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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연평주민 전쟁트라우마 vs 서울시민 안보불감증

안전처 “서울 전쟁 나면 대피소 따로 없어요”

지하주차·지하철·빌딩지하 ‘전부’…식량·취사·의료·화생방·용변 대책 ‘전무’

이성은기자(asd3cp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4-17 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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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을 꾸준히 감행하며 도발한데 따른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북한까지 정면대응 불사를 선언하면서 고조된 이른바 ‘4월 위기설’이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6일에도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북한은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전쟁 위기설과 북한의 도발에도 크게 동요치 않는 상황이다. 생수나 라면 등을 사재기하는 현상은 옛날일이 된 분위기까지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잦은 도발에 따라 국민들이 내성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다른 말로 ‘안보 불감증’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가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과도한 불안감 조성은 지양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전쟁 위기 징후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반면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은 주민들은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대피소도 제법 갖췄다. 하지만 전쟁이 나면 서울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는 대피소가 전무해 장기간 체류하며 버틸 공간이 전무하다. 국민안전처도 이에 대해 “서울에서 전쟁이 나면 대피할 곳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안전처는 지하주차장·지하철·빌딩지하 등이 대피할 곳이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비상식량이나 취사할 수 있는 시설이 없고 의료·화생방 대책은 물론 용변을 볼 화장실도 없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 되고 상하수도나 전기공급이 문제가 될 경우 전쟁으로 인한 죽음 보다 더 지독한 참상이 일어날 수 있는 배경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대한민국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연평도 현지주민과 서울시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각각 들어봤다.

 ▲ 지난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인근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연평도에서는 지금도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을 되새겨 안보교육을 통해 많은 시민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있다. 사진은 북한의 포격 도발로 무너진 연평도 안보교육장 내 가옥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인천 옹진군 연평도=이성은 기자] 북한의 무력도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연평도 주민들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은 분위기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나서 ‘4월 위기설’이 가짜뉴스라고 전했지만 이곳 주민들은 불안함을 호소했다.
 
지난 2010년 11월 23일 갑작스럽게 북한군 포탄이 날아든 연평도 곳곳에는 그날의 상흔이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그날의 기억은 절대 지울 수 없는 상처라고 입을 모았다.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연평도를 휘감고 있었다.
 
“쿵 소리에도 놀라”…초토화 된 가옥 그리고 그날의 악몽과 기억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연평리 172번지. 2010년 피폭 후 이곳은 연평도안보교육장으로 변했다. 실제 북한의 도발로 파괴된 가옥 3채가 보존돼 있었다. 그날의 기억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였다.
 
 ▲ 연평도 포격전으로 인해 주민들은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당시 참사의 흔적은 지금도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사진은 연평종합운동장 외벽에 남은 포격 흔적(위)과 고(故) 서정우 하사가 전사한 후 소나무에 박힌 채 발견된 서 하사의 해병대 모표(아래 왼쪽), 안보교육장에 보관 중인 민가 포격 후 불에 탄 가재도구들 ⓒ스카이데일리

가옥은 말 그대로 ‘초토화’였다. 실제 포격을 당한 가옥은 한 채뿐이었지만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고 주변 가옥들이 불에 옮겨 붙었다. 지붕은 무너져 내려 있었으며, 콘크리트 벽면만이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잔해들과 불에 탄 가재도구들이 널브려진 모습이었다.
 
안보교육장 건물 내부에는 포격전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영상이 재생됐으며, 역시 그날 손상된 가전제품 등 잔해물 그리고 실제 북한군 포탄이 전시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명재(45·여) 문화관광해설사는 당시 포격전을 겪은 연평도 주민이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연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려 애쓰는 모습에서 그날의 참상을 견줘볼 수 있게 했다. 당시 이 씨는 군부대PX에서 근무 중이었다. 불시에 울린 포 소리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고 회상했다.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는 그녀는 “평소와 다른 포 소리에 놀란 것도 잠시 자녀들을 찾기 위해 곳곳을 동분서주 했었다”며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큰 딸과 통화가 돼 대피소로 피하라 일러둔 뒤 3학년 아들을 찾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이 씨는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한참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면서 “다리가 후들거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다행히 아들을 만나 함께 대피소로 안전하게 몸을 피할 수 있었지만 정말 끔찍한 기억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종뇨(79·여) 씨는 당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왜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느냐”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김 씨는 “지금도 어디서 쿵 소리만 나면 밥 먹다가도 밖으로 뛰쳐나와 주위를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유부선(79·여) 씨는 지금까지도 항상 손전등을 머리맡에 두고 잔다. 유 씨는 “소리에 민감하게 돼 큰 소리가 나면 불안하다”며 “최근 북한 도발관련 뉴스가 연일 계속되자 남편도 불안했는지 면사무소에서 지급받은 방독면을 써보는 연습을 하자고 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긴장 가득 해외 시선 불구 서울시민 평온…“피할 곳 없는데 죽는 수 밖에”
 
