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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우(자유기고가)
예사롭지 않은 정국이다. 그래서일까? 한자(漢字)가 자꾸 생각난다. 이렇다.
천석고황(泉石膏肓)이다. ‘자연을 사랑함이 지극하여, 불치의 깊은 병에 걸린 것같이 되었다’는 뜻이다. 산수(山水), 곧 자연을 몹시 사랑함을 뜻일 게다.
살펴보면 샘 천(泉), 돌 석(石) 그리고 염통 밑 고(膏)와 명치끝 황(肓)이다. 뒤 한자인 ‘고’와 ‘황’이란 자(字)가 결코 만만치 않다.
일단 차치(且置)하고. 천석(泉石)은 문자 그대로 자연의 경치를 말한다. 그리고 고황(膏肓)은 원래 신체에서 심장과 횡격막 사이의 부분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약효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부위라고 생각했기에 고황에 대해 당서(唐書)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당 고종이 은사로 명망 높은 전유암의 은거지를 찾자 그 뜻에 대해 전유암은 ‘신소위천석고황(臣所謂泉石膏肓) 연하고질자야(煙霞痼疾者也)’라고 …’ 답했다.
“신은 샘과 돌이 고황에 걸린 것처럼, 자연을 즐기는 것이 고질병처럼 되었다”라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몹시 자연과 산수, 풍경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좋다. 지금은 적어도 차기 5년을 이끄는 우리의 지도자를 선택해야만 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주변엔 졸렬한 공약뿐이다. 무시되어 버린 판단의 근거뿐이다. 후보들의 얄팍한 공약(空約) 투성이다.
에이. 한단지보(邯鄲之步)라는 고사성어도 생각난다.
‘자기가 지켜야 할 본분을 모르고 마구 남의 흉내를 내면 두 가지를 다 잃어 버린다 ’는 말이다.
원전인 장자(莊子)를 보면 연(燕)나라의 한 청년이 한단(邯鄲)에 가서 그곳에서 능숙하게 걷는 법을 배우려다 결국 배우지 못하고, 본래의 걸음걸이도 잊어버려 기어서 돌아왔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단다. 기본을 잃지 말자는 경구이다.
또 있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묘소 앞에 가면 화강암 돌 벽에 ‘일곱 사회악’이란 제목이 붙은 명언이 새겨져 있다.
내용인 즉, 간디는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징조를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경제,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이라고 적었다.
무언가? 지금 우리 모두가 다시금 되새김질 해 볼 필요가 충분한 명문이 아닐까? 특히 대선주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위에 언급한 것들이 자꾸만, 왜, 요즘 이처럼 가슴 깊이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진정 어인 일일까?
이젠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이다. 더 이상 물러설 시간도 없다. 전략 그 이상의 것도 없다. 근데 왜, 그들은, 또 우리 모두는 수수방관 속에 차일피일(此日彼日)하는 지 모르겠다.
대선 주자 3인이 총 맹진하며 달리면서 후보 등록 마감 시점에 즈음한 최종 막판 단일화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하지만 글쎄? 3자 모두 이미 여러 출마 선언 효과를 맘껏 누린 게 아닌가? 과연 최후 승자가 과연 누가 될지 한마디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사상 최악인 우리나라의 대선. 이는 아닌 게 아니라 이미 투표와 개표가 시작된 미국 대선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대선은 대한민국의 향후 앞길 관련 이것저것에 대한 청사진과 로드맵(Road Map)을 제안하기는 커녕 제시조차 못하고 있다.
더불어 지극히 단순한 빈껍데기 공약은 문제 요소가 너무 많다. 그래서인지 “선거의 ABC조차 망각하는 게 우리의 정치 수준이다”라는 쓴 소리도 자주 들린다.
확실한 건 어느 누가 대선의 주인공이 되던지 전 세계로 불어 닥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대책은 고사하고, G2의 권력 교체로 인한 동북아 정세 변화 등등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즉각적으로, 비판적으로 냉철하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마저 툭툭 튀어 나온다.
에이. 선현들은 자연의 풍광을 벗 삼아 천석고황을 읊었건만, 지금 우리는 이른바 ‘대통령고황(大統領膏肓)’이라는 신조어를 ‘묻지 마 투표’ 정국에 마뜩치 않게 떠들어야만 할 때다.
이황(李滉)이 시조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에서 ‘이런들 엇더하며 져런들 엇더하료. 초야우생(草野愚生)이 이러타 엇더하료. 하믈며 천석고황(泉石膏황)을 곳쳐 무슴하리’라고 일갈(一喝)한 것을 너무나 당연시 도외시한 체 말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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