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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증권은 최근 무리하게 몸집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이 넘는 증권사를 상대로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을 허용하고 절반 이상을 기업금융에 사용하는 것을 허가했는데, 삼성증권은 IB부문의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삼성증권 본사가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 ⓒ스카이데일리
최근 삼성증권이 ‘대형증권사’의 상징인 자기자본 규모 4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IB부문의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우려를 사고 있다. 대형증권사들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IB부문 수익성은 회사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라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9일 금융위원회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자기자본 규모 4조원 이상 금융회사가 된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년 이내 어음을 발행·중개할 수 있는 등 단기금융업무를 시행함에 있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4조원을 웃도는 자본규모를 갖춘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6조7000억원) △NH투자증권(4조5000억원) △한국투자증권(4조2000억원) △KB증권(4조1600억원) 등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의 소극적 행보가 경쟁력 약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보수적 경영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기업공개(IPO)·증자·회사채발행 등을 담당하는 IB부문 실적이 중소규모 증권사들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4조 갖춘 뒤 문제”…삼성증권 IB 견인차 IPO실적도 업계 하위
지난해 삼성증권 IB부문 순영업수익은 총 326억원이다. 세부적으로 ▲DCM(채권발행시장) 48억원 ▲M&A 90억원 ▲ECM(주식발행시장) 76억원 ▲구조화금융 111억원 등을 나타냈다.
IB수익은 전체 수수료 수익(4960억원)의 6.6%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 2117억원의 15.4%다. 이 수치는 삼성증권보다 자본규모가 적은 업체들보다 낮은 비율이다.
자본규모 3조410억원인 신한금융투자증권은 영업이익 대비 17.0%의 IB수익비율을 기록했다. 1조9014억원, 1조8161억원의 하나금융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도 각각 18.5%, 39.0%의 비율을 나타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주들의 IPO를 주관하며 관련수익이 전분기 대비 126.9% 증가한 123억원을 기록했다”며 “반면 그 외 다른 투자부문에서는 대형사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뒤쳐진 실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삼성증권 IB실적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IPO 역시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업계 하위권을 맴돌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대형 IPO를 연이어 맡았던 삼성증권의 IPO 공모실적은 2087억원이었다. 이는 2015년 3606억원보다 42.1% 감소한 수치다. 감소율 역시 2015년 35.6%보다 확대됐다.
증권사들 중 지난해 가장 좋은 IPO성적을 기록한 곳은 한국투자증권(1조1503억원)이었다. 이어 ▲NH투자증권(7016억원) ▲신한금융투자(5533억원) ▲미래에셋대우(미래애셋증권+미래에셋대우·5234억원) ▲대신증권(4761억원) ▲하나금융투자(3675억원) ▲KB증권(현대증권+KB투자증권·3458억원) 순이었다. 삼성증권은 이들에 이어 8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타 증권사에 비해 보수적 경영특색을 갖고 있는 삼성증권이 대형증권사로 발돋움했지만 타 분야의 실적 상승을 위해 변화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타 대형사가 주력하고 있는 부문에서 리스크 부담 때문에 소극적인 투자성향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삼성증권 관계자도 “현재 IPO 인력규모 경쟁력이 절반 수준이다”며 “내부적으로 올해 IPO인력을 현재 14명에서 최대 10명 더 충원하는 등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무리한 자본 확충, 거대자본 후 경쟁력 실종 우려감…장점 ‘자산관리’ 치중 발목
▲ 자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스카이데일리
금융위원회가 자본규모 4조원 이상 증권사에 혜택을 주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부터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은 해당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무리하게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자사주 10.9%를 삼성생명에 전량 매각해 2900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3383억원의 유상증자를 신주 발행했다. 문제는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자산규모를 키우다 보니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대거 낮아졌으며 추가 하락 우려까지 있다는데 있다.
또한 기존 강점인 자산관리(WM)부문의 약세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통합자산관리’를 기조로 특화전략을 내세웠던 삼성증권이 부동산 사모펀드 등 상품개발에 주력하다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삼성증권은 전년에 비해 실적이 부진하자 윤용암 사장을 필두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고객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직원평가지표도 수익률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사모형 부동산펀드 등 고객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발굴했다. 삼성SRA자산운용과 9000억원 상당의 독일 최고층 빌딩인 ‘코메르츠방크타워’에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펀드상품 등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자산관리 사업의 벤치마크가 돼 왔으나 실적을 의식해 사업방향을 흔들어 익숙하지 않은 사모형 부동산펀드 등으로 확장하다 실적이 악화됐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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