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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재벌기업 오너일가와 관련된 소식들은 단순한 가십거리를 넘어 해당 기업의 이미지, 실적, 주가 등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상당하다. 그만큼 총수 중심의 재벌기업 오너가 미치는 공익적 범위와 가치가 넓고 크기 때문이다. 범국민적 관심을 받는 이슈들 중에는 재벌기업 오너일가의 경조사까지 포함돼 있을 정도다. 특히 오너일가의 선영은 오래전부터 대중들의 높은 관심 대상으로 꼽혀 왔다. 대기업 오너가(家)의 선영은 대부분 살아생전 쌓아온 업적에 걸맞는 규모·입지 조건 등을 갖추고 있다. 우선 국내 1위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삼성그룹을 일군 고 이병철 창업주의 선영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해 있다. 삼성그룹과 함께 국내 재벌기업의 쌍두마차로 불렸던 현대그룹을 일군 고 정주영 회장의 선영은 경기도 하남시에 조성돼 있다. LG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두산그룹, GS그룹 등 한국 경제계를 이끌어 온 재벌기업 창업주들 역시 전국 곳곳에 잘 다듬어진 곳에 고이 잠들어 있다. 하지만 일부 창업주들 선영의 경우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묘지 조성 논란이 그 대표적인 이유로 지목된다. 이에 ‘거인(巨人)’들의 명성에 흠집이 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는 여론도 일고 있는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의 이슈포커스 주제로 재계 서열 상위권에 올라 있는 재벌기업 창업주들의 선영을 전수 조사해 그 현황과 일부 선영을 둘러싼 논란 등을 현지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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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태광그룹과 대림그룹의 창업주 선영과 관련된 이런저런 구설수가 흘러나와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태광그룹의 경우 불법 묘지 조성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인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광그룹 고 이임용·이선애 창업주 부부는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서정리 선산 일대에, 대림그룹 고 이재준 창업주는 경기 화성시 남양읍 무송리 선산 일대에 각각 안장돼 있다. 사진은 이임용·이선애 태광그룹 창업주 부부의 묘(위)와 이재준 대림그룹 창업주의 묘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23일 재계 및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태광그룹을 일군 고 이임용 창업주는 지난 1996년 세상을 떠난 후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서정리 선산 일대에 묻혔다. 대림그룹 창업주인 고 이재준 명예회장은 지난 1995년 세상을 떠난 후 경기 화성시 남양읍 무송리 선산 일대에 안장됐다.
고인 얼굴 먹칠한 후손들…태광그룹 이임용 창업주 일가 선영 불법 묘지 조성 논란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서정리 일대에는 태광그룹 오너 일가의 선영이 위치해 있다. 총 5개 필지로 구성된 선영에는 현재 이임용 창업주 외에 세상을 떠난 태광그룹 오너 일가의 묘지가 여럿 조성돼 있다. 이 창업주와 부인 이선애 전 일주학원 이사장, 이들 부부의 장남 이식진 전 태광산업 부회장과 차남 이영진 씨 등 네 사람이 모두 이곳에 묻혔다.
▲ 태광그룹 고 이임용 창업주가 안장돼 있는 서정리 일대에는 부인 이선애 전 일주학원 이사장, 장남 이식진 전 태광산업 부회장, 차남 이영진 씨 등도 함께 묻혀 있다. 해당 부지는 이 창업주의 장손인 이원준 씨가 소유하고 있다. 고 이선애 이사장은 팔순까지 사업과 교육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이른바 왕상무로까지 불렸다. 사진은 서정리 일대 이임용 일가 선영 전경 ⓒ스카이데일리
이들 토지는 지난 1985년 이 창업주의 장남 이식진 전 태광산업 부회장이 처음 매입했다. 이후 이 전 부회장이 지난 2003년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그의 아들 이원준 씨에게 상속됐다. 5개 필지의 총 면적은 7만5461㎡(약 2만2867평)으로, 지난해 공시지가 기준 해당 부지의 가치는 1억2819만원이다.
이 부지 인근에는 이 창업주가 살아생전 매입한 필지도 존재했다. 이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까지 소유주 이전 등기가 되지 않은 점이 주목됐다. 총 1만2298㎡(약 3726평) 규모의 필지에는 이 창업주 조상들의 묘소가 조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최근 태광그룹 오너 일가가 먼서 세상을 떠난 가족들의 선영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을 어기고 불법으로 묘지를 조성한 사실이 스카이데일리 단독 취재 결과 밝혀졌다.
지난 2001년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신을 땅에 매장한 당사자는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신고해야 한다. 태광그룹 이임용 창업주의 묘는 그가 타계한 지난 1996년 전후로 조성됐다.
이후 2003년에는 장남 이식진 전 태광산업 부회장이, 지난 2015년에는 부인 이선애 전 일주학원 이사장이 차례로 창업주의 묘 근처에 묻혔다. 이에 앞서 1994년 사고로 사망한 차남 이영진 씨의 묘가 인근에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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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01년 시행된 점을 감안했을 때, 고 이식진 전 부회장과 고 이선애 전 이사장 등 두 사람의 묘지는 조성된 후 30일 이내에 포항시청, 청하면사무소 등 관련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신고하지 않았다면 이는 엄연한 ‘불법 행위’고 간주된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태광그룹은 이들 봉분 조성과 관련해 어떠한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포항시청, 청하면사무소 등 어디에도 태광그룹 오너 일가의 묘지 조성과 관련해 신고된 사항은 없었다.
