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최근 경영전략은 한마디로 “돈 되는 곳에 집중하되, 오래 갈 구조를 만든다”로 요약된다. 그 전략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무대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 체제로 전환한 뒤 ‘조선사’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저가 수주로 물량을 채우던 관행을 끊고, 고부가·고선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배치했다. 동시에 방산·친환경·디지털 전환을 ‘미래 먹거리’로 명확히 찍었다. 여기에 ‘함께 멀리’라는 그룹 철학을 현장 제도로 내려 보내며 조직의 마찰비용을 줄이는 방식까지 겹쳤다. ‘기술·시장·조직’을 한 번에 묶는 형태의 경영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화오션은 반세기 넘게 축적해 온 조선·해양 분야의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해양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회사의 출발은 1973년 10월, 경남 거제시 옥포항 인근에 조선소 건설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50여 년 동안 선박 건조 기술과 해양플랜트 설계·시공 역량을 꾸준히 고도화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현재 한화오션은 상선, 해양플랜트, 특수선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운영하고 있다. 상선 부문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LNGC)을 비롯해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친환경 연료 수요 증가와 글로벌 해상 물동량 확대 흐름에 맞춰 차세대 선박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는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부유식 생산설비(FPU) 등 해양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핵심 설비를 설계·건조하고 있다. 극한 해양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 가능한 고난도 해양 구조물 기술을 축적하며 에너지 산업의 해상 전환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특수선 부문 역시 한화오션의 주요 성장 축이다. 잠수함과 수상함, 전투함, 보조함 등 다양한 군함 건조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해양 방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민수와 방산을 아우르는 종합 해양 솔루션 기업으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경영 지표에서도 성장세가 나타난다. 한화오션의 2024년 기준 매출액은 10조7760억 원, 자산총액은 17조8438억 원에 달한다. 대규모 수주 잔고와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사업 구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수익성 우선’으로 조선업 문법을 뒤집다
한화오션의 변화는 먼저 수주 전략에서 시작됐다. 조선업은 호황기에 물량을 얼마나 많이 잡느냐보다, 불황기에도 버틸 수 있는 가격·원가 구조를 확보하느냐가 실적을 갈랐다. 한화 체제는 ‘선별 수주’를 전면에 놓았다. LNG운반선(LNGC) 등 기술 장벽이 높고 선가가 높은 라인업을 중심으로 생산 체제를 재편해 이익 체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물량 확대’가 아니라 “품질과 마진이 보장되는 물량만 받는다”는 원칙이다. 고선가 LNG선 중심으로 도크 운영과 공정을 맞추면, 수주잔고가 곧 ‘미래 매출의 질’이 된다. 즉, 수주잔고가 많아도 적자가 나는 구조(저가 수주·공정 지연·원가 폭증)에서, 수주잔고가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계산이다.
방산·미국·MRO…‘확장’은 거점부터 만들었다
한화가 조선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축은 특수선·방산이다. 한화오션은 잠수함(KSS 프로젝트)과 수상함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해양 방산’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전략은 “국내 수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미국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인수는 상징적이다.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지 생산·정비·인증·납품을 묶을 수 있는 인프라를 먼저 확보했다는 점에서다. 이 구도에서 MRO(유지·보수·정비)는 현금흐름과 레퍼런스의 교차점이 된다.
최근 한화의 ‘해양 방산’ 확장 전략은 캐나다 CPSP에서 구체적으로 읽힌다. 캐나다는 북극 전개와 장거리·장기체류를 전제한 차기 잠수함(최대 12척)을 추진하며, 2025년 8월 TKMS와 한화오션을 적격 공급자로 압축했다.
납기·인프라·유지지원까지 패키지로 검증하는 구조에서, 한화가 북미 거점을 기반으로 MRO로 실적과 신뢰를 쌓은 뒤 신조로 확장하려는 로드맵이 ‘동맹권 조달 시장’에서도 현실적인 경로로 떠오른다.
친환경·디지털 전환은 ‘기술’이 아니라 ‘사업 모델’이다
한화오션의 친환경 전략은 규제 대응을 넘어 시장 선점형이다. IMO 환경 규제 강화는 선박의 엔진·연료·운항 최적화 기술을 ‘선택’이 아닌 ‘기본값’으로 만들고 있다. LNG 이후 암모니아·수소·CCS(탄소포집) 등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밸류체인에서, 조선사는 단순 제작사가 아니라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 역시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 야드(Smart Yard)는 자동화·데이터 기반 공정 관리로 안전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플랫폼이다. 조선업의 비용 구조에서 안전사고, 숙련인력 이탈, 공정 지연은 곧바로 원가로 전환된다. 즉, 디지털 전환은 ‘IT 투자’가 아니라 ‘원가 통제 장치’이자 ‘납기 신뢰’의 기반이다.
‘사람’에 투자하는 상생…비용이 아니라 생산성의 변수
한화 경영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상생을 PR로만 두지 않고 제도로 끌어내렸다는 점이다. 협력사 근로자 성과급을 직영과 같은 비율로 맞추는 결정은 업계 통념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원·하청 간 처우 격차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숙련인력 유지·품질·안전·공정 안정성에 직결된다. 한화는 이를 “같이 벌고 같이 나누는 구조”로 바꿔 현장의 갈등 비용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확보하려는 선택을 했다.
조직문화도 같은 결이다. 합병 이후 ‘오션 Way(Safety First·Operational Excellence·Technology Leadership)’를 세우고, 릴레이 워크숍·캐릭터화·공감 프로그램·실천 사례 공유까지 단계적으로 내재화한 것은 “변화 저항을 관리하지 못하면 전략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의 반영이다. 신입 1주년 리텐션 프로그램처럼 온보딩·정착을 시스템으로 설계한 것도 인력난 업종에서 경쟁력 자체가 되는 방식이다.
한화의 조선 전략은 “초격차 + 현지화 + 상생”
한화오션 사례를 종합하면 한화의 경영전략은 세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 기술과 시장이 맞물리는 곳에 자원을 집중하는 ‘초격차’(LNG·친환경·방산). 둘째, 해외는 선언이 아니라 ‘거점’과 ‘레퍼런스’로 뚫는 ‘현지화’(미국 조선소·MRO), 셋째, 현장 변수를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으로 보고 제도로 관리하는 ‘상생·조직 혁신’(협력사 성과 공유·오션 Way·리텐션). 조선업은 호황기에는 다 비슷해 보이지만, 불황기에는 체력이 다른 회사만 살아남는다.
한화가 한화오션에서 보여주는 전략은 “다음 사이클을 이길 구조”를 만드는 쪽에 가깝다. 기술로 선가를 끌어올리고, 디지털로 원가를 누르고, 상생으로 현장을 안정시키며, 미국 거점으로 시장을 넓히는 방식이다. 조선·해양을 넘어 한화식 경영의 ‘확장 공식’이 어디까지 통할지, 다음 관전 포인트는 성과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신사업 발굴을 통해 미래 해양 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친환경·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선박과 해양 설비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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