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서 우리가 열세인 이유를 되짚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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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전문성·준비성·협상력 부족, 패자가 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3-31 18:16:57

한·미 FTA 개정 협상 종료를 두고 설왕설래가 심하다. 협상을 종료한 정부 인사들은 성공적인 결과라고 자축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에서도 협상 팀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선전했으며 만족스런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박수를 치고 있다.

반면 이번 협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철강이나 자동차업계 등은 울상이다. 물론 어떠한 협상에서도 이익을 보는 측이 있으면 손해를 보는 측이 있기 마련이다. 국력 차이가 있고 미국의 서슬 퍼런 압박이 지난해 7월부터 줄기차게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살펴보면 준 것만 있고 받은 것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일부 이면 합의 내용에 대해 쉬쉬하는 것도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우리에 대한 통상압박이 지금 선에서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협상 결과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심심찮게 나왔다. 과연 우리 정부가 충분히 준비를 했는지, 출중한 협상 팀을 구성해 협상에 임했는지에 대해서는 세간의 평가가 매우 냉혹하다.

원칙적으로 한국인들이 외국인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가장 취약한 분야가 바로 협상력이다. 협상 대표 팀의 전용을 보더라도 열세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 정도 수준으로 국가에 더 큰 위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이익을 지켜내고 국민의 생존을 사수해낼지 심히 의심스럽다.

물론 이런 무사 안일한 대응은 지금 정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즐비했다. 국가들의 이해가 더 첨예해지고 안보와 경제를 엮은 판짜기가 살벌하게 전게되고 있는 것이 현재 글로벌 상황이다. 협상의 결과가 국민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책임은 막중하다.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대응 능력이 상대에 비해 현저하게 허약해 보이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작년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 금년에는 미국의 통상 압박에 일부 신흥국까지 우리에 대한 무역 이슈를 계속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규모 1조불을 초과하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상당수 기업들은 국내보다 해외에 나가 기업 활동하기를 여전히 더 선호한다.

이로 인해 무역 분쟁이 생기면 국내에서 수출하는 기업에 더해 현지에서 생산 혹은 판매를 하는 기업에게도 치명적인 피해가 갈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사례들이 갈수록 더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 정부 내에서는 통상 관련 조직은 산업부와 외교부를 들락날락 하면서 일관성은 고사하고 전문성마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담조직 내 직원들도 1~2년이면 모두 교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마침 산업부 내 통상 조직 공무원 수를 40명 늘린다고는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사대 정신에 부응하는 ‘미래지향적’ 정부 구조, 과감한 재편 필요

최근 정부가 공무원 수를 4637명이나 증원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생명과 권익보호를 강조하면서 민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강조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늘어나는 수요가 있기 마련이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에 걸맞게 줄여야할 조직이나 인원도 수두룩한데 여기에 대해서는 함구령이다.

일각에서는 국민 세금이 공무원의 급여와 연금에 지나치게 쏠리고 있다는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혈세가 반드시 쓰여야 할 곳에 가는 것이 아니고 엉뚱한 데로 흘러 국가가 거덜 날 것이라는 우려다. 불필요한 부처나 공무원이 많다 보니 밥값 한다는 명목 하에 쓸데없는 행정을 남발하고 규제만 양산하고 있다. 뭐 하나 하려고 해도 부처 간 이기주의와 여러 부처에 중첩된 절차로 되는 것 보다 되지 않는 것이 더 많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소통은 없고 불통만 있다.

차제에 정부 조직에 대한 전면적인 진단과 조정이 필요하다. 개발과 압축 성장 시대의 현재 조직을 과감하게 허물어야 할 시기가 됐다. 4차 산업혁명과 인구절벽, 글로벌 무한경쟁, 글로벌화로 재편되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실에 맞게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하다.

그 틀은 큰 정부가 아니고 작고 효율적인 정부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 매사를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백업 형태의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민간의 창의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글로벌 경쟁에서 당당하게 승부를 걸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또한 구성원들을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국내에서는 이들의 실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해외에 내놓고 외국 정부 상대 인사들과의 면면을 대조해 보면 평균적인 수준이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이대로 간다면 정부와 민간 모두가 글로벌 경쟁에서 패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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