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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위세를 널리 드러낸다는 의미의 ‘국위선양’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수식어다. 최근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을 일으킨 주역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에게도 이러한 수식어가 붙는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년 연속으로 톱소셜아티스트 상을 수상한데 이어 ‘빌보드 200’에서 내로라하는 팝스타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한국 가수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된 음반으로 해당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탄소년단에게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무대를 향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됐다”며 직접 SNS에 축전을 올리기도 했다. 일반인은 물론, 대통령까지 이들에게 축전과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의 행보가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물론 방탄소년단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알린 인물들이 여럿 존재한다. 스카이데일리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알린 명사들을 조명해보는 이슈포커스를 기획했다. 이번 주에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국위선양에 이바지한 인물들의 사연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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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배수람·나수완·배태용 기자]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류’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가장 단시간에 알린 가시적인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대중음악인 K-POP에 국한됐던 한류는 최근 들어 문화·공연 등으로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역사가 그리 깊지 않은 문화 장르에서도 우리나라는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힙합(HIPHOP)’ 또한 그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수년째 힙합 문화의 한 부분인 ‘비보잉(B-boying)’에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 팀이 참가하지 않은 국제대회는 재미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내 전통음악 혹은 전통악기와 서양의 음악·악기 등을 함께 연주해 무대를 꾸미는 시도도 세계적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피부색도 언어도 다르지만 한국 문화·공연계는 이미 ‘만국공통어’라 불리는 예술을 통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예술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는 비보잉 세계 랭킹 1위팀 ‘진조크루’와 동서양 악기의 앙상블을 통해 한국 문화의 우수함을 전하는 뮤직그룹 ‘세움’을 만나봤다.
세계무대 휩쓴 힙합 비보잉 그룹 진조크루…길거리 춤을 예술로 승화시키다
지난 2001년 결성된 비보잉팀 ‘진조크루’는 현재 해당 장르 세계랭킹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팀 결성 이후 꾸준히 세계대회에 출전한 이들은 2007년부터 점차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꼬박 5년 동안 쉬는 날 없이 달려온 덕분에 일궈낸 성과였다.
미국의 힙합 문화의 한 장르인 비보잉으로 세계대회를 석권하기 위해 진조크루가 선택한 전략은 차별화였다. 김헌준(34·남) 진조크루 대표에 따르면 진조크루만의 색깔을 가지기 위해 다른 댄서들이 시도하지 못한 안무를 선택하거나 어려워서 잘 할 수 없던 동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의상, 음악, 콘셉트 등 예술적인 부분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세계 대회에서 우수한 퍼포먼스로 인정을 받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본 것 같아요. 미국 본토의 색을 살린 비보잉 무대를 선보인 적도 있고 예술적인 부분을 강조한 안무를 구성해 무대에 오른 적도 있었어요. 어떤 걸 또 해볼까 고민하다가 한복을 입고 우리 전통음악에 맞춰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죠. 이미 선배들도 이런 시도를 많이 해봤지만 우승을 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었어요. 가장 한국적인 무대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감격스러웠어요. 꾸준히 앞만 보도 달린 덕분에 비보잉 대회 중에서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5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쾌거도 이뤘죠”
진조크루의 성과는 단순히 세계무대 1위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들의 뛰어난 실력과 화려한 퍼포먼스는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진조크루의 활동 등은 금성출판사에서 올해 발행한 중학교 체육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외국에서 공연을 하면 한국적인 비보잉에 특히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아요. 문화적인 측면에서 관객들의 수준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들은 우리의 춤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한국 문화의 위대함에 감명 받는 것 같아요. 물론 신선함도 작용하겠죠. 한국 비보잉을 전 세계인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해야 겠다고 생각해요”
“사실 외국에서도 의아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한국은 비보잉이 대중적인 춤이 아니고 시장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잘하는 팀들이 많으니까요. 한국 팀을 무조건 섭외해야 성공적인 대회가 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어요. 외국은 비보잉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트랜드에 발맞춰 나갔으면 좋겠어요”
김헌준 대표는 비보잉이 남녀노소, 연령대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춤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현실은 열악한 편이라고 한다. 당장 해외 무대에서도 손색없을 정도의 우수한 실력을 갖춘 팀들이 많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현재 진조크루는 비보잉 시장의 확대는 물론 후배 양성 및 국내대회를 국제대회로 승격시키는 다양한 사업을 시도 중이다.
진조크루는 올해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2018 유스올림픽’에 비보잉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비보잉 강국으로서 정식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도록 힘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진조크루가 직접 개최하는 BBIC(Bucheon B-boy International Championship)를 세계메이저대회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전했다.
