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데일리 ‘선관위·A-WEB·미루, 해외사업 3각 커넥션 의혹’ 단독보도로 촉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중앙선관위)와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의 비위 의혹이 올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UN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해외언론들의 계속된 비난에도 불구하고 A-WEB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비위행위를 저질러 왔다는 점에서 한국정부의 국제적 위신추락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A-WEB이 연루된 비위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 배후에 막강한 A-WEB 배후에 막강한 정보력을 갖춘 권력이 자리하기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민간기구 성격인 A-WEB이 독자적으로 여러 국가를 상대로 한 비위행위를 저지른다는 게 선뜻 이해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선관위 설립 A-WEB, 앞에선 민주주의 선거제도 전파 뒤에선 뇌물거래 시도
중앙선관위와 A-WEB 관련 비위행위의 골자는 A-WEB이 ‘한국의 선거제도 해외 전파’ 사업을 수행하면서 정치·경제적 후진국들을 대상으로 전자투개표 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중앙 서버를 무상으로 구축해 주고, 한국기업인 미루시스템즈가 투개표 단말기를 독점 공급할 수 있도록 알선·지원한 행위다.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ODA(공적개발원조) 자금이 동원됐다.
A-WEB은 지난 2013년 세계 각국의 선거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중앙선관위가 주도해 설립한 국제 민간기구다. 중앙선관위가 A-WEB 사업 예산의 대다수를 지원하며 A-WEB의 해외사업을 관리·감독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ODA 자금 횡령, 뇌물수수 및 제공 등의 문제를 일으켰고, 협상 당사국인 아르헨티나의 현대화장관, 루마니아 관계자 등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4월 10일·17일, 7월 31일, 8월 7일 4차례에 걸쳐 이러한 사실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중앙선관위는 김 총장의 비위사실에 대해 올해 초 내부감사를 실시한데 이어 3월 입찰방해,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럼에도 “문제를 방치해오다 이제서야 김 총장 개인일탈로 몰아 꼬리를 자르려 한다”는 비판은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8월 김대년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A-WEB의 위상 제고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우수한 선거제도 전파 등을 추진해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중앙선관위와 A-WEB, 미루시스템즈의 3각 커넥션의 실체는 지난 16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중앙선관위로부터 ‘A-WEB ODA 사업 감사결과 관련 별지자료’ 일체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ODA 사업은 비단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선관위 전·현직 직원을 동원해 조직적인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이 근거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당시 중앙선관위 전자선거추진단장으로 근무하던 김용희 총장이 중앙선관위에 특채 채용한 김OO 씨는 단말기 납품업체인 미루시스템즈로부터 향응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OO 씨는 또 선관위 재직 기간이던 2015~2017년 키르기즈에 광학판독개표기 710대, 에콰도르에 개표결과전송단말기 1850대, 엘살바도르에 개표결과전송단말기 1800대, 피지에 전자투개표기 50대 등 50억 원대의 사업을 수주하는 등 사실상 미루시스템즈의 영업사원 역할을 해 왔다.
중앙선관위는 또 미루시스템즈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B사의 박 모 이사를 비롯해 관련 민간업체 직원을 직·간접 고용해 A-WEB의 해외사업 영업활동에 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선관위로부터 정부예산과 민간 인력을 지원받은 김 총장과 A-WEB은 ‘한국의 선거제도 해외 전파’ 사업을 빌미로 세계 여러 나라로 부터 금품과 향응을 수수하거나 제공하며 이권에 개입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김 총장은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부터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2016년까지 A-WEB 사무총장을 겸직했고, 중앙선관위를 떠난 지금도 A-WEB 사무총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 “미루시스템즈의 전자투개표기가 콩고에 수출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콩고 시민단체의 요청에 대해 “콩고선거위원회와 국내업체와의 계약에 대한민국 중앙선관위가 관여할 권한이 없다”던 김대년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말과 달리 중앙선관위와 미루시스템즈 간의 유착관계도 드러났다.
