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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1일 미국과 한국은 한국의 대미 수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은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 전용 펀드로 한국 조선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에 사용된다. 이번 협상으로 일단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없어진 점이 중요한 결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고임금 강성 노조, 법인세 인상, 중국 제품의 파상 공세 등 투자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3500억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대미 투자로 국내 투자 공동화와 그로 인한 양질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이 우려된다. 2023년 민간 비금융 법인기업의 한 해 투자 규모가 505조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86조 원(3500억 달러)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물론 486조 원 펀드는 투자 보증 대출이 포함된 규모이고 수년에 걸쳐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한국 경제의 규모를 고려하면 큰 부담이 되는 규모다. 2024년 한해 한국의 국외 투자 규모가 136조 원이었다. 결국 미국에 200조 원 규모의 조선소를 지어 주고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와 거의 맞먹는 규모의 제조업 공단을 만들어 주는 결과와 비슷한 모습이다.
금년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연쇄적이고 급진적인 관세 인상 조치로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4월 말 기준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5%였으나 최근 무려 27%까지 치솟았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세계은행(WBG)은 지난달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있던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연간 성장률을 2.8%로 제시했지만 6개월 만에 0.5%p나 낮은 2.3%로 수정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경제 충격이 올해에 그치지 않고 2026년과 2027년 세계 경제성장률도 각각 2.4%, 2.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년에 0.8%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는 한국경제 성장률도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세계화와 반(反)세계화는 반복돼 왔다. 1870~1914년을 역사적으로 첫 번째 세계화 기간으로 본다. 이 기간 세계 무역은 연평균 4% 증가해 세계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1인당 소득도 높아졌다.
그러나 1914~29년 세계화가 후퇴해 세계 무역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6%로 위축됐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실업이 증가해 파시스트 나치가 등장하고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가 창설되면서 다시 세계 무역의 규모가 GDP 대비 42%까지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위기로 세계 경제는 다시 정체기를 맞으면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미국발(發) 관세 전쟁으로 반세계화 추세가 정점에 달해 있다.
한국도 지금 세계 경제가 근본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엄청난 대미(對美) 투자로 인한 제조업 공동화와 일자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 혁파와 혁신,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등 내수 의존도를 높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지금 이 와중에 법인세 인상,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등 반(反)기업 정책을 줄지어 추진할 경우 한국 경제는 정말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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