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 잊은 LG CNS, 왕관무게 견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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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9-29 01:18:55

LG그룹 내에서 최근 잡음이 불거졌다. 직원탄압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계열사 LG CNS 금융자동화사업부 매각 과정에서 고용보장 및 위로금 협상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휴가를 쓰려던 직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사측 간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지난 15일 본사 앞에서 시위가 예정되자 LG CNS 측은 전날인 14일 직원들의 휴가를 일괄 취소시켰다. 26일 시위 때도 변함없이 회사 측은 직원들에게 경고 메일을 보냈다. 불법적인 쟁의행위에 참여해 생산차질을 야기하면 강력한 징계를 고려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가만히 지켜보다 위로금과 고용보장에 대한 추가적 협의 없이 매각이 진행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매각 대상이 에이텍이란 점도 직원들에겐 불만으로 작용했다.

초·중·고 12년, 대학 4년 등 최소 16년 이상 뼈 빠지게 공부해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하루 아침에 중소기업 직원으로 전락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자연히 최소한의 고용보장과 이에 걸맞은 보상을 요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LG CNS 측은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했지만 직원들은 “믿을 수 없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제 아무리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본질이라지만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낸 직원들이 경영적 판단에 따라 하루아침에 내 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시 돼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쉬이 판단 할 수 없는 문제지만 분명한 것은 창업주의 경영철학인 ‘인화(人和)’완 거리가 있는 결정이었고 행보였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사회적 문제가 불거졌을 때 더 큰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전 국민적 성원을 통해 성장해 온 만큼 사회적 책임 또한 강조되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닌 ‘부속품’임을 깨닫게 된 LG CNS 직원들도 국민이다. 이들이 을(乙)이었다면 LG CNS는 갑(甲)이었다.

대기업을 견제하는 정부기관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대기업과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약자들 간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공권력이란 힘을 빌려 쓴다. 그것이 규제다. 물론 과도한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공권력은 적절히 사용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갑작스럽게 내쳐질 수밖에 없는 직원들을 위한 규제는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싶다. 적절한 보상금과 매각 단계서부터 철저하게 고용보장 등이 지켜지도록 말이다. 대기업을 죽이는 규제가 아니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적절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제 아무리 국가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이라지만 그들의 성장이 국민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그것은 사익추구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뉴스를 장식하는 갑질의 주인공은 대기업이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무게를 견뎌내는 것 역시 대기업의 숙명이다. 거액을 기부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까지 아니더라도 약자들을 향한 ‘갑질’만큼은 지양해야 한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유은주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