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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국가재원을 배분해 집행하기 위한 계획이다. 각 부처는 매년 1월 31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중기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재정운용의 기본방향과 목표, 경제성장률 및 세입규모 등에 대한 전망, 분야별 배분 계획과 투자방향 등이 포함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한다. 매년 예산 편성의 기본 틀은 경제·사회적 여건의 변화를 반영해 조정·반영된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배분이 이뤄져야 국가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더욱 든든하게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위축된데다 한국 주력 경제성장 기반인 수출마저 쪼그라들었다. 더욱이 헌정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라는 정치 리스크까지 겹쳐있다. 사실상 국정이 마비된 것과 다름없는 시기에 예산안 처리마저 실패한다면 경제 위기는 기정사실화될 수밖에 없다. 여야 3당이 법정 처리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밤을 새워서라도 예산안을 확정짓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하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최순실 예산으로 불리는 문화 사업 예산이 대거 삭감되자 자신의 지역구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불요불급한 선심성 민원사업을 증액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불거진 이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이에 대한 주변의 평가 및 반응 등에 대해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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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정사상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내년 예산안 심사에 나섰지만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순실 예산이 깍이자 국정농단 사태 책임의 최일선에 있는 이정현(사진) 새누리당 대표가 당초 정부안에도 없던 선심성 지역사업에 예산을 수백억이나 추가시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400조원에 달하는 내년 정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법정 시한이 내달 2일로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밀려 예산안 심사는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
국회는 뒤늦게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위해 심사에 나섰지만 이 마저도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새어나온다. 또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문화 사업 예산이 대거 삭감됐는데, 이를 대신해 국회원들이 염치 불구 선심성 지역민원 사업들을 잇따라 집어넣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탄핵안 반대를 고집해왔다. 정계 안팎으로부터 사퇴를 요구받는 상황에서도 국정수습 ‘책임’을 외치며 버텨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의 정치적 행보를 두고 진정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국민·순천시민 바보 만든 이정현…최순실 예산 1700억 삭감 후 지역구 234억
▲ 자료: 기획재정부
정부는 지난 9월 2일 국무회의를 거쳐 400조7000억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헌정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로 불리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예산안 심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국회는 지난 7일에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소위를 가동해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는 내년도 예산 중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관련돼 있는 예산 1700억원 이상을 삭감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교문위 소속 주요 의원들이 선심성 지역사업 예산을 대거 증액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새누리당 내 친박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이 대표는 정부안에도 없던 지역 사업을 신규로 집어넣어 234억원을 추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 대표는 최순실게이트 이후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아왔음에도 ‘버티기’로 일관해왔다. 온갖 사퇴 요구에도 그는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당 대표로 남아있는 동안 개혁안을 제시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12월 21일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정현 대표를 향해 연말 지역구 예산을 챙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교문위 소속인 이 대표는 ‘최순실 예산’으로 불리는 문화 사업 예산이 삭감되자 자신의 지역구인 순천시에 선심성 지역 사업을 증액했다.
▲ 자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2017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세입세출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심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는 순천만 야간경관 조성사업 및 순천 유소년·청소년 다목적수영장 건립에 각각 50억원과 순천 유소년·청소년 스포츠센터 10억원 등을 증액했다. 또 전남의 골프실습시설 100억원, 천연기념 공원 조성사업 24억원 등을 추가하는데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사 과정이 남아있어 내년 예산 확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 국정농단 사태 ‘책임’을 이유로 사퇴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선심성 지역사업 예산을 늘린 것을 두고 정계 일각에서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정치적 이기주의로 지역 민심잡기에만 나선 것은 사실상 온 국민을 배신하는 행태일 뿐만 아니라 국민은 물론 순천시민도 바로로 전락시키는 행태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또 “국정농단 책임의 최일선에 있는 당 대표가 최순실 예산이 깍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역구 예산을 챙긴 것은 친박의 핵심임을 자청해온 사람이 정작 정치적 위험상황이 닥치자 박 대통령을 버리는 깃발을 공개적으로 흔든 행위와 다르지 않다. 사실상 자신이 모시던 주군을 물 먹인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힐난했다.
이정현 대표, 사퇴 압박에도 ‘버티기’ 일관…새누리당 지지율 3위 곤두박질
이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로 버티고 있는 동안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동반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 지지선마저 무너지며 4%로 내려앉은 이후 새누리당 지지율은 원내 3위로 내려앉았다.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발표한 11월4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8주째 하락해 16.7%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33.4%로 1위, 국민의당이 17.9%로 2위다. 당 지지율 집계 이후 새누리당이 국민의당에 뒤쳐진 것은 처음이다.
▲ 자료: 리얼미터 ⓒ스카이데일리
심지어 새누리당은 서울과 경기·인천, 충청, 호남 등 대부분 지역에서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에 밀려 3~4위로 내려앉았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 이 대표가 버티기로 일관한 것이 오히려 여당 분열과 국민적 신뢰 하락은 물론 국정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지역사업 예산을 증액시킨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기보다 자신의 보신을 위한 배신의 정치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행적이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음에도 자신의 주변부터 챙긴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배신이라는 것이다.
이에 정재계 안팎에서는 결국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 취임초부터 보여줬던 파격정인 정치 행보가 결국은 이미지 정치 일환이라는 평가가 기정사실화됐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8·9 전당대회 당선 다음날인 지난 10일 돌발적인 계파 이해 발언이 주를 이뤘던 최고위원들의 모두발언을 제한하겠다며 회의를 전면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당시 그의 행보를 두고 긍정적인 반응과 비판적인 시각이 공존했다. 당·청간 긴밀한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와 청와대의 일방적 지시를 받는 수직적 관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실제 당시에도 당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의 최고위 발언 제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일례로 친박계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최고위원이 ‘화두’도 던지지 못하게 하는건 지난친 조치”라며 “최고위원들과 사전 조율로 해결하면 될 문제를 차단하고 보자는 식은 통제적 리더십”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이 대표의 정치적 행보를 살펴보면 진정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게 의문이다”이라며 “사퇴를 미루고 버틴 이유도 결국 예산안 편성에서 지역 민원사업을 추진해 호남에서 4선을 하려는 의혹이 일고있는만큼 이른바 ‘순장조’라고 보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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