조원진 의원(대한애국당)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터치스크린 투표기 구조개선 △사전투표 투표용지 발급기 등 도입 △대통령선거 대비 선거장비 점검 사업 등 총 43건, 325억3000만원 규모의 일감을 미루시스템즈에 몰아줬다.
조 의원은 “미루시스템즈는 최근 이라크와 콩고선거의 전자투개표기 계약과 납품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과 함께 (김용희) 전직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특정업체 유착문제, 입찰불공정 문제, 로비의혹 문제가 제기된 업체다”며 “중앙선관위의 터치스크린 투표기 도입 등에 대해 많은 의혹이 있는 상태에서 특정업체 밀어주기 식의 정부예산 집행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중앙선관위와 미루시스템즈와의 유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로 드러난 중앙선관위 비위 의혹…전문가들 “국가 이미지 타격 불가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앙선관위의 비위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국가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5월 이라크 총선에 사용된 미루시스템즈의 전자개표기는 부정의혹을 불러 일으키며 국제사회와 이라크 야당의 반발을 샀고, 결국 전자개표 결과를 무효화 하고 수(手)작업에 의한 재검표가 실시되기도 했다.
오는 12월 실시되는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 선거에 사용되는 미루시스템즈의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콩고 야당과 국민들의 반발도 점차 격화되고 있다. 미루시스템즈는 지난 2017년 콩고 선관위와 전자투표 단말기 총 10만7000대, 1억6000만 달러(한화 1700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와 관련 당시 콩고 주재 벨기에·영국 대사 등은 “입찰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문맹률이 높은 콩고에서 전자투표기를 사용할 경우 부정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UN·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해외언론들도 “후진국들을 대상으로 한 A-WEB의 ‘한국의 선거제도 해외 전파’ 사업은 사업 대상국가의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경고를 보내고 있다. 니키 헤일리 UN주재 미국 대사는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콩고의 선거는 종이투표로 치러져야 하며 콩고 국민들은 그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며 “미국은 전자투표기 사용을 지지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세계 부패관련 조사단체인 센트리(Sentry)는 “2016년 아르헨티나에서 보안문제로 계약이 거절된 미루시스템즈의 ‘전자단일투표’ 기술과 콩고에서의 문제가 발생한 기기 사이에서 몇 가지 명백한 유사성이 발견됐다”며 “미국과 유럽연합은 (집권연장을 꾀하는 조셉 카빌라 콩고 대통령의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전자투표 사용을 포기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홍문표 의원(자유한국당)은 16일 국감에서 “콩고 문제로 대한민국이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에게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며 “대당 400달러인 투개표기가 대당 1500달러에 부풀려 계약된 의혹이 있고 한화 약 1200억 정도의 검은돈이 ‘블랙머니’로써 심각한 비리를 야기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국제사회 상대로 한 민간기구 A-WEB의 비위행위, 독자적 수행 가능했을까”
일각에서는 출범 5년차에 불과한 A-WEB이 국가 이미지 타격과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자투표기 사업을 강행한 점을 들어 ‘배후에 막강한 지원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권력기관 내부에서 ‘선거조작에 관여하고 있다’는 내부고발이 줄을 이었던 사실을 고려하면 중앙선관위와 A-WEB의 납득하기 어려운 사업이 장기간 가능했던 배경을 가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WEB의 비위사실을 스카이데일리에 알려온 한 제보자는 “A-WEB이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자투개표기 사업을 진행할 당시 미국과 유럽 등의 정보기관에서 사업내용을 파악해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전자투표기 사업을 강행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쪽에서도 상당한 정보력을 갖고 있었다는 반증이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고위 인사는 “투명한 선거를 주관하는 중앙선관위가 오히려 투명하지 못한 행정을 하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감사의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력 기관 배후설은 예전부터 계속돼 왔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에 접근해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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