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애플 금메달’은 영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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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2-08-23 02:58:35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이 승승장구를 계속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숙적 라이벌인 삼성전자에 밀리는 형세지만 회사가치인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와의 간극을 나날이 벌리고 있는 중이다.

애플은 미국 기업의 역사를 다시 써온 이른바 위대한 기업들의 기록을 하나씩 제치며 결국 최고의 기업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애플 시총은 지난 2007년 10월 IT공룡이라던 IBM을 넘었고 1년 5개월만인 2009년 3월에는 글로벌 거대 제조업의 대명사인 제네럴 일렉트릭(GE)까지 제쳤다.

애플의 성장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바로 며칠 전인 2012년 8월에는 전 세계 IT업계의 전무후무한 황제였던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MS) 시총까지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지난 1999년 12월 6163억4000만 달러(약 699조)로 역대 최고 시총기록을 보유해 왔다.

애플이 이처럼 MS를 발 아래 두면서 전 세계 기업들을 모두 무릎꿇린 ‘자본주의 신기록’으로 ‘기업가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20일 기준 애플은 주당 665.15달러를 기록해 시총 6325억2000만 달러(약 707조)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가까운 막대한 기업가치다. 2위인 엑손모빌의 4059억7000만 달러(약461조) 보다 2175억7000만 달러(247조)나 차이가 났다.

우리가 관심이 가는 대목은 한 때 애플을 능가할 것처럼 태풍이 휘몰아쳤던 페이스북이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 초기투자자들까지 대량의 지분매각에 나서면서 페이스북의 앞날이 도무지 안개속이다.

페이스북 초기투자자가 내다 판 주식은 무려 보유주식 2560만주 중 무려 2000만주나 됐다. 이 투자자가 챙긴 돈은 3억9580만 달러(약 449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페이스북의 주가가 최저점을 기록한 시점과 비슷한 상황에서 처분했다는데 있다.

페이스북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풍선처럼 급속히 팽창한 SNS업체 전반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SNS가 마치 세상을 지배할 것 같은 IT의 첨단업종으로 떠올랐으나 이처럼 ‘패선’이나 ‘유행’의 기운을 타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 때 과거의 동창들을 찾아주는 사이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일이 있다. 당시 이 싸이트는 마치 국내 IT 기업들을 일거에 천하통일 시킬 듯 위력이 막강했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유행이 사라졌다.

애플이 이처럼 신예 신기몰이를 할 것 같았던 SNS를 가볍고 누르고 최고의 가치를 구가하는데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 하나는 아이폰5 출시에 대한 기대감과 높은 영업이익률이고, 또 하나는 애플이라는 잡스의 영혼이 여전히 기업을 강인하게 떠받치고 있는데 있다.

대부분의 시장 분석가들은 전자의 이유 때문에 애플의 황제주가가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2분기 매출 350억 달러(약 40조)에 영업이익 116억 달러(약 12조)로 영업이익률이 33%에 달했다. 순이익도 88억 달러(10조)를 달성하는 ‘알짜 수익’을 시현했다.

같은 기간 라이벌 삼성전자는 매출이 47조원으로 애플보다 많이 앞섰고 스마트폰 판매대수도 4870만대로 애플의 2600만대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7조원으로 영업이익률이 애플의 절반도 안 되는 14.3%를 보였다. 순이익 역시 5.2조로 애플의 반밖에 못 건졌다.

애널리스트들이 애플의 시총이 높다고 보는 수치는 이처럼 분명하다. 실제 수치의 근거가 틀리지 않는다. 똑같은 물건을 팔아도 고부가가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애플의 수익가치는 1등을 인정받을 이유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실적보다 기업에 담겨 있는 영혼을 우선가치로 보고 싶다. 어떤 기업이든 CEO와 구성원들이 단순한 기계적 사고방식으로 일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반면 임직원들이 영혼의 가치를 맺어 가면 그 어떤 난관도 돌파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미래가치를 크게 창출한다.

주식이 미래가치를 함께 담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의 가치는 바로 영혼의 가치위에 세워진 기업역사의 금자탑이다. 삼성전자가 비록 시장에서는 적으로 만나는 기업이 애플이지만 이토록 높은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이유를 진정성 있게 배워야 한다.

창업주가 없는 회사임에도 애플은 여전히 건재하다. 더구나 애플은 삼성전자처럼 부품제조를 하지 않아 언뜻 보아서는 미래가치가 미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기업이다. 생산시설 없이 외주를 주면서도 이 같은 가치를 유지하는데는 애플이 갖고 있는 미래지향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금 미국에서 자존심과 사운이 걸린 가히 ‘신들의 대결’을 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해 장악하고 있는 두기업의 ‘맞짱 승부수’(본안소송)는 일단 금명간 판가름 난다.

이 시점에서 삼성전자에게 권고하고 싶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기든 지든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삼성전자라는 기업에 ‘경영’만 있고 ‘영혼’이 없다면 그 실적은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래간다고 해도 알짜수익을 내기 어렵다.

위대한 기업은 사회적 존경을 받는 기업 보다 냉철하지만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국민들에게 기여할 수 있도록 영속해서 승승장구해 가는 기업이다. 경영과 기술의 이면에 영혼이 스며들지 않으면 지속적인 확대·재생산과 이를 통한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했던 일본의 전자·IT업계들이 왜 줄줄이 우리 기업에게 무릎을 꿇었는지를 고민하면 애플의 가치가 왜 높은 가도 새김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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