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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시중은행들이 임대료 등 영업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존 1층 은행 점포를 2층으로 이전하고 있다. 특히 업계 상위권인 신한·KB국민은행 등이 유독 두드러졌다. 하지만 노약자·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고객들 사이에서는 “2층으로 이전한 뒤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은행 방문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신한은행 명동지점 ⓒ스카이데일리
#2.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김명자(72·가명) 씨는 평소 ATM기나 인터넷뱅킹 등을 이용한 은행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점포에 직접 방문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명자 씨는 평소 이용하던 은행이 폐점되면서 기존 위치보다 훨씬 먼 거리에 있는 상가로 이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쩔 수 없이 꽤 먼 거리를 이동해 상가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1층에는 ATM기만 늘어서있었고 직원을 만나기 위해선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녀는 어쩐지 무릎뼈가 더 시려졌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임대료 절감 등의 문제로 은행 매장을 2층으로 이전하면서 노약자·장애인 등 거동이 쉽지 않은 고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노약자·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갖춰진 곳이면 상관없지만 일부는 아예 엘리베이터조차 갖춰지지 않은 건물도 있어 결국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노약자·장애인들의 불편을 야기한 이 같은 ‘2층 은행’의 발생 이유가 은행들의 수익성 증대 때문이라는 점은 지탄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에 여론 안팎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는 외면한 채 임대료 등 영업비용을 줄이고 자사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데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적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리딩뱅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신한은행과 1위 탈환을 노리는 KB국민은행(이하·KB은행) 등 국내 상위권의 은행들이 점포 이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국내 금융권을 대표하는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은커녕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게 다수의 금융 소비자들 목소리다.
“요즘 은행가기 참 어렵다”…노약자·장애인 배려 없는 ‘2층 은행’ 논란
최근 신한은행 명동지점은 기존 1층에 있던 대형 점포를 정리하고 같은 건물의 2층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 1965년 처음 명동에 입성한지 50여년 만이다. 해당 건물은 신한은행 소유다.
신한은행은 은행 매장이 있던 1층의 일부 공간과 나머지 2~4층의 일부 공간을 따로 떼어내 전세금 25억원을 받고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에 임대해줬다. 해당 공간에는 신세계백화점이 국내에 들여 온 영국계 드럭스토어 ‘부츠(Boots)’가 들어설 예정이다.
▲ 최근 신한은행 명동지점(사진 위쪽)은 기존 1층에 있던 점포를 2층으로 이전한 상태다. KB은행 왕십리지점도 얼마 전 인근 상가 건물의 2층으로 이전했다.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신한은행 명동지점을 방문했다. 해당 건물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건물 왼쪽 한켠에는 지하 ‘다이소’ 매장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있었다. 반대쪽에는 기존 1층에서 2층으로 이전한 신한은행 명동지점으로 방문할 수 있는 문이 열려있었다. 그 외 나머지 부분은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기존 신한은행 명동지점이 들어서 있던 건물 1층 일부에는 ‘365 자동화코너’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창구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2~3층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해당 건물은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입구가 좁고 엘리베이터가 따로 없어 노약자·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신한은행 명동지점에서 창구업무를 보고 나오는 최화자(72·여) 씨를 만나 ‘2층 은행’에 대해 느끼는 점을 물었다. 그는 “나이 들어서 다리도 아픈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이어 최씨는 “2층에 있더라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상관없지만 오래된 건물들은 생각보다 없는 곳이 많다”며 “우리 같이 나이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인터넷뱅킹에도 익숙하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은행에 직접 방문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식이라면 은행 이용을 하지 말란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발길을 돌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 위치한 KB은행 왕십리지점으로 향했다. 그곳 역시 기존에는 지하철 2·5·분당·경의중앙선 환승역인 왕십리역 인근에 위치해 있었으나 얼마 전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인근 상가 건물의 2층으로 이전했다. KB은행 왕십리지점도 신한은행 명동지점과 마찬가지로 건물 1층의 작은 공간에는 자동화기기 코너가, 2층에는 창구업무가 가능한 점포가 마련돼 있었다.
해당 지점에 도착했을 때 건물 1층 365자동화기기 코너 앞을 서성이는 한 남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올해 71세인 정훈영 씨는 “은행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있는데 1층에 기계만 있다”며 “은행(지점)에 가려면 어떻게 가느냐”고 옆에 있던 기자에게 물었다.
정 씨와 함께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끝에 비로소 건물 2층 점포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은 복잡했다. 1층에 마련된 자동화기기 코너에서 2층 지점까지 곧바로 연결된 통로는 없없다. 상가 정문을 통해서 건물 내부로 진입한 후 건물 중앙에 마련된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 신당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KB은행 신당역점(사진)은 1층에 자동화기기 코너가, 2층에 은행 점포가 각각 입점해 있다. 점포를 방문하려면 1층 자동화 코너 안에 위치한 10~15여개의 계단을 올라가야만 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이용할 수 없는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스카이데일리
2층에 도착한 후에도 한참을 돌아서야 건물 한편에 마련된 점포가 시야에 들어왔다. 젊은 사람들이야 빠른 걸음으로 찾으면 된다 하더라도 노약자나 장애인 등이 혼자 와서 찾기란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정 씨 또한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안내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발길을 돌릴 뻔 했다”며 “요즘 은행가기 참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다.
KB은행 상왕십리역 지점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KB은행 신당역점 또한 ‘2층 은행’이다. 이곳 역시 1층에 자동화기기 코너가, 2층에 은행 점포가 각각 입점해 있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은 신당역점은 상왕십리역 지점과 달리 1층 자동화기기 코너 내부에 2층 점포로 가는 통로가 마련돼 있다는 점이었다.
1층 자동화기기 코너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살펴봤다. 이곳에서 점포를 방문하려면 1층 자동화 코너 안에 위치한 10~15여개의 계단을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 만약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들이라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엘리베이터 앞에도 도달할 수 없는 구조였다. 구석구석 살펴봤지만 휠체어를 타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시설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인터넷·모바일뱅킹 영향 점포고객 감소여파 2층 은행…“사회적약자 배려 배제됐다”
최근 인터넷뱅킹과 모바일어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한 비대면 은행 업무가 활성화되면서 은행 점포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줄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시중은행들은 기존에 있던 은행 점포들을 통·폐합하고 있다. 비용 감축을 위해 주로 1층에 위치해 있던 은행 점포들을 하나 둘 임대료가 저렴한 2층으로 옮기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부터 신한·KB·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국내 지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3년 말 기준 신한은행의 지점 수는 944개였지만 지난해 말 872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KB은행은 1207개에서 1130개로, 우리은행은 989개에서 894개로 감소했다. 지난 2015년 통합·출범한 KEB하나은행의 지점 수는 934개였지만 역시 862개로 줄었다.
▲ 자료: 전국은행연합회 [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시중은행은 점포 통·폐합 외에 수익성 증대를 목적으로 1층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2층으로 점포를 옮기고 있다. 신한·KB 외에도 최근 KEB하나은행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위례신도시 구역 내 상가 2층에 지점을 신설했다. 각 시중은행들은 ‘2층 은행’에 대해 “최근에는 예전과 달리 고객 수가 많이 줄어 은행 점포를 꼭 1층에 두려고 고집하지 않는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노약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은행이 지점을 통·폐합하는 것과 2층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은 노약자·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효드림 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혜영(47) 복지사에게 2층 은행의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의견을 물었다. 유 씨는 “은행 사정상 2층에 점포를 둘 순 있지만 이러한 변화는 장애인·노인 등 심신이 불편한 분들의 보행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각 은행은 모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우선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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