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린 기무사… 노무현 前대통령 감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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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자서전 불온서적 취급, 중국여행을 적성국가 방문으로 보고하기도

이한빛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30 13:11:09

▲ 군인권센터가 30일 기무사의 사찰 방식과 과거 사찰사례를 폭로하며 기무사의 해체를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촛불 무력 진압과 기무사 민간인 사찰’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사진=뉴시스]

계엄문건 파동, 민간인 사찰 등의 혐의로 개혁 대상으로 떠오른 국군 기무사령부가 과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의 통화까지 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3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 기념관에서 ‘기무사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기무사는 약 수백만에 이르는 민간인들의 개인정보를 사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는 군인 면회, 군병원 병문안 등으로 군사시설을 방문한 민간인들의 주민번호를 입수해 주소와 출국정보, 범죄경력 등을 열람하고, 특이점이 있는 인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용의선상에 올리는 방식으로 민간인 사찰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 여행을 다녀온 출국정보가 있는 사람을 적성국가 방문자로 취급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경우 범법행위자로 규정해 감시, 미행, 감청, SNS 관찰 등의 사찰을 자행했다.

60단위 기무부대를 활용한 민간인 사찰 사실도 폭로됐다. 이들은 세미나 명목으로 지역 정치인과 공무원 등에 향응접대를 일삼으며 민간 첩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회의원 보좌진,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대상으로 고가의 식사 또는 선물을 제공해 매수한 뒤 프락치로 활용한 정황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첩보 수집 및 대공수사를 명목으로 대통령의 전화 내용을 감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군인권센터 측은 “기무사가 노무현 대통령과 윤광웅 국방부장관의 통화를 감청한 사실을 내부 제보를 통해 받았다”며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지휘를 받는 국방장관을 감시하는 실태를 보아 도·감청범위가 짐작조차 하지 못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2012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하며 전직 대통령을 이적 인사 취급했다는 내부 제보도 공개됐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당시 기무학교 입학생이 노무현 자서전을 갖고 있자 교관이 불온서적을 읽었다며 추궁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계엄문건 공개 당시 강도 높은 기무사 개혁을 추구했던 군인권센터는 “기무사를 존치한 상태에서 개혁이 불가능해 보인다”며 “해체를 통해 뿌리까지 파내 후환을 없애고 정보관련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무사에서 교육 받거나 근무한 이력이 있는 자들을 정보 업무에서 배제하고, 보안과 인사검증, 상황보고 등의 업무는 민간 또는 기존 부서로 이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 대공 및 첩보 기능은 부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기무사 개혁태스크포스(TF)는 내달 2일 회의를 열고 그동안 활동한 내용을 토대로 개혁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기무사 개혁TF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 개혁안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요구한 것에 발맞추기 위해 국방부의 수사와 별개로 개혁안 발표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TF가 작성한 최종안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며, 이를 토대로 국방부가 최종 개혁안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다.

한편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을 수사하는 합동수사단은 문건 작성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한민구 전 국방장관을 이번 주 내로 소환하고 미국 체류 중인 조현전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한빛 기자 hb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