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건과 박근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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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과 박근혜 후보

사법체계 무시, 과거 합리화 실망

손채윤 기자페이지 + 입력 2012-09-13 00:12:15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답을 제가 한 적이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박정희 정권시절 고초를 겪은 분들에게 딸로서 사과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발언이 논란이 일자 박 후보는 다음날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 판결은 존중하고 법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저도 인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혁당 사건은 지난 1964년 ‘1차 사건’과 1975년 4월 도예종씨 등 8명에게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돼 ‘사법살인’이라는 오명을 쓴 ‘2차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있다.

인혁당 사건 유족들은 2002년 법원에 재심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07년 서울중앙지법은 사형이 집행된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판결이 무죄로 확정된 사건이다.

앞서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는 ‘이 사건은 중앙정보부의 조작극이었다’고 밝혔다. 2006년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이 수사당국의 가혹한 고문에 의해 조작됐다며 이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결국 인혁당 사건의 중심이었던 ‘인혁당 재건위’는 실재하지 않은 것으로 우리나라 법원과 정부가 확인한 사건이다.

이처럼 인혁당 사건과 관련 그동안 진행된 과정을 봐도 대법원 판결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없다. 특히 뒤에 나온 판결이 앞의 판결보다 효력이 우선인 데다, 재심제도 자체가 앞선 판결을 바로잡는 비상구제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놀랄 수 밖에 없다.

더 한심한 것은 이 발언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의 행태다.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 박 후보의 인혁당 평가 발언에 대해 “박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12일 밝혔다.

그러나 바로 다른 보도가 나왔다. 새누리당 박 후보측 이상일 대변인은 12일 기자들의 질문에 “홍 대변인의 개인 견해인지는 몰라도 후보와는 전혀 이야기가 안 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며 “후보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또 이상일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과거 수사기관 등 국가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고 박 후보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사법체계를 무시하고 과거를 합리화 시키려는 듯한 발언에 이어, 혼선을 빚고 있는 모습 그리고 애써 무시하고 넘어가려는 태도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명백히 밝히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이를 놓고 과거사는 지난 것이라 주장하지만 그 ‘과거’ 문제를 왜곡하려는 일본에 분노하고 있는 우리를 보면 단순하게 지난 일로 치부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지난 일이라면, 박근혜 후보는 왜 전태일 분신장소를 찾아 갔을까? 진정성이 아쉽다.

손채윤 scy73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