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狡兎三窟), ‘농어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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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12-12-13 15:07:25

▲ 김종우(자유기고가)

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이는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실제 무대이다.

상록수는 어떤 소설일까?

1935년 동아일보사에서 주최한 장편소설 당선작이다. 시대적으로 ‘인민 속으로’라는 의미의 브나로드 운동이 벌어질 때 나온 작품이다.

이광수의 흙과 더불어 일제 강점기에 농촌계몽과 민족주의를 고취시켰다는 점에서 한국 농촌소설의 쌍벽을 이루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촌과 농업이 WTO와 FTA 등으로 말미암아 거센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요즈음.

사단법인 ‘신(新) 상록수운동연합’의 우도화 대표가 ‘신(新) 상록수운동’을 화두(話頭)로 말문을 연다.

“우리 민족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도 상록수운동의 뜨거운 불길을 올렸다. 농어촌 사랑운동이다. 애국애족 운동이다. 그런데 현재도 우리의 농어촌을 살리기 위한 뜻 깊은 또 다른 운동이 있다. 바로 일제 치하에서 최용신 여사가 펼쳤던 상록수정신을 계승한 신 상록수운동이다”

신 상록수운동이라? 무엇일까?

그는 “UR 협정과 WTO 체제의 출범 그리고 FTA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우리 농촌은 큰 어려움을 만났다. 더불어 이농 현상이 빚어낸 농촌고령화 시대와 과중한 농가부채, 농업경쟁력 상실 등으로 우리 농촌은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의 어려운 농촌을 살릴 길은 없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크즈네크 교수는 ‘후진국이 공업정책을 통해 중진국으로 도약할 수 는 있지만,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 상록수운동 역시 농어촌사랑 운동임과 동시에 애국애족 운동이다. 궁극적으로 국민의식 개혁을 위한 정신운동이다”라고 극명(克明)하게 말한다.

이어 “지금 전개하고 있는 신 상록수운동은 도시와 농촌이 연계된 귀농 및 귀촌운동의 전개를 비롯해 신 상록수 친환경 영농단지와 테마파크의 조성, 신 상록수 브랜드의 차별화를 통한 국내시장 회복과 해외시장 진출 등이 핵심 사업이다”라고 덧붙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신 상록수운동이 ‘농촌사랑, 나라사랑, 민족사랑 운동’임과 동시에 이 운동이야말로 퇴락한 농어촌 경제의 회복과 향후 남북한의 통일시대를 조망하면서 우리 민족 전체가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요셉의 창고’를 준비하는 국민정신 운동이자 실천운동임이 절로 느껴진다.

최용신은 누구일까?

심훈이 상록수에서 청석골이라 부른 마을은 바로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의 샘골 마을이다.

또한 농촌의 문맹퇴치를 위해 야학에 온 힘을 기울이는 채영신이란 여자 주인공은 일생을 농촌계몽운동에 헌신한 실제 인물 최용신을 빗댄 소설 속의 주인공이다.

1909년 함경남도 원산읍에서 태어난 최용신. 곤궁한 생활 속에서 살았지만 신앙심이 깊어 열심히 교회를 다녔다.

루씨(樓氏) 여자보통학교와 루씨 여자고등학교를 나온 이후 서울에 있는 감리교 협성신학교 졸업을 1년 앞둔 1931년 최용신은 학업을 중단한다.

샘골 마을로 농촌계몽운동을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농촌계몽운동과 유학 중에 얻은 병과 과로가 겹쳐 1935년 나이 26세에 세상을 떠난다.

그 후 많은 세월이 지난 1974년 상록수의 최용신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가 세워지고 1995년에는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기도 했다.

역시 다사다난했던 2012년 한해가 시나브로 저물어 가고 있다.

올 한해 역시 농촌은 한숨을 짓는 나날을 보내야 했다. 농부들은 지금도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이라고 해서 특별히 나아질 것도 결단코 없다.

사마천의 사기(事記)에 ‘교토유삼굴 근득면기사이(狡兎有三窟僅得免基死而)’라는 대목이 있다.

흔히 ‘교토삼굴(狡兎三窟)’로 불리는 이 구절은 ‘영민한 토끼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굴을 세 개나 파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사전적 준비가 충분하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내년 역시 난제가 적지 않은 우리의 농업. 마치 시한폭탄 같다. 지나친 비약일까?

무조건적으로 우리의 농업도 이젠 ‘교토삼굴의 토끼’가 되어야만 한다. 그럼 과연 우리는 이런 총체적인 농업의 위기에 대비해 몇 개의 굴을 파 놓고 있는 것일까?

논어(論語)를 보면 ‘어떤 자는 읽고 나서도 전혀 아무 일이 없었던 것과도 같다. 어떤 자는 읽고 나서 그 중의 한 두 구절을 깨닫고 기뻐한다. 또 어떤 자는 읽고 나서 참으로 배움을 즐기는 경지에 오르는 자도 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읽고 나서 곧바로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기뻐서 발을 구르는 자도 있다’는 표현이 있다. 이른바 ‘수지무지 족지답지(手之舞之足之蹈之)’이다.

원컨대 우리 농업도 한시바삐 이처럼 ‘수지무지 족지도지’하는 일이 도래(到來)하길 바래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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