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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구미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측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직원은 문병준 주임이다. 그는 E5공장에 대한 근로환경에 대해 문제를 삼다가 회사 측으로부터 내부고발자란 낙인이 찍히게 됐다. 사진은 구미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공장 ⓒ스카이데일리
그런데 최근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1위 기업의 명성에 오점을 남길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위상과 달리 내부 직원 단 한 사람과 첨예한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것도 모자라 그 과정에서 잡음까지 새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글로벌 기업의 생산전초 기지’격인 경상북도 구미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불거져 나왔다.
“공장의 열악한 작업 환경, 언론 제보로 관계당국 단속 실시됐지만 솜방망이 처벌”
스카이데일리와 만난 문병준 주임은 지난 2006년 처음 입사한 후 올해로 12년째 LG디스플레이에 몸담고 있다. 그는 근로자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열악한 처우를 문제 삼다가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져 현재는 제2노조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문 주임은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을 상세히 설명했다. 문 주임과 사측 간에 일어난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주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9월부터 LG디스플레이 구미 E5 공장에서 근무하게 됐다. 새롭게 맡은 작업은 OLED제조에 필요한 유기화합물을 다루는 일이었다. 문 주임은 어느날 공장 내부에 정체모를 하얀색 분진이 계속 떠다니는 것을 목격했다. 분진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으나 계속 흡입하면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심할 땐 생명의 위협마저 느꼈다.
문 주임은 분진의 원인이 공장 환기장치 미작동 때문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즉각 현장 담당자에게 환기장치가 전원을 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소배기장치는 두 달여 넘게 단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다. 회사가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개선의지가 없자 결국 그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기자에게 해당 내용을 제보했다.
제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당 사실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E5공장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현장점검은 큰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게 문 주임의 설명이다. 사측에서 현장점검에 나온다는 정보를 사전에 알고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 문병준(사진) 주임은 작업당시 공장 내부에 날리던 하얀 분진이 인체에 해로울 것으로 판단하고 환기장치 가동을 요구했으나 시정조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는 해당 사안을 언론에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스카이데일리
이어 그는 “고용노동부의 점검 전에는 단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던 문제의 국소배기장치도 그날 처음으로 가동됐다”며 “결국 LG디스플레이는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물질안전보건자료) 관련 교육 및 특수건강검진 등의 미실시에 따른 시정조치 명령 및 과태료 65만원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MSDS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기재한 자료다. 제조자명·제품명·성분과 성질·취급상의 주의·적용법규·사고시의 응급처치방법 등이 기입돼 있다. 문 주임을 비롯한 현장근로자들은 고용노동부 점검 이전에는 해당 자료에 대한 내용을 교육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사전 고지 후 현장점검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고용노동부 구미지청 관계자는 “공장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연락을 한 것일 뿐 언제 어떻게 무슨 일로 점검하겠다고 알리지 않았다”며 “당시 점검 결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도 법리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점검 전에 어느 정도 준비 작업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그렇다고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사전에 유해 물질을 여자 탈의실로 치운 이유는 학교 다닐 때 장학사가 오면 지저분해 보이는 것을 치우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며 “즉, 점검 받기 전 불필요해 보이는 물건을 치운 것뿐이라는 의미다”고 덧붙였다.
짙어지는 구미공장 내홍…노조 관련 비판적 기사 보도 후 ‘내부고발자’ 낙인
▲ LG디스플레이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연이어 나가자 사측에서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탐색을 실시했다. 문병준 주임은 내부고발자로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문 주임은 “공장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내용만 제보했을 뿐 노조에 대한 내용은 제보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구미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공장 ⓒ스카이데일리
해당 기사는 “LG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이 사측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소위 ‘어용노조’나 다름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사에는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노조비 사용내역 비공개 문제, 노조위원장 투표 시 반대를 찍은 사람에 대한 불이익 제공 등의 구체적인 정황까지 상세히 실려 있었다.
해당 기사가 보도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 조직인 노경협력팀(이하·노경팀) 관계자 두 명이 문 주임을 찾아왔다. 그들은 문 주임에게 휴대전화 통화목록 열람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조에 대한 비판 내용을 언론에 제보한 인물로 문 주임을 지목하고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 주임은 “처음 조사를 받을 때는 내부고발자가 아니기 때문에 통화목록 열람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다고 하자 사측은 경찰을 동원한다고 협박했다”며 “경찰을 동원한다는 말에 불안한 마음이 들어 앞서 공장의 열악한 환경을 언론에 제보한 사실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당시 조사에서 공장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내용을 제보한 것이지 노조와 관련된 내용은 ‘내가 제보한 것이 아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문 주임에 따르면 그는 처음 조사를 받은 다음 날 약 4시간 가량에 걸쳐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 과정에서 문 주임은 ‘이번 일로 향후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냐’고 묻자 노경팀 관계자는 ‘진술서 동의는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을 테니 모르는 척 하던 일을 계속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문 주임은 전했다.
그러나 문 주임에 따르면 실상은 달랐다. 문 주임은 업무 지시를 받지 못하고 없는 사람 취급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앉아 있는 상황이 약 2달여 간 계속됐다. 그러는 과정에서 주변 동료들로부터 “현장 반장이 ‘범인은 문병준이었다’며 너를 배신자로 몰아가는 것 같다”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다.
▲ 문병준 주임은 언론에 제보한 사실을 시인한 후 업무에서 두달여 동안 배제됐고, 급기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우울증 판정을 받은 문 주임의 진단서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문 주임은 두 번째 노조 비판 내용을 담은 기사에 대해서는 제보자가 자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노조 관련 내용을 기자에게 제보한 적이 없다”며 “해당 기자 역시 다른 제보자들로부터 사안을 제보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카이데일리는 노조 관련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확인을 시도했다. 해당 기자는 기사의 취재 과정을 묻는 질문에 “처음 공장 내부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자 그동안 공장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제보가 빗발쳤다”며 “노조 관련 기사의 내용에 대한 제보자는 원칙 상 정확히 누군지 밝힐 순 없지만 문 씨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문 주임은 내부고발자 색출 과정에서 노경팀으로부터 당했던 협박·강요·모욕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을 이유로 당시 조사를 실시한 노경팀 담당자를 고소한 상태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여전히 문 주임이 고소인 5명의 전화번호를 언론에 공개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문 주임이 직접 그렇게 진술했으며,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로도 정황상 (제보한 것이)맞다고 판단된다”며 “개인이 가진 회사에 대한 불만이 왜곡되게 전달돼 악의적 성격의 기사가 계속 나오니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내부제보자를 찾게 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문 주임이 직접 진술했다는 증거가 있냐’고 묻자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녹취록이 있다”고 답했다. 직접 해당 녹취록을 확인해 본 결과, 문 주임이 회사 측과의 대화에서 공장 내 열악한 환경에 대한 제보는 시인하는 내용은 담겨있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및 노조 관련 기사를 제보했다고 정확하게 시인하는 내용은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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