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내수 돈벌고 해외서 ‘적자 허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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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11 해외영업 손실 1000억원 웃돌아

김진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2-07-10 13:28:20

국내 금융기관들은 전형적인 관치의 그늘 아래 커왔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치열한 시장환경에서 자생력을 키워 왔다면 국내 금융기관들은 온실 속의 화초로 비유될 만큼 내수 시장 위주의 영업환경에 만족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시장 경쟁력이 지극히 약하다. 실제로 외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 및 증권회사(금융투자업체) 등이 외국 점포를 운영하면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그만큼 적자점포를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올 3월 기준으로 외국에 진출한 금융기관은 은행의 경우 고작 2곳에 불과하고 증권회사 19곳을 합치면 총 21곳이다. 영업장 64곳을 포함해 모두 93곳의 점포 및 사무소가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 홍콩 등 아시아지역에 몰려 있음에도 경쟁력이 미약하다. 유럽이나 미주 시장은 거의 진출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영업 체력이 얼마나 약한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적자 폭도 매년 눈덩이처럼 커져 작년에는 1천억원 이상에 달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감원의 ‘2011 회계연도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점포 영업실적’을 살펴보면서 같은 기간 국내 내수 영업실적(전자공시시스템)을 비교해 보았다.

▲ 해외에 진출한 국내 증권회사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 영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10일 밝힌 ‘20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국내 증권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에 따르면 대부분 지역에서 적자를 보여 당기순손실 액이 9380만 달러(1072억원)를 기록했다.

연도별 적자규모를 보면 2008년 1790만 달러(205억원), 2009년 770만 달러(88억원), 2010년 6260만 달러(716억원) 등이다.

올 3월말 현재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은 은행 2곳, 증권회사 19곳 등이다. 영업점포는 증권회사의 금융투자업 62곳과 은행 2곳 등 모두 64곳에 이르며, 현지 사무소까지 합치면 총 93곳이다.

▲ 자료:금감원 ⓒ스카이데일리

지열별로는 중국 25개(현지법인 11곳, 사무소 14곳), 홍콩 16개(현지법인 15곳, 사무소 1곳) 등 으로 아시아지역의 비중이 73개 78.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 적자 규모를 보면 홍콩지역이 전년대비 2880만 달러(329억원) 급증한 6680만 달러(764억원)로 가장 많은 적자를 보였다. 전체 해외점포 손실액의 70%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아시아지역의 대형 투자은행(IB)들의 홍콩시장 진출 확대 및 홍콩시장 브로커리지(중개,brokerage)부문 경쟁심화에 따른 원인으로 분석된다.

주요 진출 투자은행들은 일본의 다이와 및 미즈호, 중국의 국제금융공사·중국건설은행·중국은행, 인도의 리라이언스 등이다.

금감원은 “자기매매 규제 강화에 따른 대형 IB들이 brokerage 업무에 주력하고 기관고객들의 DMA(Direct Market Access, 고객직접거래)를 통한 주식거래 증가 등에 적자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홍콩에 진출한 금융기관들이 현지 리서치 인력을 대규모 채용하면서 중개업무에 주력했지만 이처럼 다른 국가의 경쟁심화 등에 따라 영업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일본과 영국, 중국 등에서도 같은 기간 전년에 이어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했다.

▲ 자료:금감원 ⓒ스카이데일리

이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에 따른 해외시장 여건 악화, 높은 신설점포 비중 등에 원인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리한 시장상황 및 특화된 영업전략 부재 등으로 해외 영업성과가 부진했다”며 “수익창출 능력 제고를 위한 현지 영업기반 확대 및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기관들의 해외진출이 확대됨에 따라 국내 증권회사의 리스크가 증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해외점포의 경영상황에 대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증권회사 FY’11 국내영업 실적 양호

해외에 진출한 국내 증권회사의 영업실적이 이처럼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같은 기간 국내실적은 매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인 시스템 ‘다트’를 통해 해외에 진출한 증권회사들의 실적을 확인해 본 결과 미래에셋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에셋의 FY’11은 전년대비 48.8% 증가한 2조132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572억원, 당기순이익은 1197억원의 실적을 각각 보였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205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2조5274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2075억원, 당기순이익 1374억원의 실적을 각각 보였다. 반면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622억원의 손실로 이 지역 진출 국내 금융기관중 손실이 가장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매출 3조원대를 보이고 있는 대우증권과 우리증권은 홍콩법인에서 각각 160억원과 20억원(우리투자)의 흑자를 올려 주목됐다.

▲ 아래 그래프는 업체별 매출액 증감폭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4월 1일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돌파해 2121.01을 기록했었다.

이어 9월 26일에는 1652.71로 저점을 찍은 후 올들어 1월 2일 1826.37로 상승세로 이어가다 3월 2일 2034.63으로 다시 2000대로 올라섰다.

손기숙 금감원 선임 조사역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내 증권회사는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매출이 오름세를 이어가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해외에 진출한 증권회사의 실적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jinsuac@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