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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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지난 7월 출범한 금융소비자원은 설립된 지 한달이 채 안됐지만 금융계에 화제를 몰고 오고 있다.
CD금리 담합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집단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모집하는 공동 소송단에는 매일 100여명의 참가자가 모이고 있는 것이다.
또 집단대출의 경우 불공정거래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금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금융소비자원을 설립한 조남희 대표(51)는 “한국에서 금융소비자들은 너무 약하고 금융권은 대단히 거대합니다. 심각한 문제들이 많은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너무 많습니다”라고 개탄한다.
한국은 아직 금융소비자 운동이 생소한 편이다. 금융소비자의 편에 서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조남희 대표의 삶을 스카이데일리가 취재했다.
20년 베테랑 금융인, 금융소비자의 편에 서다
조 대표는 20여년을 금융계에 몸담은 베테랑 금융인이다. 그런 조 대표가 소비자운동에 뛰어든 것은 스스로 소비자 마인드로 무장해 있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신한은행과 신한종합연구소 등에서 20여년을 근무했다. 전략기획, 여신기획 등을 담당했으며 영업파트의 경험도 갖고 있다.
또 다양한 저술활동도 했다. 1993년 ‘개방화시대, 마케팅전략 외’(신한종합연구소), 2004년 한국 금융연수원의 교재인 ‘금융상품(공저)’, ‘간접투자상품판매(공저)’ 등을 저술했다. 한국금융연수원 강사를 역임했으며 신문칼럼도 다수 기고했다.
▲ 주택금융공사의 소비자 자문단에 참여한 조 대표(앞줄 오른쪽 첫번째)
이런 베테랑 금융인이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의 비상임이사를 맡으면서 소비자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회의 참석 정도의 활동을 했으나 지난해 상반기 상임이사를 맡으면서 소비자운동의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금융소비자연맹에서 사무총장까지 역임하면서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익위원 역할도 도맡았다.
한국 주택금융공사 자문위원,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맡는 등 활약이 전방위적이다.
그리고 금융소비자연맹이 여러 가지 한계를 보이자 이를 뛰어넘어 제대로 된 금융소비자운동을 펼쳐나가고자 새로운 소비자 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을 올 7월 창설하기에 이른다.
조 대표는 금융소비자원 창립에 대해 “금융의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와 법, 환경 등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며 “시민단체로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투명하고 건전하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면서도 올바른 거버넌스 체제로 운영되는 시민단체의 모델을 보여 드리도록 노력할 뿐만 아니라, 제시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원은 출범하자마자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금융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계획하고 공동소송단 모집에 나섰다.
또 집단 담보대출이 소비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출범한지 얼마 안돼 회원모집과 조직구성에 힘을 쏟으면서도 현안들에 대한 발언도 쉬지 않는 것이다.
근저당 설정비 소송 기획, 금융소비자 운동 선례 남겨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근저당 설정비 반환 집단소송은 조 대표가 직접 기획해 추진한 것이다.
역대 최대의 규모로 금융소비자 운동에 한 획을 그은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근저당 설정비 반환 소송은 지난 6월말 금융소비자단체들과 법무법인 등이 함께 은행과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근저당 설정비 반환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이다.
▲ 조 대표는 ‘학자금펀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가하는 등 금융관련 대외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오른쪽 두번째)
근저당 설정비는 은행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을 때 담보물의 근저당 설정을 위해 법무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등기비용 등으로 지금까지 소비자가 부담해왔다.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근저당 설정비는 은행이 100%, 인지세는 은행과 고객이 절반씩 나누어 부담토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금융회사가 부당하게 징수한 근저당 설정비를 돌려달라는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인당 평균 피해액은 53만원이며 승소 시 보상금액만 22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처음 시작할 때는 소비자를 호도한다고 공격을 많이 받았어요. 되지도 않을 일에 소리만 높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었구요”
이런 비판에도 포기하지 않고 문제의 핵심을 짚어낸 조 대표의 노력 덕분에 이 소송은 수 만명이 참여하는 집단소송이 됐다.