 ▲ 연평도 평화공원에는 포격전에서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을 위한 추모비(사진 위)가 세워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서울 곳곳에서는 방어체계 구축을 반대하는 여론이 일고 있어 일각에서는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

연평도 주민들은 지난 2004년 연평해전 당시에도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무덤덤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연평도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자 불안감이 말도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였을까.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과 한반도로 미군의 항공모함이 뱃머리를 돌리는 가운데서도 서울은 연평도와 달리 평온함 그 자체인 상황이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주부 이지혜(37·여) 씨는 “(북한의 위협은)예전부터 뉴스에서 항상 많이 나왔기 때문에 무덤덤한 편”이라면서 “요즘은 TV·신문들이 괜시리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권수연(30·여) 씨도 “전쟁의 위협 같은 일은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가짜뉴스도 많아 어떤 게 사실인지 믿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에서의 시각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는 반응들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인 남자친구와 함께 고국을 찾은 프랑스 유학생 김소영(33·여) 씨는 “솔직히 북한의 도발을 실질적 위험으로 느끼진 않지만 해외 매스컴 반응은 사뭇 다르다”면서 “프랑스 미디어에서도 북한의 위협 등을 상당히 많이 다루며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현지 친구들이 걱정을 해 준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실제 북한의 도발이 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서울이 공격받을 경우 이는 곧 전쟁을 의미하고 이 경우 미사일이 먼저 날아들 텐데 뾰족한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강지윤(20·여) 씨는 “실제로 전쟁이 발발한다면 곳곳에 포탄이 떨어질 텐데 그냥 죽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피한다 하더라도 아파트 지하주차장·지하철역사 등이 전부인데 이 밖의 피할 곳이 있기는 하느냐”면서 도리어 기자에 묻기까지 했다.
 
국민안전처 “지휘부 대피시설 있지만 시민들 대피할 만한 곳 없다” 공식 입장
 
 ▲ 현재 연평도 내에는 포격전 이후 총 6곳의 대피소가 만들어졌다. 특히 1호 대피소 입구는 두꺼운 철문(사진 위)으로 돼 있다. 1호 대피소 내부는(아래 왼쪽) 포격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아치형 천장으로 지어졌다. 이에 반해 서울의 대피소는 지하철역사 등이 전부다. ⓒ스카이데일리

실제 강 씨의 말처럼 서울 내 비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시민들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은 각종 건물의 지하시설 등이 전부였다. 별도의 전문 대피시설이 전무했다.
 
반면 연평도의 경우 포격사건 후 꾸준히 전문대피시설을 신축해왔다. 대형(1개소)·중형(1개소)·소형(4개소) 등 총 6개소에서 1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대형 대피소의 경우 666㎡(약 201평)에 467명을 한 번에 대피시킬 수 있다. 의료용 침대·비상식량·방독면·화장실·취사시설 등이 구비돼 있어 장기간 체류 또한 가능하다. 평시에는 마을잔치나 회의장소로 사용되는 등 활용도 또한 높이고 있다.
 
국민안전처 민방위과 관계자는 “전방지역의 경우 대피시설이 없어 약 190개소의 대피소를 구축을 했지만 후방 도심지역은 서울의 경우 아파트 지하 주차장, 빌딩 지하, 지하철역 등에 대피할 수 있다”며 “사설건물의 경우 건물주의 협조를 얻어 유사시에 대피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에는 전쟁 시 지휘부가 대피하는 시설인 충무시설은 있지만 시민들이 대피할 만한 전방 지역의 대피소와 같은 시설은 따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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