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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진단]-사전투표용지 일련번호 암호화

[단독]“선관위가 투표용지에 특정인만 아는 암호코드 숨겼다”

‘투표매수확인용 일련번호에 암호이식’ 선관위 시인에 각종 의혹 무성

김진강기자(kjk560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11-13 16: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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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투표제도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가 전국 어디에서든 미리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최근 중앙선관위가 사전투표제도를 이용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현행법에서 규정한 아라비아숫자로 된 일련번호 대신 아라비아숫자와 알파벳이 뒤섞인 번호를 사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서울의 한 투표소 모습 ⓒ스카이데일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중앙선관위)가 사전투표제도 이행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선관위는 사전투표용지에 현행법 상 규정된 바코드 대신 암호코드가 입력된 QR코드(Quick Response code)를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앙선관위가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특정인만 해독 가능한 사전투표용지를 사용한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법 상 규정된 7자리 일련번호 대신 특정인 해독 가능한 암호코드 사용
 
현행 공직선거법, 공직선거관리규칙 등에 따르면 사전투표용지에는 막대모양의 바코드를 사용해야 한다. 바코드에는 0~9까지 10개의 숫자(10진수)를 사용해 NO. 000001, 000002, 000003 등 순서로 7자리의 일련번호를 부여해야 한다. 누구나 일련번호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해 발급용지와 기표용지의 불일치 등 부정선거 시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중앙선관위는 법으로 규정된 누구나 식별 가능한 일련번호 대신 암호코드가 숨겨진 QR코드를 사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선관위가 10진수 형태의 7자리 일련번호 대신 아라비아 숫자와 영문 알파벳이 뒤섞인 16진수를 사용해 숫자 속에 암호코드를 심은 사실이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그동안 중앙선관위는 QR코드 사용이 논란이 될 때마다 “일반 일련번호를 숫자와 알파벳으로 조합해 변환했을 뿐이다”면서도 변환과정 공개는 거부해 왔다.
 
10진수는 0~9까지 10개의 숫자를 사용하는 반면 16진수는 0~15까지의 숫자를 사용한다. 1~9는 아라비아 숫자를 10~16까지는 알파벳으로 변환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가령 A는 10, B는 11, C는 12, D는 13, E는 14, F는 15 등이다. 한 자릿수에 0~15까지 입력 가능해 10진수에 비해 더욱 방대한 양의 정보를 입력할 수 있지만 그만큼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 2017년 대선 당시 사용된 재외국민 투표용지에 부착된 QR코드를 판독해 나타난 숫자(검정색 테두리)의 경우 현행법대로 아라비라 숫자로 된 7자리 일련번호가 부여돼 있었다. 하지만 사전투표용지 QR코드를 판독한 숫자(빨간색 테두리)에는 아라비아숫자와 알파벳의 조합이 불규칙적으로 입력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보자 제공]
 
중앙선관위가 이용한 암호화 방식은 문자를 다른 문자로 바꾸는 식이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중앙선관위가 부여한 QR코드 각 자릿수의 아라비아숫자 또는 알파벳에 부여된 숫자에서 5를 빼면 또 다른 형태의 숫자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558658E의 경우 각 자릿수에서 5를 빼고 마지막 알파벳 역시 기존에 부여된 14에서 5를 빼면 0031039 숫자가 나타난다. 같은 방식으로 전환하면 5586ACC는 0031577, 558BA76은 0036521 등이 된다.
 