반환대상 금융기관은 1500여개, 피해자만 4만2000명으로 역대 최대의 금융소비자 집단소송이다.
조 대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근저당설정비소송에 대해 한국 금융소비자 운동이 발전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경험을 살려 최근에는 CD금리 담합에 대한 집단소송을 위해 공동소송단 모집을 시작했다.
CD금리 담합은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CD금리를 은행들이 담합해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는 의혹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조사를 진행한 바 있는데, 금융소비자원은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소비자들이 담합에 의해 더 많은 이자를 부담했다며 이를 보상하라는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조 대표에 따르면 공동소송단 모집은 처음 3일간 350여명이 참여를 신청한 이후 하루에 100여명 씩 참여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주택담보 집단대출, 심각한 사회문제 우려돼
이런 금융소비자들의 권익 보호운동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더욱 중요하다.
조 대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주택담보 집단대출을 예로 들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대출을 받아 집을 샀어요. 그런데 집의 가격이 떨어지니까 담보가치 하락한 만큼을 갚으라고 합니다. 못 갚으면 급여 압류하고 다른 계좌 압류합니다. 돈은 없고 집은 자기 것이 아니게 되고 개인의 삶이 아주 사라지는 겁니다”
조 대표는 IMF 당시 상가분양 대출이 사회문제시 되던 상황과 지금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상가를 담보로 집단대출을 한 후 담보가치가 폭락하자 대출 받은 사람들의 급여와 재산 일체가 압류되면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많았었다.
이때 이미 제기된 문제지만 금융당국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를 방치해 왔다는 것이다.
▲ 조 대표가 7월 23일 설립한 금융소비자원.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 담보대출을 신용대출로 전환할 경우 만기일시상환이 아닌 원리금분할상환을 권장한 금감원에 대해서도 “담보대출을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담보대출은 담보로 끝나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이익만 생각하고 내린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런 조 대표의 주장은 근거없는 얘기가 아니다.
미국은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채무불이행 시에는 담보물인 주택으로 금전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실 발생 시 개인의 신용평가에는 반영하지만 대출자의 책임은 담보물인 주택으로 한정되고 종결된다.
반면 한국은 담보대출임에도 담보가치가 하락할 경우 다른 재산이나 급여의 압류가 발생해 소비자에게만 무한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대출로 인생 자체가 망가질 위기에 처한 분을 생각해요. 사회초년생인데 그런 일을 겪어요. IMF 때 자살하는 분들이 속출했듯이 사회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막아야 해요”
조 대표는 이렇게 힘을 쏟고 있지만 금융회사나 금융당국의 인력풀과 전문성을 소비자운동이 일시에 뛰어넘기는 힘들다고 인정했다.
금융소비자를 위하는 전문가나 인력풀은 턱없이 부족해 소비자운동을 키워 나가기가 대단히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직과 전직을 막론하고 금융기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대단히 많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금융회사 쪽으로 고정돼서 소비자적인 사고로 문제를 볼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부분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그런 인력이 부족해서 많이 힘들죠”
한국 금융의 현실을 알고 전문성을 갖춘 금융인들중에는 회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양쪽 모두를 이해하고 공정한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회사에 치우친 인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운동을 함께 하기 힘들다고 한다.
“분명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문제가 있어요. 그런데 이게 불공정하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는 거죠. 문제가 있지 않냐고 이야기해보면 막연하게 ‘법에 근거를 두고 하는 일인데 문제없는 것 아냐’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죠”
이렇게 함께 할 전문가를 찾기도 힘들고 금융권에 비해 힘도 모자란 금융소비자운동은 결국 앞서나갈 수 밖에 없다.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이슈를 선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담보 집단대출이 그런 케이스죠. 먼저 선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슈를 끌고 온 것입니다”
금융소비자 운동은 이제 태동기를 막 지나는 시점이다.
조 대표와 같이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형태를 갖춰나갈 것이다. 미래의 금융소비자 운동을 위한 지금의 어려움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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