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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사업본부의 금융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 수량의 감소로 인한 우편사업의 적자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복합점포, ISA, 금융협약 등을 통한 금융사업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른 아침 우편배달에 나선 집배원 [사진=박미나기자] ⓒ스카이데일리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 취임 후 금융업에 힘을 싣고 있는 우정사업본부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분야 경쟁력·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금융복합점포’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은 우체국 내에서 기존의 은행·보험업뿐만 아니라 증권업무까지 가능해질 수 있게 증권사를 입점 시키는 내용이 골자다. 입점에 참여할 제휴사는 공모형식을 통해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오는 15일까지 모집을 받은 후 이달 말께 제휴사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1월 첫 선을 보일 전망이다. 우체국의 금융서비스 강화 배경에는 김 본부장의 의중이 적극 반영됐다는 것이 우정사업본부 안팎의 시각이다.
그는 취임 초부터 우편사업의 적자상황을 지적하며 택배·금융분야에 시장원리를 도입해야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도 김 본부장은 “우편사업이 4년 연속 적자다”며 “택배·금융 서비스 품질이 민간기업보다 떨어지면 국민이 실망한다”고 강조했다.
중금리 대출, 민간 협업, ISA 등 다양한 시도…효율성 증대 효과는 미지수
김 본부장의 이 같은 발언 후 우정사업본부는 금융서비스 사업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올해 초에는 기존 예금·보험 업무에 한정돼 있던 우체국 금융업무를 여신업무까지 확장하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어 3월에는 우체국 특화 간편송금·결제 서비스 ‘우체국페이’를 출시하며 핀테크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속속 민간금융업체들과의 업무협약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5월에는 신한은행과 환전업무 관련 협약을 체결했으며 9월에는 KB국민카드와 협업해 ‘KB국민 우체국 스마트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당초 불가능했던 ISA정기예금도 선보였다. 현행법상 ISA는 신탁업을 허가받은 금융사에서만 계좌 가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우체국은 미래에셋증권과 협약을 맺어 정기예금을 출시했고 이로인해 ‘우체국 ISA정기예금’ 상품은 현재 미래에셋증권 창구를 통해서 판매되고 있다.
▲ 김기덕(사진) 우정사업본부장은 취임 당시부터 우편사업의 적자를 지적하면서 금융사업의 시장진출을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의지와는 별개로 우정사업본부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해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정부가 우정사업본부의 인사권, 예산집행권을 침해한 사례가 드러났으며 그로인한 전문성 약화가 수차례 논란이 돼 왔다. [사진=뉴시스]
적극적인 금융업 도전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경쟁력·전문성 강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정부와의 수직적 관계를 지목했다. 독립성 확보가 궁극적으로 우정사업본부의 경쟁력 향상이 초석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구조 상 과도하게 행사되는 정부의 영향력이 우정사업본부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며 “사실상 공공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체국 독립성 침해 미래부 發 낙하산…“非전문성·부패 실적악화 원인”
우정사업본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소관기관이다. 하지만 2013년 3월 통과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타 산하기관과 달리 독립직제로 운영되며 인사·경영권에서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 시행이 3년이나 지났음에도 우정사업본부는 여전히 미래부의 절대적인 영향력 하에 존립하는 상황이다. 특히 고위 임원직들의 경우 상당수가 우정사업본부 내부승진이 아닌 외부에서 수혈된 ‘낙하산’ 비판을 받는 인사들이다.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의 경우 개방형 고위공무원 공모 방식으로 선임된 ‘정통 우본맨’이다. 당초 이 같은 점 등이 부각돼 미래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우정사업본부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서울대학교 선후배 관계다. 최 장관은 전자과를, 김 본부장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처럼 얽혀있는 관계를 이유로 일각에서는 미래부의 영향력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한 인물로 평가하기도 한다.
우정사업본부 주요 임원진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서울대 출신이다. 이병철 경영기획실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나왔으며, 우체국의 양대 금융업무 중 하나인 보험사업을 맡고 있는 김정각 보험사업단장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특히 김 단장의 경우 금융위원회 출신으로 정부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인물로 분류되기도 한다.
▲ 최양희 미래부장관과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이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엮여있는 등 우정사업본부가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사업의 전문성·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중앙우체국이 있는 명동 포스트타워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6월 임명된 김 단장은 앞서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으로 근무했다. 그가 우정사업본부로 적을 옮기자 그의 빈자리를 윤창호 당시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이 차지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직함을 바꿔 단 셈이다.
낙하산 돌려막기와 같은 행태는 자연스럽게 우정사업본부가 여전히 행자부의 영향력에서 못벗어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19대 국회 문병호 의원실이 지난해 9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앞서 5년간 우정사업특별회계에서 6000억원을 전출해 공적자금출연금과 정부일반회계로 사용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기획재정부는 예금 특별회계에서 2600억원, 보험 특별회계에서 1000억원을 전출해 공적자금으로 사용했으며 예금특별회계에서 2600억원을 추가로 전출해 일반회계에 사용했다. 우편사업이 적자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우정사업본부의 수익금을 가져간 셈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편서비스 유지 및 신규 금융사업 투자에 대한 우려로 작용했다.
인사권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법 상 우정사업본부장은 3급 이하 공무원 임명권을 쥐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12월 미래부는 53명의 과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11명(4급 4명, 5급 7명)을 우정사업본부에 배치했다. 당시 일부 우정사업본부 조합원들은 “낙하산으로 인해 승진기회를 뺏겼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낙하산 인사는 우정사업본부 전문성 악화로 귀결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4년 10월 언론에 공개된 내부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100조원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의 자금운용인력은 71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71명 중 투자자산운용사자격증을 소지한 직원은 15명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4만여명의 고객에게 금융거래정보 조회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업무처리의 비전문성을 지적받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총 18만7931명의 개인금융거래정보를 조회 후 이를 수사기관에 협조 제공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이 중 24%에 달하는 4만4993명에게 조회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의거해 금융회사는 협조기관에 정보를 제공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명의자에게 그 사실을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앞서 8월에는 부패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의 보험자산운용과장은 자금 위탁 운용사로부터 뒷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이로 인해 한 달 넘게 해당 자리가 공석으로 방치된 바 있다.
▲ 우정사업본부는 금융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개선을 노리고 있지만 실적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우정사업본부의 자금운용실적은 시장대비 수익률에서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체국이 운용 중인 예금 자산은 62조원, 보험은 47조원에 달한다. 사진은 올해 우정사업본부가 추진했던 각종 금융사업 [사진=뉴시스]
결국 이 같은 총체적인 문제점들이 예금 62조, 보험 47조원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 실적 추락의 단초가 됐다. 민경욱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정사업본부의 시장 대비 금융투자 수익률은 적자 일색이었다.
우체국예금은 국내채권(0.13%)을 제외한 국내주식(-3.71%), 해외주식(-3.66%), 해외채권(-0.61%)에서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체국보험은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모두 각각 -2.63%, -3.22%, -0.5%, -1.4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임원의 인사도 정부의 낙하산 돌려막기에 이용될 정도로 우정사업본부의 독립성은 결여돼있는 상황이다”며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는 이상 그로인한 비전문성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정사업본부가 우편사업이라는 공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금융 산업에서 독립성을 확보해 전문성과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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