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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에 드리운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오너인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둘러싼 각종 악재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이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그 피해가 애꿎은 가맹점주들에게 전가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28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09년 설립된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다. 설립자 정운호 전 대표는 지난 2003년 더페이스샵을 창업해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인물이다. 창립 6년만인 지난 2014년에는 2552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반열에 올려놨다.
그러나 정 전 대표의 상승세는 여기까지였다. 그는 지난 2015년 9월 100억원대 불법 해외 원정도박을 일삼은 사실이 적발돼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 전 대표가 현직 부장판사에게 억대의 뇌물을 주고 회사자금을 빼돌려 도박을 한 사실까지 추가로 밝혀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법조계 로비 파문은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라 불리며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재판에 넘겨진 정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5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 등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불법도박·법조계로비 등 정운호 파문 그 후…전문경영인 잇단 교체에도 적자 행렬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정 전 대표를 둘러싼 악재는 고스란히 네이처리퍼블릭으로 전가됐다. 오너를 향한 비판 여론은 기업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해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지난 2015년말 원정도박 혐의로 정 전 대표가 구속 기소된 이후 네이처리퍼블릭의 실적이 악화되는 현상이 이를 방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매출액 2618억원, 영업손실 95억원 등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8.05% 감소한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지난 2013년 이후 3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승승장구하던 네이처리퍼블릭이 오너리스크로 인해 한 순간에 적자의 늪에 빠져버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 전 대표가 구속기소 된 이후 경영 공백이 생긴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6월 설립 초기부터 근무해오던 김창호 전무를 전문경영인(CEO)으로 선임했다. 6개월 만인 올해 2월 또 한 차례 전문경영인을 갈아치웠다. 네이처리퍼블릭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은 아모레퍼시픽 출신인 호종환 대표였다.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호종환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해외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에도 두루 경험을 갖춘 호 신임 대표가 적임자라고 판단해 영입했다”며 “전임 김 대표는 부사장직을 역임하며 국내 사업에 집중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네이처리퍼블릭 실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보다 뒷걸음질 쳤다. 올 상반기 네이처리퍼블릭의 매출액은 10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3억원, 당기순손실은 68억원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규모가 늘어났다.
정운호 게이트 후폭풍 더 심각…소비자 외면에 가맹점주 ‘피눈물’
네이처리퍼블릭 오너리스크로 인한 피해는 본사의 실적 부진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가맹점주들 역시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전체 매출액 대비 37.65%에 달했던 가맹점 매출 비중은 지난해 23.92%로 하락했다. 올 상반기에는 17.28%까지 추락했다. 본사 직영점에 비해 가맹점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찾은 결과,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신촌, 이대, 강남 등 서울 내에서도 유동인구 많기로 소문난 지역에 위치했지만 손님 보다 직원 수가 많은 곳이 여럿 존재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주변에 위치한 다른 로드숍 브랜드 매장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한 가맹점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이 좋지 않은 편이다”며 “최근에는 시간이 좀 지나 말하는 사람이 줄어들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장에서 제품을 둘러보며 정운호 전 대표 사건에 대해 말하는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지역 매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관계자는 “오픈한지 3년 정도 됐는데 계속해서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며 “시장이 주변에 있어 아주머니나 어르신들이 주로 방문하는데 정운호 전 대표 사건을 언급하면서 끝내 그냥 나가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정운호 전 대표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꼽았다. 조윤진(25·여) 씨는 “정운호 전 대표 사건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회삿돈으로 도박을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며 “원래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을 잘 쓰지는 않지만 그 사건 이후에 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오너 중심으로 회사의 경영 방향과 방침이 정해지지 않냐”며 “회사 주인이라는 사람이 안 좋은 사건으로 뉴스에 계속 보도되는데 그런 회사가 만드는 제품을 어떻게 믿고 쓸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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