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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건설업계에서 일조권 침해 논란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악의 경우 공사중단 명령까지 나올 수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 이슈다. 대표적인 곳이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사업인 ‘송파헬리오시티’로 꼽힌다. 인근 송파동부센트레빌 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1심은 침해논란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며 헬리오시티 측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이를 달리 봤다. 일부 동의 공사 중단까지 명령한 상태다. 심심치 않게 불거졌던 조망권 분쟁 역시 여전하다. 재산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만큼 민원은 속출하지만 현행 건축법에서는 이를 다룰만한 근거가 빈약하다. 소송으로 번졌을 경우 판례 등을 참고해 사법부가 판단할 뿐이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건축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 금호20구역재개발 사업지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점화됐다. 스카이데일리가 날로 예민해지는 일조권·조망권 분쟁 현장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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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2월 완공을 목전에 둔 ‘힐스테이트금호아파트’가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맞은편에 위치한 서울숲푸르지오2차(사진) 입주민들은 현대건설 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지만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 측은 소음과 분진 등에 관한 피해보상안을 제안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현대건설이 수주한 금호20구역 재개발지역에서 최근 흔해진 잡음이 또 불거졌다. 지난 2015년 분양이 완료되고 내년 2월 완공을 눈앞에 둔 ‘힐스테이트금호아파트’로 인해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받았다는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일조권·조망권은 서울 곳곳에서 사활을 건 싸움이 자주 목격되는 가운데 재개발 또는 재건축 현장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 갈등에서 피해를 호소한 것은 서울숲푸르지오2차아파트 입주민들이다. 사업부지와 금호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성동구청과 현대건설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조망권과 일조권을 침해받으며 아파트 프리미엄이 훼손돼 재산권을 침해받았다는 입장이다.
길하나 사이에 둔 극도의 긴장감…“소음·분진 피해보상도 미약했다”
서울숲푸르지오2차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고급아파트로 꼽히는 곳이다. MBC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전현무·이수경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호로에는 이곳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 여럿 걸려있다.
문구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어투로 현대건설과 성동구청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쥐꼬리 보상에 하늘을 팔아야 하나. 현대건설 꼼수부리지 말고 실질적 보상하라’, ‘이게 너희 집이면 가만있겠냐. 한강조망 좋았는데 아파트 뒤통수가 웬말이냐’ 등 일조권과 조망권을 지적하는 문구들이 가득했다.
서울숲푸르지오2차 입주자 대표 박준형 씨는 “입주자들 중 상당수가 한강조망을 이유로 입주한 이들이다”면서 “터파기 공사 때부터 각종 분진과 소음피해로 고통을 받아오다 지난해부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단체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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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그가 입주자 대표로 선임된 것은 올해 초다. 박 대표는 전임 입주자 대표의 안일한 처치로 인해 의사표시가 늦어진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전 입주자 대표가 현대건설 협력사 직원들에 단지 내 주차를 허용하는 등 친분관계를 유지했음을 언급하며 모종의 거래가 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숲푸르지오2차 측은 현대건설이 피해보상금으로 책정한 4300만원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세대 당 7만원 꼴이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마저도 소음·분진 피해와 관련해 책정된 금액이지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는 적용되지 않았다”며 “권리행사를 위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인근 P부동산 관계자는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곳은 204·205동이며 한강 조망권 유무에 따라 억 단위로 집값이 차이가 난다”고 소개했다.
205동에서 2012년 단지 첫 입주 때부터 거주했다는 장재철(52) 씨는 “공사 초반부터 소음·분진 탓에 창문도 못 열고 살았으며 완공을 앞두게 되니 탁 트였던 시야는 답답해졌다”면서 “늦게나마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아야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우리는 시행사일뿐 모르겠다”…조합 “시뮬레이션 돌려봐 문제없다”
▲ 204동과 205동의 옥상에 올라가 조망을 살펴본 결과 전체는 아니지만 한강과 응봉산이 가려져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호20구역재개발조합과 성동구청 측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스카이데일리
문제가 된 힐스테이트금호 현장사무실을 찾아봤다. 내부에는 ‘유지경성(有志竟成·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이 평소 강조하는 고사성어로 알려진 글귀였다.
이 같은 메시지가 무색하게 현장 관계자들은 현장민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보상금에 불만을 품은 서울숲푸르지오2차 입주민들이 소송을 걸 때 일조·조망권 침해까지 엮을 경우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음·분진 문제는 시공사 측에, 조망·일조권은 시행사 측에 각각 책임을 묻는다. 해당 현장의 시공사는 현대건설이지만 시행사는 금호20구역 재개발조합이다.
현장 관계자는 “건설사에 공사를 맡긴 조합이 갑(甲)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상금액 등과 관련해서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없는 입장이다”면서 “본사 측에도 보고는 한 상태지만 별다른 지시사항을 하달 받지는 못한 상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사업인 송파헬리오시티와 같이 법원으로부터 공사 중단 명령이 떨어질 경우 하루 수억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측 역시 조합원들의 추가분납금 발생을 야기시킬 수 있으며 사업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입주민들의 민원제기 등으로 인해 성동구청은 사업시행자와 시공사에게 원만한 해결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구는 조만간 상호 협의 중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스카이데일리
시행사인 금호20구역 재개발 조합장은 “적어도 일조권과 관련해서는 문제없다고 자신할 수 있다”며 “이미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제가 없음이 확인 됐다. 만약 서울숲푸르지오2차 주민들이 소송을 건다 하더라도 패소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뮬레이션 자료를 공개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문제가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다소 의뭉스러운 답변과 함께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성동구청 도시정비과 측은 “조망권은 인허가 당시 법적 검토사항이 아니었다. 일조권 역시 정북방향일 경우만 해당돼 현재 서울숲푸르지오2차 아파트에 해당하는 사항은 없다”고 지적하며 “일부 문제가 된 보상문제의 경우 당사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구청은 행정기관일 뿐 사법부가 아니다”면서 “만약 법적소송으로 격화될 경우 사법 당국이 올바르게 판단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법적 의무는 없으나)구민들의 민원을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어 양측 합의를 위해 중재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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