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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7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효일에 맞춰 30년간 이어져 온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종식을 사실상 선언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협상을 통한 무역정책’이 WTO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 질서라고 규정했다. “우리는 이제 ‘트럼프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고 천명했다.
1914~29년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로 세계화가 후퇴했다. 그 결과 세계 무역과 자본 이동이 위축되어 전 세계 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이 증가해 파시스트가 등장하고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목도한 승전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무역기구(GATT)들을 창설했고 이와 함께 세계 경제는 다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944년에 GATT(관세 무역 일반 협정) 창설, 1973년 자유 무역의 확대를 목적으로 한 도쿄라운드, 1986년 농업 및 서비스 개방을 위한 우루과이라운드가 탄생하고 마침내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가 탄생했다.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자유무역체계에 편입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과 달리 중국은 엄청난 무역 흑자를 내며 세계무역 질서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위기로 세계 경제는 다시 정체기를 맞으면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어 오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반(反)세계화 추세가 피크에 다다라 있다.
그동안 미국은 WTO를 비롯한 다자무역체제가 미국의 경기 침체, 특히 제조업의 몰락을 초래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미국은 강력한 관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정책으로 인한 신(新)보호무역 질서의 대두가 과거 2차 대전 전 같은 재앙으로 귀결될지 성공적인 새로운 무역질서를 창출할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방적인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조업이 부활할 수 있을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미국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00년대까지 1800만 명 선을 유지해 왔다. 2000년 미국의 평균 연봉이 3만9000달러였다. 그러나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2024년에는 8만300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제조업은 해외로 탈출해 미국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0년 이후 120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한국은 2024년 기준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이 달러 기준으로 3만4800달러다. 한국 기업도 임금 부담 때문에 중국·베트남·인도 등으로 나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보다 임금수준이 2.4배 높은 미국으로 진출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만약 성공하지 못할 경우 트럼프의 무리한 미국 제조업 부활 정책이 성공할 수 없음은 물론 한국에는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보증하거나 대출한 3500억 달러는 고스란히 외채로 귀결될 것이다. 한국은 외채가 2025년 1분기 말 6834억 달러다. 반면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4102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보증하거나 대출한 3500억 달러가 정책의 실패로 외채로 귀결되면 한국은 외환위기 가능성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보다 임금 수준이 2.4배 높은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미국의 한국 투자분 자국 소유권 주장 및 이익 90% 자의 처리 주장 등 미해결된 디테일에 대한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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