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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검찰개혁의 핵심인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방안이 확정됐다.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표방한 이번 정부 조직 개편은 ‘권력기관 제자리 찾기’라는 평가와 함께 위헌성·실무 불가능성·치안국가화 우려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된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사법개혁은 ‘권력기관 개편’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제시했지만, 국민에게 돌아올 실질적 효과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편안이 법적·실무적 난제를 풀지 못한다면, 검찰개혁은 “개혁의 명분은 남았지만 실질은 무너진 제도”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여당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권은 공소청, 수사권은 중수청에 맡기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된다. 1948년 제헌 이후 78년 만의 제도 대전환이다.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범정부 검찰제도 개혁 TF’를 두고 세부안을 마련하며, 시행 시기는 1년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완수사권 폐지, 수사기관 중복, 위헌 논란이 남아 있어 시행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검찰청 폐지에 대해 ‘공감한다’는 응답은 46.6%,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1%로 집계됐다. 오차범위(±3.1%포인트) 내 접전이지만 공감 여론이 우세했다. 특히 중도층에서는 ‘공감’(52.4%)이 ‘비공감’(40.5%)보다 11.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또 같은 조사에서 특검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재판 중계 허용 개정안에 대해서는 찬성(45.5%)이 반대(37.5%)보다 많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2.7%가 “가짜뉴스 피해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혁 추진 과정에서 여권 내부의 온도차도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전광석화 개혁’을 내세워 속도전을 강조하는 반면, 대통령실은 제도의 안착과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신중론을 펴고 있다. 실제 검찰개혁을 둘러싼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중수청의 행안부 이관 문제 등 세부 쟁점에서 민주당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충격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이견이 반복될수록 당정 간 긴장도가 커지고, 여권 내부의 원심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 권한 축소와 민주적 통제 강화라는 득(得)과 △헌법적 정당성, 수사역량 공백, 특검 남발, 경찰 권력 집중이라는 실(失)이 교차한다. 검찰개혁의 취지는 명확하다.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대원칙은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보완수사권 폐지와 중수청의 행안부 이관은 사법 기능의 행정권 종속이라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한다.
최대 쟁점은 검찰, 보안수사권 폐지
수사 통해 사건 실체 밝할 최후 보루
권한 사라지면 특검 권한 비대해질 것
검찰의 마지막 권한으로 꼽히는 보완수사권은 최대 쟁점이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지난 4일 부산고검을 방문해 “적법절차를 지키면서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동호 변호사는 같은 날 본지 인터뷰에서 “보완수사는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최소 장치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도 보완수사 지시로 기소된 사례가 많았다”며 “이는 수사 지연이 아니라 오히려 무죄 남발과 피해자 구제 지연을 막아온 제도”라고 강조했다.
검찰 출신 권오용 변호사 역시 “보완수사권은 경찰 수사가 미진할 때 증거를 보강하거나 잘못된 수사를 시정하는 최소한의 장치였다”며 “이를 없애면 억울한 피해자가 구제되지 못하거나 범죄자가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 기능이 사라지면 특검이 남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동호 변호사는 “개편안대로라면 정치권은 필요할 때마다 특검을 상설처럼 활용하게 될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매달 특검 공화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수 변호사도 본지 인터뷰에서 “검찰을 없애고 특검만 남게 되면 국회 다수와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치적 수사기구가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특검은 본래 예외적 제도인데, 정치적 사건마다 남용돼 인민재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오용 변호사 역시 “국회와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임명되는 특검은 정치적 표적 수사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는 방안은 상권분립 훼손 논란을 키우고 있다. 권오용 변호사는 지난 9일 인터뷰에서 “법률가 중심의 법무부가 아니라 경찰 조직을 관리하는 행안부에 수사권을 집중시키는 것은 사실상 권력 독점이며, 대통령 지휘 아래 장관에게 수사권을 몰아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기수 변호사도 같은 날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겠다는 것은 사법 기능을 행정 권력에 종속시키는 것으로, 중국식 공안 시스템과 유사하다”며 “이는 상권분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위헌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검찰 인력 활용 문제도 불거졌다. 이동호 변호사는 “현재 검사 2000~3000 명 중 상당수는 수사 경험을 축적한 전문 인력인데, 공소청 체제에서는 수사 권한이 없어 ‘일 없는 검사’로 전락하거나 퇴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특히 10년 이상 경력의 고급 수사 인력이 사장된다면 국가 수사력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헌법학계는 검찰청 폐지가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월 4일 국회 공청회에서 “검찰총장은 헌법상 필수기관으로 상설기관인 검찰청을 임의로 폐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오용 변호사도 “헌법에 검찰청과 검찰총장이 명시돼 있어 폐지는 위헌 소지가 크다”며 “정권이 이를 추석 전에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김기수 변호사 역시 “검찰총장이 헌법에 명시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폐지 자체가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세 변호사 모두 경찰 권력 집중을 경고했다. 권오용 변호사는 9일 인터뷰에서 “검찰 제도는 정치·경제 권력의 부패를 견제하는 마지막 장치였다. 이마저 무너지면 경찰만 강화된 치안국가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수 변호사도 “검찰은 정치·경제 권력의 부패를 견제하는 최후의 장치였다”며 “그 기능이 사라지면 결국 치안국가적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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