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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우순 의약전문 칼럼니스트
1원 낙찰은 불합리한 경쟁 구조의 산물
1원 낙찰은 병원의 의약품 구매형태가 원내와 원외로 분리돼 있는 구조에서 발생한다. 아래 표에서 보듯 2011년 현재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보험약 규모는 13조4000억 원이다. 이중 31%는 의료기관(입원환자용)으로, 69%는 약국(외래환자용)으로 각각 공급된다. 의료기관 중에서도 종합병원에 공급되는 보험약 규모는 약 2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의약품을 구입하는 병원은 종합병원 중에서도 국공립병원과 대형 사립병원들이다. 그리고 1원 낙찰은 이들 병원의 공개경쟁입찰에서 주로 발생한다.
결국 제약산업 7대 강국을 실현하려는 정부가 본의는 아니겠지만, 공공기관을 앞세워 상식 이하의 가격으로 의약품을 구입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국공립병원과 대형사립병원에 국민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처방의약품을 1원에 팔고 있는 제약회사들이 과연 이익을 실현해 신약개발에 재투자하고 나아가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종합병원의 보험약 구입 측면에서 볼 때 1원 낙찰의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국공립병원과 대형사립병원은 대량구매에 따른 강력한 구매력(buying power)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통상 이들 병원은 입원환자용 보험약의 4~5배 규모에 이르는 외래환자용 보험약 처방권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 원내 처방목록(Code)과 원외 처방목록을 일치시키고 있다. 즉 입원환자용 보험약 공급권을 확보해야만 4~5배 시장이 보장되는 원외처방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제약사는 어떻게든 원내 코드를 확보하는데 사활을 건다.
셋째, 이들 국공립병원의 입찰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저가입찰제를 실시한다. 결국 병원은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1원 낙찰을 사실상 유인하고 제약사는 과당경쟁 구조 속에서 원외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여기에 적극 가담하는 형국이다.
환자 차별과 유통질서 문란의 병폐 심각
▲ ⓒ스카이데일리
이 점에서 1원 낙찰은 의약품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한다. 나아가 입원 환자는 공짜로 약을 사용하지만 원외 환자는 제값을 다 주고 약을 먹어야 하니 가격으로 치면 수십, 수백 배의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한다.
출하가격을 통제하거나 가격협상력 부여해야
그럼에도 1원 낙찰 근절 해법의 실마리는 좀체 보이질 않는다. 법적 쟁점은 무수히 제기되고 있지만 거래 당사자인 병원, 도매, 제약사 모두 특정 관계 법령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각 주체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이 임했던 결과가 1원 낙찰로 귀결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두 가지다. 그 중 하나는 의약품의 특수성을 감안해 마련한 법률 규제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시행규칙)에서는 도매업소와 약국에 대해 구입가 미만 판매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규제의 취지는 지나친 할인과 난매 등에 따른 부작용을 막고 유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작 유통의 시작점인 제약사의 출하가격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제약사에 대해서는 유독 난매와 할인을 용인하는 꼴이다. 제약사의 1원 출하가 가능하다보니 의약품을 유통시키는 도매업소와 판매를 하는 약국에 대한 구입가 미만 판매행위 금지 규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점에서 대안으로 제약사에 대해 공장도출하가격 이하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일이다.
또 하나는 제약사에 약가 협상력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물론, 제약사가 병원에 대해 가격협상력을 갖기는 근본적으로 어렵다. 특히 정부가 품질을 보증했고 또 정부가 허가한 동일성분 동일제재 의약품에 대해 동일한 가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약사가 가격이 아닌 품질이나 브랜드 가치를 내세워 협상력을 갖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결국 제약사가 가격협상력을 갖는 방법은 공급의 독점권 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 혁신신약이나 특수한 희귀의약품 개발하는 외국 제약사에나 가능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실거래가제도에서의 사후관리 약가인하제도와 같이 역방향의 가격협상력이라도 제공해야 한다. 정상가 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할 경우 약가를 강제로 인하하는 시스템에서는 제약사들이 적어도 1원 낙찰에 반복적으로 응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두 가지 해법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장기적이고 근본적 해법이 못된다. 보건의료정책을 관장하는 혜안의 능력자가 홀연히 나타나 정부는 가격통제권 행사의 미혹과 미련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오직 보험 재정에서의 목표 관리에 집중토록 하고, 거래 당사자는 시장 논리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하되 경쟁의 결과로 얻어진 이익의 일부를 정부와 약속한 재정안정화 의무를 이행하는데 사용토록 하는 전향적이고도 간단명료한 해법을 제시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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