‘치환암호’라 불리는 이 암호는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가 썼던 데서 유래해 ‘시저암호’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단순히 아라비아 숫자와 영문 알파벳의 조합일 뿐이라던 중앙선관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공교롭게도 중앙선관위는 QR코드가 부착된 사전투표용지에는 1~4까지의 숫자와 알파벳 F는 사용하지 않았다. 각 자릿수에서 5를 빼서 재표현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방식을 채택할 경우 숫자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만이 투표매수에 대해 정확히 파악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투표매수 조작 여부 확인 또한 특정인만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도 총 34자리의 숫자와 알파벳이 심어진 QR코드가 부착된 사전투표용지가 사용됐다. QR코드를 해독한 34자리의 숫자에는 각각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1~13자리는 선거명, 14~20자리는 선거구명, 21~24자리는 관할위원회명 등이고 25~31자리부터가 투표용지 매수 확인을 위한 일련번호다. 특정인만 해독가능한 암호가 심어진 곳은 바로 이 구간이다. 맨 마지막 3자리는 투표용지 길이를 나타낸다.   
 
▲ 2017년 대통령선거에 사용된 사전투표용지 QR코드(파란색 동그라미)를 판독해 나타난 숫자·알파벳(빨간색 테두리)은 총 34개였다. 1~13자리는 선거명, 14~20자리는 선거구명, 21~24자리는 관할위원회명 등이고 25~31자리가 투표용지 매수 확인을 위한 일련번호다. 맨 뒤의 3자리는 투표용지의 길이를 나타낸다. ⓒ스카이데일리
 
익명의 제보자는 “선거법에는 누구나 식별가능 하도록 아라비아 숫자를 일련번호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반해 언제부터인가 사전투표용지에 정체불명의 알파벳이 사용돼 의문이 증폭돼 왔다”며 “중앙선관위는 그동안 이에 대해 변환과정, 보안문제 등의 이유를 들어 그 실체를 숨겨왔다”고 꼬집었다.
 
또한 “중앙선관위가 일련번호라고 주장하는 7자리에 숫자와 알파벳을 비규칙적으로 조합하게 되면 각각의 선거 당시 키(Key)값을 알고 있는 특정인만이 정확한 투표용지 매수 확인이 가능해진다”며 “투표매수 조작은 물론이고 투표용지가 분실되거나 훼손되더라도 키 값을 알고 있는 특정인 외에는 해당 투표용지의 발급출처를 파악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 “사전투표용지 암호코드 입력은 사실…보안상의 조치일 뿐”
 
특히 중앙선관위는 그동안 사전투표의 경우 투표용지 발급 목록을 작성해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의혹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해당 사실이 밝혀진 이후 ‘일반 일련번호를 숫자와 알파벳으로 조합해 변환했을 뿐이다’던 중앙선관위가 입장을 바꿔 암호화 사실을 인정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숫자와 알파벳을 이용한 16진수를 사용했고 키워드 값이 ‘5’인 것은 맞다”면서도 “보안상 문제로 인해 알파벳을 사용한 것 뿐이다”고 말했다. 현행법 상 ‘누구나 식별 가능한 일련번호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현재 이 문제로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에 규정된 ‘투표용지 수령·교부상황’(왼쪽)과 ‘투표구별 투표용지포장·봉인상황’ 서식. 모두 아라비아 숫자로 된 일련번호를 기재해 관리토록 하고 있다. [자료=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숫자와 알파벳의 조합이 암호코드라는 사실을 중앙선관위가 인정한 이상 무슨 목적으로 암호코드를 사용했는지, 코드의 키(Key) 값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등에 대해서도 밝힐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더 이상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국회 차원에서 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의원들 누구도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대전광역시에 거주하는 G모 씨는 “사전투표지에 일련번호가 아닌 암호로 추정되는 숫자와 알파벳 등을 결합한 번호가 인쇄돼 공직선거법을 위반 소지가 있다”며 대전 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26일 선거무효 소청을 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소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G씨는 지난 9월 3일 대법원에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8월 20일자 선거소청 기각 결정문을 통해 “QR코드에 포함된 일련번호는 선거인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쉽게 식별할 수 없도록 일정한 순서에 따라 숫자와 알파벳으로 돼 있다”면서도 “일련번호가 반드시 등차정수여야 한다는 것은 소청인의 자의적 해석이다”고 설명했다.
 
[김진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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