확대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금 유동성 악화로 직원 급여 분할 지급, 공과금 납부 지연, 납품업체 대금 정산 지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삼양식품 등 일부 협력사는 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납품을 중단하기도 했다.
회생의 또 다른 관건은 채권단 동의다. 홈플러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을 비롯한 채권단은 SSM 분리매각이 채권 회수율에 미칠 영향을 따져 회생계획안에 대한 찬반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분리매각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될 경우 채권자 입장에서는 동의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생계획안이 부결될 경우 홈플러스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사실상 청산뿐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SM 매각을 추진하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회사 체력이 더 약화된 측면이 있다”며 “뒤늦게 다시 분리매각을 꺼내 들었지만, 영업 악화와 오프라인 유통 부진 속에서 채권단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1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