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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이 세상엔 언제든지 빈곤한 자들이 그치지 아니하겠다는 것이 성경의 생각인 것 같다. 우리들의 주변에서도 빈곤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말 할 것도 없이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피나는 하루의 삶을 살아야 한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이 가난 때문에 겪는 것은 단지 의식주의 부족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로부터 받는 멸시와 사회적인 차별 또한 다양하고 심각하다. 어쩔 수 없이 빈곤한 자는 이웃에게도 미움을 받게 되고 형제에게도 심지어는 친구에서 까지도 미움을 받게 된다.
참으로 모순되게도 빈곤한 자는 학대를 받고 있는 것까지도 빼앗긴다. 더구나 안타깝고 마음 아픈 것도 빈곤한 자의 송사는 공평한 처리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빈곤한 자는 그 지혜조차도 멸시를 받고, 지혜로운 말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그 지혜로 정답을 구한다 해도 빈자라는 이유로 그 이름이 기억되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빈곤한 자들이 앉고 누울 수 있는 곳은 진토와 거름더미 밖에는 없다. 부자들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난한 자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모두 빼앗으려는 아주 못된 습성을 갖고 있다.
“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자에게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그를 건지시로다” <시편 41:1>
우리아를 전쟁터로 보내 죽인 후 그의 아내 밧세바를 범하고 아내로 맞이한 다윗을 책망하기 위해 나단 선지자가 한 이야기는 부자들의 습성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양 100마리가 있는 사람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이 부자는 자기가 소유한 양을 잡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많은 시간 고민을 하다 결단을 내렸다. 바로 자기에게 빚을 진 사람의 양을 잡은 것이다.
그 사람은 너무도 가난하여 겨우 양 한 마리를 갖고 있었는데 그만 빚 때문에 딸처럼 애지중지하면서 방에서 기르고 있던 양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부자는 그 양을 빼앗아다가 손님을 접대했다.
이처럼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부자들은 자기의 것을 써야 할 때에는 몹시도 아깝게 생각하고 인색하다. 대개의 경우 이런 부류의 사람은 가난한 사람의 아주 작은것까지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렇게 불의한 부자들에 의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당하는 착취의 모습, 상부구조의 상층민들에 의해서 하부구조의 하층민들이 당하는 억압의 모습은 예언서에서 살펴보면 정말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불끈 치밀어 온다.
“가난한 자를 삼키며 땅의 힘 없는 자를 망하게 하려는 자들아 이말을 들으라...” <아모스 8:4>
옛말에도 ‘가난은 나라 임금도 막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모두를 구제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성실히 행하는 가난한 자는 사곡히 행하는 부자보다 나으니라”는 말씀이 있다해도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으로 취급 받으며 산다는 것은 몹시 견디기가 어려운 일이다.
온갖 수모를 겪어야 찬밥 덩어리라도 얻어 먹을수가 있고 온갖 멸시 천대를 감내해야 허름한 옷이라도 얻어 입을 수가 있다. 이렇게 어떤 사회에서 가난하게 살아야 된다는 것, 가난 때문에 가릴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옛적에는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제는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 버린지도 오래다. 가난의 비극을 불행하게도 자기의 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자녀들에게 그 자녀들에게 대물림이 될 경우가 많아졌다.
개천에서는 이제 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가난의 대물림은 바꿀 수 없는 운명으로 자연스럽게 세습화 되어 가고 있는 슬픈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가난한자들이 당하는 억압과 착취와 멸시는 그 사회에 대한 반감과 적개심을 마음속에 키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묻지마 사건’이 숫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 빈곤한 자들에게 과연 국가에 대한 충성과 민족에 대한 사랑을 요구하고 기대할 수 있을까? 무리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대선을 겨냥 무책임한 무상복지공약을 마구 남발하면서 오히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취약계층에게는 ‘목숨’ 만큼이나 중요한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내년에 8만여명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기초수급자로 지정되면 생계∙의료∙주거 등 무려 7가지 분야의 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다. 휴대전화 통화료 50% 감면, 전기요금 20% 할인, 영구임대주택 입주 등 크고 작은 혜택까지 합치면 52가지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기초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면 모든 혜택이 한번에 사라진다. 문제는 수급지원이 끊기는 8만명 중 상당수는 부양할 능력이 있는 자식이 있거나 단 몇만원이라도 수입이 있다고 판정된 사람들이지만 실제는 부양능력이 되지 않을 만큼 어렵고 수입 또한 1~20만원에 불과하다.
국가가 탁상행정으로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기초생활수급대상을 줄이게 된 이유는 정부와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강조하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에 예산으로 빈곤층에게 돌아갈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 들어서 만 0~2세 무상보육에 1조원 이상을 쏟아 붓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반값 등록금’ 등 각종 ‘무상복지’ 공약을 내세워 표심 얻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선거의 해’를 맞아 각종 선심성 예산이 집행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저소득층의 상대적 소외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한 곳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악취를 풍기며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있는데 또 다른 지구촌 한 구석에서는 굶주림으로 눈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성경은 그리스도인들의 물질, 소유에 대해 “너희를 위해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가르친다. 이처럼 성경의 교훈은 우리가 가진 재화를 자기 충족의 소유로서만 안주하기 보다는 물질의 사용목적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숭고한 헌신적 사랑, ‘고귀한 신분’ ‘책임이 있다’라는 뜻이 담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ce)’의 마음이 아쉽게도 이 땅에서는 쉬이 구현되지 않고 있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더도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추석이 다가온다. 이때만이라도 내 가난한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나눔의 삶을 사는 우리가 되어보자.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리라...” <누가복음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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