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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웹툰작가 민서영

“성인물작가 시절 설움 ‘썅년이야기’로 승화시켰죠”

여성에 대한 혐오·편견 맞선 스토리 담긴 웹툰 연재…“자유로운 표현 중요”

이슬비기자(mistyrain@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1-11 00: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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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서영(사진) 작가는 지난해 9월부터 웹툰(인터넷만화) ‘썅년의 미학’을 연재하고 있다. 오랜 해외생활 후에 국내서 PD·소설가 등으로 활동하다 프로 작가로 활동 중이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썅년’은 누군가가 내게 모욕을 주기 위해 선택하는 단어죠. 흔히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하는 여자를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제가 먼저 저를 ‘썅년’이라고 자칭(自稱)해 버리면 남들이 제게 더 이상 뭐라고 할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이 저를 모욕할 권리를 뺏어버리는 거죠”
 
민서영(여·27) 작가는 웹툰 플랫폼 ‘저스툰’에 여성 일상 공감 웹툰 ‘썅년의 미학’을 연재 중인 인물이다. 동시에 그는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을 해외에서 생활한 민 작가는 국내에 들어와 웹툰 전문 PD·작가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전문기획사인 ‘재담미디어’ 전속 작가로 활동 중이다.
 
첫 작품은 ‘아저씨와 조카의 사정’…파격적 내용에 성인작가 색안경도
 
민 작가는 부모님의 직업 특성상 17년간 해외에서 생활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스위스 루체른 소재 IMI 호텔관광경영대에서 호텔 매니지먼트를 전공했다. 대학 인턴십의 일환으로 영국 한 호텔에서 바텐더로 일하기도 했다. 민 작가가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겪었던 일들 때문이다.
 
“해외 생활 중에도 방학 때가 되면 한국에 잠깐씩 들어와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그 때 친구들과 싸이월드(미니홈피)를 통해 내 또래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여자로서 겪는 불편한 일들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됐죠. 저 역시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성(性)과 관련한 불편한 일들을 겪게 됐어요. 당시 경험이 한국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죠”
 
그는 원고의 검토·수정·플랫폼게재 등을 도맡는 웹툰 전문PD로 일하다 직접 작가로 데뷔하게 됐다. 그가 처음 선보인 소설은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성인 웹소설 ‘아저씨와 조카의 사정’이었다. 민 작가는 당시 성인물 작가라는 이유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 민서영 작가는 한국에서 보낸 고등학교 시절 기억, 성인물 작가로서 겪은 경험 등을 바탕으로 썅년의 미학을 그리게 됐다. 민 작가는 본인이 겪은 불편했던 일들을 4컷 만화에 담아낸다. 사진은 썅년의 미학 속 여성 캐릭터 [사진=재담미디어]
 
“당시 성인 웹소설 작가라고 저를 소개할 때면 사람들 눈빛부터 바뀌었어요. 심지어 작품 소재를 준다면서 자신의 성경험을 줄줄이 말하거나 제게 애인과의 잠자리에 관해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단지 직업일 뿐인데 저를 ‘쉽게 잠자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죠”
 
민 작가는 자신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사람들을 풍자하는 내용의 1~2컷 만화 ‘직업으로서의 야설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게재 후 직장인 여성들로부터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댓글이 달리면서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민 작가는 보다 많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마음에 웹툰 ‘썅년의 미학’을 그리기 시작했다. 쌍년의 미학을 SNS 게재하던 중에 첫 직장인 재담미디어와 전속 계약을 맺고 지난해 9월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썅년의 미학’은 4컷 안에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여성 비하’ 혹은 ‘여성 혐오’ 등의 현상을 그리고 있다. △‘여자 나이 스물여섯이면 똥값’이라고 말하는 직장상사 △성관계 시 ‘피임을 하지말자’고 요구하는 남자친구 △산부인과를 찾아 온 10대 여학생을 타박하는 중년여성 등이 등장한다.
 
만화 속 여성 캐릭터들은 굴하지 않고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다’ 등의 대사로 맞받아친다. 자신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 맞서는 ‘썅년’들이라는 게 민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쌍년의 미학을 연재하면서 자신의 작품이 비슷한 경험을 겪은 피해자에게 용기를 주고 가해자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여성만 희생하는 사회가 평화롭다는 인식에 반기…“혐오에 저항하며 더 나댈 것”
 
“만화의 일부를 제 개인 SNS에 올리기도 해요. 남자친구의 행동을 꼬집는 내용의 만화였는데, 한 독자는 본인의 남자친구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하더라고요. 한 고등학생 독자에게는 제 만화를 통해 페미니즘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됐다는 내용이 담긴 팬레터를 받기도 했죠”
  
▲ 민서영(사진) 작가는 ‘잘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불편한 돌을 계속해서 던지는 그가 말 그대로 ‘잘 된다’면 다음 세대들은 분명 지금보다 더 불편함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제 만화를 보고 용기를 얻어가는 분들도 있어요. 만화와 똑같은 상황에서 ‘저렇게 말하지 못해 속상했는데 다음에는 꼭 이렇게 말해봐야겠다’고 다짐하는 분들도 있죠. 평소에는 말이 잘 통하지만 특정 여성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던 제 지인도 제 만화를 보고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연락해오기도 했어요”
 
민 작가는 ‘썅년’을 불편한 상황을 계속해서 만드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그의 메시지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흔히들 ‘왜 자꾸 평화를 깨뜨리고 싸움을 조장하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에 민 작가는 그들이 말하는 ‘평화’에 의구심을 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썅년’은 잔잔한 수면위로 돌을 던져서 파동을 일으키는 존재예요. 잔잔한 평화는 보이지 않는 어떤 큰 힘에 의해서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계속 파동을 일으켜서 그 인위적인 평화를 깨트려야죠. 직접 불편하다고 말해야죠.”
 
민 작가의 숙제는 자신이 경험한 것 이상을 그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 작가는 살쪄본 적이 없어 살찐 여성이 당하는 일을 그릴 수 없고, 성 소수자가 아니기 때문에 성 소수자 여성의 문제를 함부로 다룰 수 없다. 그는 계속해서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공부해서 연재 후반에 다룰 계획이다.
 
민 작가는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는 여성들에게 좀 더 나빠져도 된다고 조언했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작가 본인은 정작 자신이 당해 온 민폐에 대해서는 관대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데이트폭력·성추행 등의 사건이 생기면 으레 피해자인 여성을 더 추궁하는 사회에 순응하도록 여성들이 길러졌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다른 것 없고 그냥 잘 나가는 게 목표예요. 그러기 위해 저는 앞으로 더 ‘나댈’ 생각이죠. 우리 사회에서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여성으로서 내가 잘 돼야 다음 세대도 불편함에 대해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이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길 바라요”
 
[이슬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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