포항시청 관계자는 “지난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묘지 조성과 관련된 모든 신고사항은 전산상으로 기록된다”며 “청하면 서정리 일대에 태광그룹 묘지 조성과 관련해 기록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봤을 때 신고하지 않은 묘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1년 이전에는 모든 신고사항이 수기로 기록돼 묘지 조성 신고를 했어도 누락된 경우가 가끔 발생해 이임용 창업주와 차남의 묘지까지 불법으로 조성됐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며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의 묘지를 신고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앞서 조성된 묘지도 불법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임야, 전, 답 등 지목의 토지를 매입해 묘지를 조성하겠다고 신고하면 통상적으로 지목변경을 통해 등기부등본상에 ‘묘’라고 표기되기 마련이다”며 “실제 묘지가 조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목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것 또한 불법 조성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고 덧붙였다.
창업주와 오너 일가 묘지를 불법 조성한 내용과 관련해 태광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이선애 전 이사장 타계 당시 회사가 내·외부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 경황이 없었다”며 “이호진 회장도 몸이 좋지 않아 의도치 않게 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사실상 불법 묘지 조성 사실을 시인했다.
이어 “스카이데일리 취재 이후 포항시로부터 불법 묘지 조성과 관련된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담당자를 보내 사안을 확인 후 합당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문중까지 만들며 특별함 과시한 대림그룹 오너일가…“재벌총수가 위인인가” 분분
▲ 대림그룹 고 이재준 창업주는 경기 화성시 남양읍 무송리 일대에 안장돼 있다. 대림그룹 후손들은 이재준 창업주의 호인 ‘수암(修巖)’을 따 전주이씨수암공종중회라는 종파를 만들어 무송리 일대 17만8609㎡(약 5만4123평)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무송리 일대 이재준 창업주 선영 전경 ⓒ스카이데일리
국내 건설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림그룹을 일군 이재준 창업주는 지난 1995년 세상을 떠난 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무송리 일대 선산에 묻혔다. 이 회장의 묘지는 무송리 산151-3 필지에 조성돼 있다. 해당 필지의 소유주는 가문의 종중 명의로 돼 있다. 종중 이름은 ‘전주이씨수암공종중회(이하·수암공파)’다.
수암공파는 이재준 명예회장의 선영을 비롯해 무송리 일대에 총 15필지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송리 일대는 토지 규모는 17만8609㎡(약 5만4123평)에 달한다. 이들 토지의 가치(공시지가 기준)는 69억1744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재벌그룹 창업주 묘지의 땅주인인 수암공파에 대해 취재해 본 결과, 해당 종중회는 다름 아닌 대림그룹 오너 일가가 직접 만든 계파인 것으로 밝혀졌다. 종중회의 이름인 ‘수암(修巖)’ 역시 이 창업주의 호에서 따온 것으로 파악됐다. 종중회 대표자는 이 창업주의 아들이자 현재 대림그룹의 총수인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 역임하고 있다.
현행법상 종파가 같은 사람들끼리는 별도의 신고나 허가 절차 없이 종친회를 만들 수 있다. 같은 가문의 사람들이나 같은 성씨의 마을 주민들끼리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소파의 종중회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수암공파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른 종중회 소속 관계자들에 따르면 성씨의 계파는 대개 명망 높은 조상들을 시조로 그의 호를 따서 이름이 지어진다. 그 후 후손들을 통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면서 그 규모가 점차 커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대림그룹 오너 일가의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나 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인물의 후손이 아닌 재벌그룹 오너 일가가 자신들의 계파를 만든 데 대해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선대 회장을 위인처럼 떠받드는 것 자체가 주변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여지가 있다는 게 타 종중회 소속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 대림그룹 후손들이 만든 전주이씨수암공종중회는 무송리 일대 이재준 창업주 선영 인근에 별장(사진)도 소유하고 있다. 전주이씨 밀성군파종회 내 소파인 수암공종중회는 행정기관에 등록돼 있지 않은 비공식 종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재벌 총수 일가의 종파 설립을 두고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에 대해 전주이씨대동종약원 관계자는 “전주이씨의 대표적인 종파는 효령대군파, 양녕대군파 등이 있는데, 수암공종중회는 밀성군파종회 내에 있는 소파로 확인된다”며 “대동종약원에서 전주이씨 전체 종파를 관리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소파들까지는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종중회 설립을 위한 별도의 공식적인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별도의 절차 없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행정기관에 등록되지 않을뿐더러 그들 종중회의 공식적인 업무 내용이나 연락처 등도 일일이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벌그룹 창업주 일가의 종파 설립을 둘러싼 일부 부정적 시각에 대해 대림그룹 관계자는 “이재준 창업주 일가의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일일이 알지 못한다”면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다”고 잘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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