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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타결하고도 예산과는 별개의 사인인 론스타 국정조사 문제를 부각시키며 한나라당이 일방 처리한 모양새만 띤(합의예산 불발)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처리과정의 꼼수나 복지 포퓰리즘 예산내역 등이 모두 가관이다. 합의처리를 하고자 손을 맞잡을 때만 해도 여·야 모두 자랑이라도 하듯 이를 크게 자랑했는데, 아무래도 국민의 따가운 눈을 의식했는지 야당의원들은 론스타 문제를 끄집어 내 본회의장에 앉아 있으면서도 합의처리를 하지 않았다. 당초 예산안 합의의 이면에는 내년 선거를 겨냥한 ‘복지예산 합의’ 마인드가 있었다. 여·야의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 예산안은 사실상 합의처리가 된 것이다. 복지 포퓰리즘 내용을 보면 여·야 국회의원들이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하다. <편집자 주>
▲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고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사진 : 뉴시스 제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은 총 325조4000억원 규모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326조1000억원의 지출 예산에서 3조9000억원을 삭감하는 성과를 내기는 했다. 국민들의 혈세를 아끼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한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속된말로 술수에 지나지 않았다. 무려 3조2000억원을 국회가 자처해서 증액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국회 증액 분을 상쇄하면 7000억원 삭감에 그친다.
국회가 증액한 내용을 보면 내년 선거를 겨냥한 복지 포퓰리즘이 상식을 넘어섰다. 국내외 안팎으로 최악의 경기가 예상되는 새해 예산안을 아끼기는커녕 국회의원들의 입맛에 맞게 정교하게 짜여진 쓰임새가 참 다양하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국회의원들의 얄팍한 수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총지출 측면에서 보면 올해 예산은 전년의 309조1000억원에 비해 5.3%가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정부예산안이 326조1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회가 작년에는 무려 17조원을 줄인 셈이다. 국회는 올 예산의 경우 7000억원을 감액했는데, 작년의 17조원 감액과는 너무나 상반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국회가 복지예산 편성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재정수지가 무려 14조3000억원 적자가 나는 편성안이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도 2011년 435조5000억원에서 445조9000억원(국내총생산 대비 32.7%)으로 무려 10조4000억원이나 늘어난다.
최악의 경기불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가 나라 빚을 늘리면서까지 사생결단 복지예산 편성에 열을 올린 결과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 예산이지만 내막이 총선용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주요 나라들이 대부분 이 같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으로 인해 위기에 내몰리고 있음을 우리나라 국회만 아랑공하지 않고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 포퓰리즘 예산내역을 보면 우선 0~2세아에 대한 보육료 전액을 지원하기로 한 초보엄마들에 대한 환심성 예산이 눈에 띤다. 이 예산은 1조4949억원에서 1조8647억원으로 3698억원이 늘어났다.
나아가 재정수지가 계속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3~2014년에도 4세아에 대한 보육지원을 확대키로 해 이 부문 예산이 앞으로 계속 확대될 예정이다. 아이 보육료는 한번 지급되면 절대 빼기 어려운 예산이라는 점에서 복지 포퓰리즘으로 가는 전형적인 징검다리로 여겨지고 있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 지원 예산도 현물출자를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려 총액은 4조원에서 5조원으로 증액, 지방 출신 국회의원들의 농촌 포퓰리즘 시도가 무난히 성공했다.
또 국가 장학금을 1조7500억원으로 2500억원 늘리는 한편 학자금 대출 금리를 4.9%에서 3.9%로 1%포인트 낮추기로 하는 ‘학생 포퓰리즘’도 예산안에 반영됐다. 정부는 당초 서민·중산층을 위한 맞춤형 국가장학금으로 1조5000억원을 책정했었다.
이 뿐이 아니다. 여·야가 사이좋게 합의를 통해 증액된 복지관련 예산액인 서민·중산층 맞춤형 복지 분야가 무려 7783억원이나 늘어났다. 반면 경제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단초가 될 일자리 예산은 정부안 10조1107억원에서 10조4881억원으로 3774억원 늘어나는 생색내기에 그쳤다
사회보험료라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청·장년에게 무료 지원되는 금액도 복지 포퓰리즘의 한 전형이다. 받는 입장에서는 지원대상이 워낙 많아 이른바 껌값 밖에 안돼 실효성이 거의 없으면서 정부예산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내년 지원 대상 및 수준은 정부안(122만명, 670억원)보다 국회안(212만명, 2654억원)이 대폭 확돼됐다. 나아가 직업훈련을 전제로 한 청장년 실업자에게 수당을 지원하기 위한 1529억원까 추가 배치하는 국회의 아량이 돋보이기까지 했다.
국회는 유권자 층이 두터워진 노인층에 대한 포퓰리즘도 아끼지 않았다. 전국 6만2000개 경로당에 동절기 난방비를 지원하는데 539억원을 추가 편성하는 ‘효행 예산’ 편성을 성공시켰다. 나아가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수혜자수를 2만8232명에서 3만1125명으로 2893명 늘리기로 하면서 관련예산도 편성했다.
아동과 산모를 위한 배려도 눈에 띤다.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지원을 1089억원에서 1109억원으로 늘리기로 하는 한편 출산장애여성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출산시 100만원을 신규 지원하는 예산도 마련했다.
미래 잠재권력이 이미 가동되고 있는 이른바 ‘박근혜 복지예산’(박 예산)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취업활동 수당이 당초보다 줄기는 했지만 1529억원이 신설됐다. 또 ‘박 예산’ 중에는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1549억원, 든든학자금 금리인하 823억원, 근로장려금 1600억원 등도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박 예산’은 5000억원 가량에 이른다.
이처럼 국회가 국민혈세를 갖고 온통 생색나기에 나서고 있는데도 여·야는 일치된 목소리로 복지예산을 1조5000억원 밖에 늘리지 않았다고 역홍보를 하고 있다. 후안무치의 전형이다. 당초 3~4조원 규모 보다 줄었다는 것인데, 어불성설도 이쯤이면 개그 수준 아닌가. 복지 포퓰리즘 예산 3~4조원이 애당초 편성된 것도 아니고 계획에 있었던 것이 아닌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복지예산 규모가 당초 보다 줄었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다. 국회는 새해 총선을 앞두고 생색내기의 전형인 사회간접자본 예산 1조8000억원을 비축(증액예산)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긴급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아니고 지역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예산들이라는 점에서 복지 포퓰리즘 예산과 성격이 다르지 않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만의 정치 밥그릇만을 생각하는 국회의 ‘국민 현혹용’ 예산편성 내용을 보면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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