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광주 
제주 
목포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민들의 가계부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심각성이 점차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약 1344조에 달해 4년전인 2012년의 963조원에 비해 381조원이나 급증했다. 앞서 2008년 723조원에 비해서는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빚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한계가구가 150만 가구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금리가 단 0.25%만이라도 오르게 되면 한계가구수는 수만~수십만 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는 해묵은 과제가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시한폭탄이 됐다. 그런데 우리는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문제를 하나 더 봐야 한다. 소득 취약계층인 청년과 여성들이 부채의 고위험지대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부채성격이 고금리라는 점이 우려감을 키운다.
최근 금감원의 자료를 보면 4년간(2013~2016년) 상위 10대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50조9000억원 중 청년과 여성의 대출액이 무려 26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중 여성대출이 20조원에 달했고 청년대출이 6조원을 넘었다. 이들이 대출받은 평균금리는 저축은행이 23.5%, 대부업체가 30.45%에 각각 달했다. 최근의 초저금리 기조를 감안하면 가히 살인적 고리채라고 할 만하다.
여성과 청년은 우리 사회의 소득 취약계층으로 꼽힌다. 소득이 일정치 않다면 빚의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에서 빚을 낸 여성과 청년들의 고금리 대출을 분석해 보면 상당수가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데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만 해도 대부업체·저축은행 모두 주부와 자영업자 빚쟁이가 절반 가까이에 달했다. 자영업 여성은 빚을 냈다면 십중팔구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소득불안 소상공인으로 분류된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했는지 대선 레이스에서 사실상 1강체제로 독주를 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계부채 해법을 내놔 주목된다. 그는 ‘위기의 가계부채, 서민을 위한 해법’을 타이틀로 한 비상경제대책단을 꾸리고 있다. 2차 현안회의에서 그가 제시한 내용은 가계부채대책 3대 근본대책과 7대 해법이다.
가계부채 관련 골자는 203만명의 빚 22조6000억원의 채무를 감면해 준다는 내용이다. 회수 가능성이 없는 악성채권을 아예 털어버려 채무자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도록 해주고 금융회사는 채권관리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명분이다. 어차피 못받을 바에 제로베이스로 새 출발 하는 방안인 만큼 언뜻 보기에는 좋은 그림처럼 보인다.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로 확정된 시점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당선 유력한 후보가 내세운 약속인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연히 2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대거 몰표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잠재위험군에 있는 채무자들까지 미래에 닥칠 위험을 기대하고 추가 가세하면 400~500만명의 표가 이른바 ‘문재인 가계부채 표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과 파면 이후 1강 레이스로 앞서가는 문 전대표가 확실한 굳히기 판세 행보를 하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의 가계부채 탕감대책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지만 무작정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 치열한 고민거리다. 앞서 기술했지만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율 및 성격 등을 보면 그만큼 심각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안이 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식 해법에서 가장 우려되는 ‘도덕적 해이’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하필이면 이 시점인가 하는 부분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언뜻 좋은 그림 속에 숨겨져 있는 독배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문재인식 가계부채 해법은 한마디로 하면 일단 봉합이다. 봇물이 터질 구멍부터 일단 막고보자는 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중대한 정책적 하자가 될 위험성을 봐야 한다. 탕감이 과연 봉합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것은 빚의 성격을 잘 봐야 한다는 의미다. 가계부채가 국가정책의 실수인 것은 틀리지 않기에 국가가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최근 흥청망청 소비문화를 감안하면 가계부채는 국민 개개인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다. 아주 간단한 논리로 부채는 소득 이상의 소비를 하면 발생한다. 이런 단순한 계산을 무시하는 소비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우리 국민들 저마다 이를 이심전심 스스로 안다. 그럼에도 그런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악순환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살인적 고리채를 쓰는 여성과 청년들의 빚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그것을 웅변해 준다.
저축은행·대부업체에서 빌린 여성대출은 지난 2013년 말 3조8053억에서 작년 말 6조5437억원으로 72%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은 청년대출은 1조1501억에서 2조835억으로 두배 가까운 81% 늘어났다. 이 같은 청년과 여성의 고리채(대부업·저축은행) 급증은 단순한 생활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명품소비가 특출나게 많은 나라로 통한다. 여성들의 명품에 대한 애착과 무차별 소비는 자못 상상을 초월할 상황까지 왔다. 스카이데일리 취재결과 명품 때문에 진 카드빚으로 빚을 지고 노래방이나 유흥업소나 빠지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풍조는 젊은 여성은 물론이고 전 세대로 확산돼 거침없는 탐욕의 소비문화를 조장, 전국 곳곳의 성문란 풍조까지 초래하고 있는 중이다.
여성들에게는 성형도 마찬가지다. 명품처럼 중독에 빠질 만큼 대한민국은 성형에 빠진 여성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성형천국이다. 결국 빚을 떠 앉은 여성들이 양산되고, 그것 또한 문란한 소비문화와 유흥문화를 조장하는 발단이 되고 있다.
아울러 청년들은 온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성행하고 있는 스포츠도박에 빠져 대책없는 빚을 지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흔해졌다. 이들 청년들의 도박 중독은 은밀하면서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손을 쓸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다. 스카이데일리 취재결과 이들 청년들은 고금리의 대부업체를 두려움 없이 이용하다 일탈의 현장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과소비·중독 등의 씀씀이 문화는 하루아침에 개선되기 어려운 치명적인 의존성이라는 독성이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감염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래서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빚 탕감은 봉합되기 어려운 미봉책이다. 과소비와 중독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가시적 대책이 가계부채 문제의 진짜 봉합이다. 과소비와 중독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지속적인 정책만 있으면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 선제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가계부채 봇물은 봇물대로 터지고 빚은 더 확산될 여지가 커진다.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징검다리에 빚 탕감이라는 다리를 놓는 것은 그래서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너무 급하게 가는 환상의 다리는 대통령도, 국민도 모두 물에 빠뜨릴 허상일 수 있기에 두렵다. 그런데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그 허상의 다리를 안다. 수많은 선거사를 보면 막판 굳히기를 시도하다 도리어 막판 큰 역풍이 분 사례들이 얼마든지 많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