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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피플]-거문고 연주가 박희정

“우리의 전통악기 거문고로 진짜 한류 알리죠”

미국·영국·중국 등 해외공연 활발…우리 민족의 ‘고고한 소리’ 전도사

이지현기자(bliy2@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2-01 00: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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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문고 연주가 박희정(사진) 씨는 9회의 독주연주회와 4개국 해외초정 공연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우리의 소리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거문고라는 악기는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친숙한 악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누구나 한 번 거문고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면 헤어 나올 수 없게 되죠. 거문고의 매력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현악기 거문고와 30년째 동고동락 해 온 연주가 박희정(47·여) 씨는 관련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문 국악인이다. 박 씨는 국내 거문고 독주 연주회는 물론 미국, 영국, 홍콩, 중국 등 해외 초청 공연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그는 어지간한 사람이면 한 호흡으로 이어가기 어렵다는 ‘가즌회상’ 연주를 한 시간 동안 실수 없이 소화해 내는 거문고계의 전설로도 불리고 있다. ‘가즌회상’은 현악 영산회상에 이어 천년만세(千年萬歲)의 세 곡을 연주하는 형식을 말한다.
 
굳은 살 배겨가며 연습 또 연습…안정적인 음악교사 대신 전문연주가 선택
 
어려서부터 국악에 뜻을 품고 거문고의 세계에 입문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박 연주가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지금의 길을 걷게 됐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입학한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처음 거문고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중학교 때 한국 무용을 배우던 친구가 들고 온 국립국악고등학교 팜플렛을 보고 호기심에 지원하게 됐는데 덜컥 합격했죠. 당시 국악을 장려하던 사회 분위기가 있었어요. 일반고와 다름없이 연합고사를 보고 들어갔어요. 그렇게 거문고와의 인연이 시작 됐죠”
 
박 씨는 국악고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타학원을 다니며 ‘줄’에 대한 감각을 익힌 경험이 전부였다. 고등학교 입학 후 그는 학교에 개설된 여러 전공악기들 중에서 거문고를 선택했다. 하지만 거문고를 연주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선생님으로부터 ‘악기를 연주하기엔 손이 약하다’는 평가를 듣고는 좌절하기도 했다. 국악고에 입학은 했지만 앞으로 학교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혼란을 겪었다.
            
▲ 박희정 씨는 어지간한 사람이면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어려운 ‘가즌회상’ 연주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사진은 가즌회상 연주 중인 당시 박희정 씨의 모습 [사진=박희정 씨 제공]
  
“거문고 줄이 마치 동아줄 같았죠, 기타 줄 하고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어요. 당시 국악고 입학기준이 까다롭지 않았어도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춘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친구들 보다 두 배 이상으로 연습해야 했죠. 여고생 손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손 곳곳에 굳은살이 박일 때 쯤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 있었죠, 그 기간이 꼬박 1년이 걸렸어요”
 
“독주회를 통해서 단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비로소 거문고에 대한 길이 보이는 기분이었죠. 대학 석사까지 거치는 동안 ‘음악교사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의를 여러 번 받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문 국악인이 되겠다는 꿈이 확고했던지라 단칼에 거절했죠”
 
박 연주가는 지난해까지 한양대, 단국대, 이화여대, 성결대 등에서 거문고 전공 대학생을 대상으로 ‘거문고 연주’를, 일반 대학생들에게는 ‘국악의 이해’라는 과목을 강의하며 국악 알리기에 힘썼다. 물론 연주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미국·영국·중국 등 해외 각지서 ‘고고한 선비의 악기’ 거문고 선율 뽐내
 
박희정 씨는 지금까지 모두 9번의 독주회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4년간 시리즈로 발표한 ‘줄풍류’ 공연을 꼽았다. 줄풍류는 거문고가 중심이 돼 가야금, 해금, 세피리, 대금, 장구 등으로 편성된 현악기 중심의 연주를 말한다. 그는 국악인들에게 조차 생소한 고(古) 악보를 복원해 내기도 했다.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1회씩 시리즈로 4회의 공연을 열었어요. 고 음원 복원 작업에 몰두하며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던 것 같아요. 이런 노력 덕분에 공연 역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어요”
 
▲ 박희정(사진) 씨는 거문고의 대중화와 관련해 계량이나 변형보다는 거문고 본연의 모습으로 청중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응이 높은 해외에도 꾸준히 거문고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카이데일리
 
박 씨의 거문고 연주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이어졌다. 2000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홍콩, 중국 등에서 정부나 민간단체의 독주 또는 단체연주 초청을 받아 거문고 선율의 아름다움을 뽐냈다.
 
“미국에서의 독주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캘리포니아 라디오 서울의 초청이었죠. 라디오를 통해 저의 거문고 연주가 미국에 울려 퍼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어요. 항상 해외에서 연주 할 때마다 동포들에게는 타국살이의 외로움을 위로하고, 외국인들에게는 우리의 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죠”
 
박 씨는 거문고를 ‘고고한 선비의 악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거문고가 가야금, 해금, 대금 등 다른 국악기에 비해 연주가 쉬운 편도 아니고 자극적인 요소도 없어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나름의 깊은 매력을 지닌 악기라고 평가했다.
 
“현대 음악과 협주를 통해 새로운 연주로 재탄생 하는 가야금이나 다른 악기들을 볼 때면 속상하곤 했죠. 거문고도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났어요. 하지만 무리해서 변화에 따라 갔다가 본연의 모습마저 잃기 보다는 거문고 그 자체일 때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거문고 연주방식은 숱대(거문고 줄을 팅길 때 사용하는 도구)로 공중에서 쳐 내리며 줄을 통해 연주하는 타악기적인 요소와 줄을 튕겨 소리를 내는 현악기의 요소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박 씨는 거문고가 거칠고 부드러운 소리를 동시에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연주 방식을 갖추고 있는 악기는 거문고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거문고의 미래를 마냥 장밋빛으로 평가할 순 없죠. 하지만 마니아층은 어느 악기보다 두껍게 형성돼 있어요. 거문고가 갖추고 있는 장점과 강점들을 살려 꾸준히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대표 국악기인 거문고에 많은 관심을 갖길 바라요”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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