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잃은 일본, ‘도둑심보’ 버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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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2-09-08 00:01:23

▲세계 3대 신용평기관 중 하나인 피치(Fitch)가 최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신용 전망도 ‘안정적’(stable)이라고 했다. 지난 2005년 10월 ‘A에서 A+’로 상향된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AA- 등급은 1997년 회환위기 이전 등급이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위기 이전의 호황기 신용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A+ 등급인 중국과 일본보다 높아졌다는 부분이다. 3대 신용평가기관 중 유일하게 피치가 사상 첫 일본 보다 우리를 위에 세웠다. 지난해 GDP 규모로 보면 한국(1조1162억 달러)은 일본(5조8695억 달러)과 중국(7조2981억 달러)에 비해 각각 5.3배, 6.5배나 작다. 특히 우리 보다 ‘영원히 앞선 주자’로 남아 있을 것 같았던 일본이 우리의 후순위에 서게 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에 뿌듯한 일이다. ▲툭하면 온갖 멸시와 질투, 침략을 일삼는 일본의 ‘무한독식’ 욕구는 최근 우리에게 그 욕심의 끝이 독도로 향해 있다. 하지만 신용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것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원론으로 통한다. 과거 최고등급을 자랑했던 일본의 신용이 주저앉은 것은 집안이 망해가는 징조가 보임에도 ‘무식한 억지’로 ‘남의 나’라는 타인의 주체를 쉽게 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늘 자신이 진리이고 기준인 것처럼 행동하는 일본은 늘 남의 것을 탐하고 빼앗아온 ‘도둑근성’에, 그것도 모자라면 총칼로 강도짓 하는 ‘양아치 기질’을 버리지 못해 왔다. ▲피치는 한국이 일본을 앞선 배경에 대해 ‘국가채무비율’을 들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는 34%인데 반해 일본은 212%에 이르는 것이 주 요인이었던 셈이다. ‘알짜 부자’를 자처해 온 일본의 수모다. 아니 예정된 일이기도 했다. 거품경제가 꺼진 잃어버린 20년이 지나는 동안 제조업 붕괴, 천문학적 재정적자, 무역수지 적자 등 삼각파도가 일본을 덮쳤다. 여기에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에 따른 원자력발전 ‘제로가동’ 등이 일본경제에 임계점을 찍게 했다. 문제는 정치의 후진성으로 미래마저 암울한 일본이다. 국채의 대부분을 내국인이 갖고 있고 저금리에 내실이 충분한 일본이라고 해도 일본 최대의 위기는 쉽게 극복될 일이 아니다. 신용을 잃으면 모든 것이 끝인 일이 일본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 주요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추세 속에서 2개의 신용평가사가 우리 신용등급을 상향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올들어 A레벨 이상 국가들에 대한 3대 신용평가사의 등급 또는 전망의 상향·조정은 전무했다. 아울러 지난해 이후 A레벨 이상 국가들 중 복수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이 상향조정된 국가도 전무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동일년도에 복수의 신평사에서 등급을 상향·조정한 것은 2005년 이후 최초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총 4회에 불과한 일이었다.

▲ Fitch 기준 AA-는 지난달 27일 Moody's가 부여한 Aa3와 동일한 등급이다. Fitch와 S&P는 AA-, AA, AA+로 표기하는 반면 Moody's는 동일 등급을 Aa3, Aa2, Aa1으로 표기한다.

▲ 국가신용등급 상향은 국내 금융기관·기업 등의 신용등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가산금리 하락으로 국내 금융기관·기업 등의 해외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Moody's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시 함께 ‘Aa3’ 등급으로 조정된 산업은행의 경우 9.6일 10년물 달러 공모채 7.5억불을 T(미국채 10년물 금리)+155bp의 매우 낮은 금리에 조달(‘11년 8월 이후 국책은행의 10년물 평균조달 금리는 T+270bp 수준)했다. 특히 우리나라 CDS는 무디스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후 주요 아시아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8.24: 107bp → 9.5: 99bp)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한국(99bp)과 중국(100bp)의 CDS 금리가 사상 최초로 역전되기도 했다.

▲ Fitch는 이번 조정배경으로 ①불안한 대외여건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실물·금융부문 안정성 ②튼튼한 거시경제정책 체계(재정규율 지속 등) ③구조적 여건(소득·사회·정치부문의 안정 등) 개선 등을 제시했다.

▲ 우리나라는 ’AA‘ 그룹 국가들에 비해 2007~2011년 중 실질 GDP 성장률이 더 높고 성장·물가 변동성은 더 낮았다. 이 기간 중 성장률 평균도 한국은 3.5%로 비교적 양호했다. ‘AA’ 국가군 중앙값은 2.7%였다.

▲ Fitch는 건전재정기조가 지속되고 국가채무 감소 등이 이루어질 경우 향후 등급의 추가 상향조정이 가능하며, 고령화에 따른 재정부담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①부채가 많은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출비중이 높은 은행부문 자산의 질(質) 또는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②북한의 갑작스런 붕괴(통일비용 발생) 등이 발생할 경우 하향조정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 자료:기획재정부

▲ 도표 ⓒ스카이데일리 최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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