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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법한 유명 워터파크의 여성 탈의실을 촬영한 몰래카메라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사건이 일어났다. 영상 속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성들이 다수 등장했다. 얼굴은 물론 민망한 부위 조차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 영상을 본 많은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한창 여름 휴가의 단 꿈에 젖어 있던 여성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본인 또한 몰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몰카가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라고 느낀 것이다. 당시 사건의 용의자는 경찰에 체포됐으나 그 후에도 몰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에는 몰카를 찍기에 점차 손쉬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우선 카메라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국민 누구에게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몰카를 찍을 수 있는 환경이다. 또한 SNS 및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활성화 되면서 촬영한 영상 혹은 사진 등의 유포를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하게 됐다. 제작 및 배포 조건이 너무나 쉽게 충족된 셈이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몰카 범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여자 화장실 몰카, 모텔에서의 성행위를 담은 몰카 등 사생활의 내밀한 장면들을 담은 몰카 영상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고 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나의 몰카가 찍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이미 우리 사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구나 몰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몰카천국이 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부분의 몰카 가해자가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본의 아닌 피해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그럼에도 몰카에 대한 법적 처벌은 솜방망이로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몰카 또는 도촬(도둑촬영)의 피해실태, 첨단 촬영장비 유통상황, 사회적 병리현상(심리) 등에 대해 금주의 ‘이슈 포커스’ 시리즈로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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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래카메라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몰카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공공장소 어디든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이 즐비할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몰카범들에 대한 처벌수위는 정작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이에 개인의 내밀한 신체부위와 행위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확산되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많은 여성들은 “혹시 나도 몰카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누구나 촬영 대상이 수 있는 이 같은 영상물들을 접하면 섬뜩함이 느껴지게 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몰래카메라(이하·몰카) 피해자들의 영상물이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거침없이 유통되고 있는 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들 음란물의 양과 노출 수위는 점차 무시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치닫고 있다. 이는 몰카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다.
기자가 만난 몰카 피해자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 몰카의 주인공이 되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신체부위가 노출된 사진 혹은 동영상이 유포되리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해당되는 촬영물(범죄)이 6635건에 달했다. 또 전체 검거인 2924명 중 97%에 해당하는 2854명은 남성이었다. 이는 바꿔 말해 몰카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라는 얘기가 된다.
피해자 인터뷰…대범하고 뻔뻔한 몰카 만행에 피해 여성들 공포에 트라우마
몰카 피해자 L씨는 신촌에 위치한 한 한식뷔페를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식사를 마친 후 잠시 들른 식당 화장실에서 말로만 듣던 몰카 피해를 당했다.
L씨에 따르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중 비데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버튼을 찾고 있었는데, 옆 칸에서 어떤 물체가 넘어오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옆 칸을 이용하는 사람의 신발이려니 하고 별 의심 없이 계속해서 비데버튼을 찾았다.
▲ 몰카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하지만 지난해 워터파크 샤워실 내부 몰카를 찍은 범인이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여성이 여성조차 의심해야 할 두려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같은 사건은 일부 남성들이 돈을 주고 몰카 동영상을 구매하는 시장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은 지난해 워터파크 몰카를 찍은 혐의를 받고 체포된 최모씨 [사진=뉴시스]
그런데 그 때 또 다시 같은 물체가 넘어오는 것을 목격했고 그제서야 넘어온 물체가 신발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L씨가 목격한 것은 카메라가 부착된 인디언핑크색 스마트폰이었다.
L씨는 너무 놀라 “‘이거 뭐야, 너 뭐야, 뭐야 이거’ 소리를 치면서 발로 넘어온 휴대폰을 퍽퍽 찼다”며 “그렇게 발로 세 번쯤 차니까 옆 칸에 있던 사람이 후다닥 뛰쳐나가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옷을 추스르고 밖에 나오자 범인은 이미 도망친 뒤였다”며 “경찰 지구대에 신고할까 했지만 CCTV가 화장실 입구 쪽을 향하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가 힘들다는 생각에 지구대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폰을 발로 차긴 했지만 혹시라도 찍히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계속 남아있다”고 토로했다.
이 사건 이후 L씨는 버릇이 생겼다. 화장실을 들어갈 때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증거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카메라를 켜놓는 것과 주변에 몰래카메라가 있을만한 구멍은 없는지 살펴보는 습관이다.
