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단물 빼먹고 등돌린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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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단물 빼먹고 등돌린 은행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2-04-05 00:01:18

지난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합친 총 가계대출금액은 858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인 2002년의 416조7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이 기간 중 단 한해도 대출금 증가율이 멈칫한 일 없이 증가일로를 보였다는 것이 놀랍다.

여기에 가계대출과 함께 위험도가 연결선상에 있는 자영업자의 시중 5대은행 대출 총액이 올 2월 현재 약 104조원이다. 자영업자 대출도 지난 2009년 12월만 해도 89조원 규모였던 것이 불과 3년2개월 만에 15조원이나 급상승한 것이다.

이는 은퇴 베이비부머의 증가에 따른 50대 이후 자영업자가 늘어난데 원인이 있다. 문제는 자영업 대출 증가가 가계수입 불안에 따른 생계형 창업대출 성격이 상당부분 내재적으로 깔려 있다는 데 있다.

이처럼 중산층과 서민이 직접적으로 관계된 우리나라 가계(자영업 포함)의 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대출금 절대액수가 큰 것도 문제지만 매년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오르는 것이 더욱 심각한 사안이다.

한국은 어느새 웬만한 국민은 모두 부채를 갖고 있는 빚쟁이의 나라가 됐다.

이를 반영하듯 전체 가구의 절반이 넘는 56.2%가 금융권 채무를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때마침 나왔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3개 기관이 최근 전국 1만51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다.

자산 및 부채의 조사시점은 지난해 3월말 기준이다. 가장 최근의 정부 합동조사 자료인 만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보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빚은 설사 여유가 있더라도 불안감을 준다.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은 불황기일 경우 위기감을 주는 요소다. 가계대출의 상당부분이 여유가 많지 않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아파트 등 부동산 담보대출 부분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징후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소득이 낮은 1분위를 제외하고는 2~5분위까지 부동산 구입을 위한 대출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1분위만 ‘생계형’을 위한 대출이 50%를 넘었을 뿐이다.

이는 국민 전체가 부동산을 시한폭탄처럼 안고 사는 것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이와 관련해 최근 중요한 지표 하나를 또 내놔 관심을 모은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안고 있는 가계들의 신용위험도가 날로 치솟고 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가계의 2/4분기 신용위험도는 전분기 대비 16포인트나 상승한 25로 조사됐다. 2009년 2분기 이후 3년만에 최고치다.

반면 돈이 필요한 대출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2분기 대출수요가 1분기에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은행권은 신규 가계대출 의지가 매우 인색한 것으로 조사돼 자금수요 대비 공급이 엇박자가 나는데 따른 잠재적 위험지수가 높아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조사대상 국내 16개 은행들은 2분기 가계대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관심의 초점은 이들 은행들의 대출기피 요인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에 대해 정부의 부채 억제 대책 등으로 채무상환 능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태도 지수가 가계주택 및 가계일반이 각각 전분기 대비 각각 3, 6포인트 떨어진 –9, -6의 지수를 보인 것은 은행권의 얄팍한 속내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

가계 대출의 직접적 증가요인을 제공한 은행권이 이제 와서 가계의 숨통을 조인다면 당장은 위험요인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잠재적 동반위험을 키운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운 징조다.

물론 은행들은 담보채권을 행사하면 문제가 없다고 하겠지만 자칫 파산가구가 도미노처럼 늘어날 경우 은행권도 그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음을 새김질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가계가 빚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주책임자는 금융권이다. 정부는 그 방조자다.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통해 매년 예대마진에서 큰 재미를 쏠쏠히 보아온 점을 상기하면 지금의 은행권 태도는 분명히 잘못됐다. 국민들로부터 단물만 쏙 빼먹고 쓰면 뱉는 식의 얄팍한 상술과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예대금리 차이를 보면 2008년 2.61%, 2009년 2.80%, 2010년 2.85%, 2011년 2.95% 등으로 증가해 왔다. 합법적인 ‘고리대금업’으로 은행권은 2010년 9조원에서 지난해에는 약 17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순이익을 챙겼다.

은행 5개사의 등기임원 1인당 평균연봉은 7억원 가까이 됐고 남자직원의 평균 연봉은 성과급까지 포함했을 때 9000만원~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통해 벌어들여 잔치를 풍성하게 해 왔으면서 이제는 그 가계에서 발을 빼려 한다.

책임의 한켠에서 방조해 온 정부당국이 나서야 한다. 가계대출을 지나치게 옥죄지 않도록 금융권에 대한 대응책을 짜지 않으면 ‘부채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 가계들이 진짜 동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