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들은 날고 뛰는데 우리는 기어가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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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선진국 전유물 아닌 ‘혁신경쟁’…신흥국들도 대거 합류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7-11-26 19:27:10

글로벌 ‘혁신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국가 간의 경쟁을 넘어서 도시 간의 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뉴 노멀(New Normal)의 터널을 지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제는 신흥국에서도 혁신을 통한 미래시장 선점에 한몫을 하겠다고 너도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더 이상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모두가 ‘우월적 선도자(First Mover)’의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베트남의 하노이, 사우디의 리야드, 바레인의 마나마, 심지어 북유럽 발트해의 에스토니아 등에 이르기까지 혁신을 기치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국가나 도시들로 넘쳐난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러브콜이 국경을 넘어 글로벌 트렌드로 크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구도 속에서 발견되는 몇 가지 특징들은 매우 선명하다. 아이디어·인재·기업·자금들을 몰고 오려는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악셀러레이트 등 ‘비이클(Vehicle: 추진·동력)’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정부는 이를 백업하기 위해 스타트업 혹은 창업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조성하려 안간힘이다. 규제를 풀고 실패를 보장하며 기득권을 타파하고 돈이 모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무늬만으로 포장돼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그림을 그려간다.

혁신적인 기술과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이 생겨날 수 있는 시·공간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친(親)기업 정책이 대세인 셈이다. 기업을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의 중심에 두고 있다.

혁신의 바람이 우리에게도 불고 있다. 대학을 비롯해 스타트업 혹은 창업지원센터, 기업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대부분 전문성이 부족하고 글로벌 트렌드에 비춰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내수 시장이 협소하고 할 것도 마땅치 않다는 푸념이 심심찮게 들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 혹은 창업 기업들의 수준이 글로벌스탠다드에 비하면 열악하다. 국가의 예산만 축내는 ‘좀비 스타트업’들로 수두룩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단추를 제대로 끼우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정확한 출발선상에 스타트업 기업들을 세워야 한다.

처음부터 해외를 포함해 목표 시장을 정조준하고 글로벌하게 자금 혹은 인재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보다 열린 자세로 글로벌 시장에서 ‘오픈 비즈니스(Open Business)’ 혹은 ‘오픈 컬래버레이션(Open Collaboration)’을 지향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혁신’이라는 옷으로 갈아 입으면 날개를 달 수 있다

최근 IMF는 올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0%에서 3.2%로 수정해 추정치를 발표했다. 수출이 두 자릿수 호조를 보이고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니 주가(株價)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내년에도 세계 경제의 팽창세 기조가 유지되면 한국 경제도 그리 나쁘지 않은 장밋빛 전망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기 보다는 비관적 견해가 월등히 많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 측면에서 경쟁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마치 오늘만 살고 내일은 없다는 막가파식으로 산다는 것이다.

우리 경쟁국들은 날고 뛰는데 우리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것을 우위에 둬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실종된 지 오래인 듯하다.

당장 우리 이웃나라를 보더라도 중국은 날개를 달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스타트업들이 연일 생겨나고 매출 1조 클럽의 신생기업(유니콘·Unicorn)의 숫자가 이미 미국을 넘어서고 있을 정도다. 중국 경제가 과거와 같지 않다고 하지만 창업과 혁신이 공룡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심지어 실리콘밸리가 중국을 베낀다고 할 정도로 전세가 역전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일본은 정부·기업·개인 등 경제주체들이 똘똘 뭉쳐 ‘주식회사 일본’을 재건하고 있다. 더 이상 퇴로가 없다는 것을 알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와 인도도 포스트 차이나의 서광을 업고 혁신과 개방의 빗장을 과감하게 푼다. 모두가 ‘드림팀’을 꾸려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우리 주변 모두가 미래를 위한 부푼 꿈을 꾸고 매진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 안을 들여다보면 좀 답답하다. 혁신성장을 외치면서도 구호에만 그치고 현장에서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모든 것은 단절되고 새로운 것을 한다는 외침은 요란한 굉음으로 전락한다. 속빈 강정이 돼버리는 현상들이 비일비재하게 연속된다.

그 틈새에서 잇속만 챙기는 무리들만 득실거린다. 이 시점에 IMF가 우리 경제에 대해 내린 일침은 충분히 새겨들을 만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혁신성장을 통한 생산성 향상, 그리고 중소기업은 보호가 아닌 혁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만약 한국이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풀면 잠제성장률이 0.3%p 높아질 것이라는 충고도 한다. DNA 측면에서 보면 지금 글로벌하게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봄이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안성맞춤형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시야를 좁은 국내에만 묶어두지 말고 글로벌 시장을 보면서 전략적인 무장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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