L씨는 “말로만 듣던 일을 자신이 실제로 겪은 후 충격도 컸다”며 “잘 돌아다니지 않는 편인 나도 이런 일을 겪었는데, 그 동안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있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K씨 또한 몰카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피해자다. 여전히 K씨는 몰카 가해자들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었다. 가해자가 다름 아닌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였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자신을 비롯한 총 3명의 여자 선생님들의 치마 속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유포했다.
▲ 자료:산타크루즈컴퍼니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K씨에 따르면 남학생은 같은 학교 젊은 여자 선생님들을 타깃으로 정하고 교실 혹은 복도에 서있는 선생님의 치마 속에 핸드폰을 넣어 동영상을 촬영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런데도 가해 학생이 미성년자이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타 학교 전학 조치 만으로 사건이 일단락 됐다.
K씨는 “부모님까지 와서 부탁하고 어린나이에 철없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보고 한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 없어 인터넷 기록삭제를 하는 것으로 용서를 하긴 했지만 예전처럼 학생들을 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P씨는 몰카 간접 피해자다. 그는 몇 해 전 고등학교 재학 당시 엽기적인 사건을 접했다.
P씨에 따르면 범인은 여학교 주변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디지털카메라로 여고생들의 얼굴과 다리 등 신체 특정부위를 몰래 촬영했다. 범인은 사진을 자신의 성기사진과 합성하고 음란한 문구를 게재해 전단지로 배포했다.
범인은 마치 성행위를 하는 장면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합성된 사진이 실린 전단지를 수차례에 걸쳐 피해 학생이 다니는 등교길에 뿌렸다. 범인은 결국 경찰에 체포됐고, 추후 범인이 멀쩡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늘어나는 몰카 피해자들…인터넷 기록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 바빠진다
몰카 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피해자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피해 흔적을 지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최근 이들 피해자들이 주로 찾는 곳이 바로 ‘디지털 장의사’다.
‘디지털 장의사’는 인터넷 상의 개인정보 및 과거 기록을 지워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몰카 피해자들이 인터넷 상에 유포된 자신의 사진 및 동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이들 업체를 찾는다.
산타크루즈컴퍼니 또한 이 같은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다.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몰카로 인한 피해자가 점차 늘면서 기록 삭제 의뢰 건수도 점차 늘고 있다”며 “많은 의뢰가 들어오는 만큼 다양한 피해 사례를 접하게 된다”고 답했다.
▲ 김호진(사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는 “몰래카메라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더라도 자신의 신체가 찍힌 사진 혹은 동영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
그는 기자에게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전했다. 바로 의뢰인들 중에 청소년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어떤 청소년 남학생의 경우 자신의 성기사진과 함께 자신의 얼굴사진도 유포됐다는 사실에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자살시도까지 했다”며 “그 후 회사를 찾아와 떠돌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예민하고 감수성이 발달한 청소년 시기에 당한 몰카 피해의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는 청소년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사회와 타인에 대한 피해의식과 망상 등의 잠재의식으로 평생 남아 치유하기 쉽지 않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인터넷 기록삭제 전문업체 포겟미코리아 정정희 씨는 “몰래카메라를 통한 유출 동영상일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카메라등 이용촬영죄)를 적용해 법적 대응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부 고객들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피해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법적대응을 취하지 않고 삭제업무만 요청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들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인기피증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영위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회원제 공유사이트 ‘몰카 영상’ 교환하며 죄의식 안느껴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이처럼 몰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는 죄책감 조차 느끼지 않는 몰카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
▲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로 군림하던 소라넷이 성범죄의 온상으로 물의를 빚으며 폐쇄됐다. 그러나 소라넷 폐지 후 유사 사이트들이 여전히 해외서버를 통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 온라인 커뮤니티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진은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몰카를 검색한 목록의 캡쳐화면 ⓒ스카이데일리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 Y씨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공유사이트의 경우 자신들끼리 사진을 공유하는데, 맨날 보기만 하던 회원들의 경우 괜히 갖지도 말아야할 부채의식을 지녀 자신도 몰카를 찍어 보답하는 식으로 글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자랑스럽게 평가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더욱 가관인 것은 그런 게시물을 칭찬하고 추켜세우는 댓글들이 달린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이들 중 일부는 조건만남 혹은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과 성관계를 맺을 때 찍은 몰카를 올릴 경우 죄의식이 경감된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하기도 했다.
Y씨는 “상대적으로 업소여성의 경우 일반인 여성보다 도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다”며 “실제로 동영상이 올라오는 피해자들 중 업소여성이 상당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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