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대 차세대 전투기 기종선정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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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 가장 중요함에도 선정기준 잣대에서 외면

스카이 비평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1-10-22 12:01:35

무기도입 사업은 천문한적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민간차원의 순수한 상업적 거래관행으로만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이 다분히 많다. 변칙적이고 은밀한 뒷거래가 개입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전투기 구매사업은 무기거래의 꽃이라고 할 만큼 웬만하면 가격이 조 단위 이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전투기 거래는 국가 간의 통상압력, 로비 등이 배후에서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무기 로비스트가 곧잘 영화와 되는 이유도 거액의 거래에 수반된 긴박감과 긴장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공군이 국민혈세가 무려 8조3000억원이나 투입되는 3차 차세대 전투기 도입사업(F-X)을 진행하고 있다. 최종 기종 선정은 묘하게도 현 정권의 말기인 내년 10월께로 일정이 잡혀 있다.

참여기종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회색 스텔스기 F-35, 역시 미국 보잉사의 F-15 SE, 유럽 항공방위우주산업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 3기종이다. 이들 회사들은 워낙 거액의 사업이다 보니 우리 측 방위사업청에 온갖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지금 현 단계에서는 선정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도 특별할 것이 없다. 전투기 성능이나 제원 그리고 기술제공 조건 등은 선정기준에서 부차적으로 밀린 듯한 느낌마저 든다. 단지 미국산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부각되고 있다.

물론 기존의 주력기종(F-X 1~2차)들이 미국산인 만큼 호환성을 중요하게 감안해야 하겠지만 간간히 보도를 타는 전투기 추락사고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국민혈세는 물론 소중한 조종사의 생명까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기종 선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은 ‘기술이전’ 부분임에도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친 유로파이터가 별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3차 F-X 사업이 끝나면 KFX(국산개발 및 양산) 사업이 진행된다. 개발 및 양산비가 무려 11조1000억으로 잡혀 있어 ‘100% 외제 직도입' 사업 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따라서 기술이전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KFX 사업비는 비례해서 예산이 대폭 줄어들 여유를 갖게 된다.

3차 F-X 사업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속사업으로 추진되는 국산 전투기 사업의 예산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기술을 거의 모두 이전해 준다고 하는 유로파이터는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할 기종인 셈이다.

타이푼은 한국에 판매할 60대 중 처음 들여오는 10대 이외에 나머지 50대를 한국에서 조립하거나 한국산 부품으로 만들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고 나섰다. 나아가 타이푼 엔진의 기술도 상당 부분 넘기겠다고 까지 했다.

타이푼 엔진 제작사인 유로젯의 폴 허먼 부사장은 “모든 기술을 다 보여주고 한국업체가 최소 60%를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타이푼을 선택할 경우 한국이 완벽한 독자기술을 확보할 여건을 마련하게 된다. 당연히 KFX 사업비용이 대폭 줄어들 뿐만 아니라 개발과 양산과정에서 국내 노후기종 대체용뿐만 아니라 수출기종도 생산할 여력을 갖춘다.

하지만 상황은 아직 안개속이다. F-35에 대한 성능 논란과 오래된 기종 F-15에 도입 논란이 상황의 최대 변수다. 특히 F-35 기종은 미 공군 조차 성능이 검증되지 않아 인수를 거부한 이른바 ‘깡통비행기’라는 보도가 이미 나온 바 있어 더욱 논란거리다. <첨부 조선일보(월간조선) 기사 참조>

F-35의 록히드 마틴과 F-15사일런트 이글의 보잉이 결국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방위사업청이 구매 평가 기준 중에서 기술이전과 함께 핵심요소로 보고 있는 ‘스텔스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거쳐야 하는 중요기술인 만큼 파격적 제안이기는 하다.

더구나 중국과 일본 등의 주변 강대국들이 스텔스 전투기 도입과 개발 및 실전배치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스텔스 전투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1대의 스텔스 전투기는 그야말로 유령처럼 숨어 날면서 막강한 화력으로 일거에 상대를 동시다발적으로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텔스 기술도 진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 스텔스 기술을 이전 받았다고 해도 현 단계의 스텔스를 탐지할 레이더가 개발되면 무용지물이다. 결국 2단계, 3단계 스텔스 기술을 지속적으로 이전받는 약속이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아직 없다.

기종 선택에서 세간의 구구한 논란을 접으려면 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실사와 검증자료가 국민들에게 그때그때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 현 정부에 내에서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가 다른 것에 있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미국 방문시 글로벌 군사지배 권력의 상징 ‘펜타곤 탱크룸’에서 미군 주요 지휘관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안보정세 현황에 대해 브리핑 받은 것 자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만약 대통령이 판단하기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다양한 루트를 찾아야 한다.

이번 F-X 3차 사업은 40~50년 동안 우리 영공을 지킬 주력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일이다. 잘못된 판단과 철저하지 못한 검증은 막대한 국민혈세를 정치적 이유로 버리는 것에서 나아가 수많은 조종사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가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