“승부를 낼 수 있는 구성이 확실하고 대중들의 인기가 보장된다면 예술과 스포츠가 공존하는 비보잉은 충분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다고 봐요. 선제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서 많은 어린 비보잉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비보잉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거든요”
“세계 메이저급 비보잉 대회 중에서 R-16이라는 대회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였는데 대만으로 넘어가게 됐어요.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죠. 저희는 R-16을 되찾아오는 노력은 물론 직접 주관하는 BBIC를 수준 높은 대회로 만들고 싶어요. 진조크루가 한국 비보잉 선두에 서면서 많은 자격과 역할이 주어졌어요. 이를 잘 해낼 수 있는 의무감도 많이 생겼죠. 한 순간 인기 있는 춤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발돋움 시키기 위한 프로그램 등을 구상 중이에요”
동·서양 음악의 이색 앙상블…한국의 선율로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 전파
뮤직그룹 ‘세움’은 부평아트센터의 예술단체인 ‘문화공작소 세움’에 소속된 남성 5인조 그룹이다. 멤버들은 우리 전통음악과 서양음악 장르를 융합해 다양한 음악적 소통을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를 갖고 지난 2011년 팀을 결성했다. 세움은 한국 전통악기인 가야금·장구·징·피리와 더불어 서양의 색소폰·콘트라베이스·트럼펫 등을 함께 연주하면서 이색적인 재즈 선율을 선보인다.
지난 2015년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연주와 최우수 크로스오버 등 2개 부문 후보에 오를 뿐만 아니라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현지 언론으로부터 별 5개 평점 만점을 얻기도 했다. 세움의 총괄 음악감독이자 가야금 연주자로 있는 이준(34·남) 감독은 어떤 악기로 어떤 장르를 선보이냐 보다 그것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느냐에 집중하고 있다고 술회했다.
“우리나라 전통악기로 재즈를 연주하는 시도가 연주자인 저도 처음부터 와 닿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이런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 우리 국악을 제대로 계승하고 전승할 수 있고 세움만의 정체성을 확실히 가질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시도라고 생각했죠. 단순히 국악과 재즈를 결합한다는 것보다 더 큰 시야에서 음악 자체를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저희 음악은 국악 하는 분들이 들으면 ‘이건 재즈야’라고 말하고 반대로 재즈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국악이네’라고 하시더라고요. 세움만의 색깔이 굳어져가고 있구나 생각했죠”
세움의 음악은 사물놀이·풍물·산조·판소리·무속 등 한국 고유 장단을 기반에 둔 상태에서 재즈·월드뮤직과 창의적인 결합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영국 중동, 미국, 아프리카, 말레이시아, 아제르바이잔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세움이 발매한 디지털 음반 ‘코리안브레스’는 독일, 일본, 영국, 미국, 캐나다 등 5개국에서 발매돼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저희 음악을 듣고 좋다고 표현해주는 걸 보면서 역시 음악은 ‘만국공통어’라는 사실을 실감하곤 해요. 흑인 관객들이 많았던 미국 볼티모어 공연 때는 연주가 끝난 뒤 모두가 기립박수를 해주고 무대를 나가는 저희들을 한명씩 포옹해주더라고요. 에든버러에서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공연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연주가 끝난 뒤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어요. 우리 전통악기 소리가 신선한 것도 물론 있겠지만 어떤 악기로든 어설프게 연주했다면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자신해요. 보람된 만큼 더 열정을 다해 연주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지죠”
“사실 우리 고유 음악인 국악이 대중들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는 부분이 아쉽기도 해요. 그래서 우리는 대중성을 가지고 가기 위해 노력하죠. 악기에 맞는 장르, 음악을 듣는 연령대 등 프레임에 음악을 가두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다양한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이 감독은 국악이 대중들로부터 비주류 음악으로 분류되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문화 예술의 우수함을 알리기 위해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대중들로 하여금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서 우리 전통의 맥을 끊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공연을 할 때도 끝나고는 모두 ‘너무 좋았다’라고 말씀해주세요.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화수준이 높기 때문에 사실 어떤 음악과 어떤 악기를 결합한다고 해도 재미가 없고 감동적이지 않으면 진심어린 박수를 치지 않는 게 냉정한 현실이거든요. 무대에 대한 설명이나 곡에 대한 해설을 하고 연주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청중들에게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부분에 집중하고 싶어요”
이 감독에 따르면 국악을 주로 하는 그룹들은 대개 10년이 안 돼서 해체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다양한 장르의 결합을 통해 국악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시도는 왕성했지만 그만큼의 성과를 거두기는 척박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우리 고유의 전통음악을 알릴 동력을 삼기 위한 시스템 구축 및 프로그램 등의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한국 국악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룹도 있어요. 락과 전통음악을 결합한 ‘잠비나이’라는 그룹이에요. 해외에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내로라하는 기업이 참여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보기 위해 전 세계 팬들이 몰려다니고 있어요. 이런 가능성을 가진 팀들이 과거엔 엄청 많았지만 요즘에는 한풀 꺾였죠. 내세울 만한 팀들이 자꾸 줄어드는 게 안타까워요. 이미 해외에서는 각국의 전통악기와 전통음악, 서양음악과의 결합 등이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조명 받고 있는데 말이죠”
“세움은 좋아하는 음악을 꾸준히 하다보면 애호가들은 분명히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자꾸 마련해야하죠. 세움의 음악은 단지 좋다는 느낌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으니까 또 듣고 싶고, 저희를 또 보고 싶어 하도록 노력해야죠. 우리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희도 그 길을 멋지게 포장해 후배들이 편하게 걸어올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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