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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 발탁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글로벌 악재에 대한 팔방미인 핵심임원의 전진배치이지만 그 보다 더 ‘이재용 후계구도 라인업’을 위한 구조조정 역할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그룹이 정기인사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룹 사령탑의 수장이자 오너의 ‘지근거비 복심’인 미래전략실장을 전격 교체한데 대해 국내 대부분 언론들의 보도 내용과 방향이 거의 대동소이하다.
축약하면 최지성 신임 실장(부회장)은 TV와 휴대폰 부문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는 내용과 그의 기용이 이 같은 화려한 경력과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한 카드라는 내용이 골간을 이룬다. 실제로 최 실장은 가전의 황제인 일본 ‘소니’와 휴대폰의 황제인 핀란드의 ‘노키아’를 제치고 삼성이 글로벌 1등의 깃발을 펄럭이게 한 일등공신이다.
삼성이 TV와 휴대폰 부문에서 연거푸 세계 1등을 거머쥔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최 실장이 소니와 노키아를 딛고 올라설 것이라며 선언할 당시만 해도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런 최 실장이 ‘제정신인가’ 할 정도의 시선을 대부분 보냈다.
이제 이 같은 최 실장의 화려한 글로벌 성과를 잠시 접어두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왜 최 실장을 제2인자의 자리에 앉히는 것이 필요했나를 오너의 각도에서 살펴보자. 이 회장이 유럽출장을 다녀온 후 꺼내 든 예상치 못한 ‘돌발카드’였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엿보려면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봐야 한다.
미래전략실은 삼성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림을 그리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지만 오너 개인으로 보면 여전히 비서실이다. 실제로 삼성 비서실은 지난 1959년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지시에 의해 탄생했다. 비서실은 이후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 등을 거쳐 지금의 간판을 달았다.
서초동 삼성타운은 재계에서 경제청와대로까지 불린다. 이곳에 있는 미래전략실 산하 각 팀의 수장은 역시 부문별 수석으로 비유되고 있을 정도로 삼성 내에서 막강 파워다.
특히 경영진단팀은 국세청 보다 더 치밀한 감사업무로 정평이 나 있다. ‘왕의 암행감찰반’이라는 완장까지 찬 감사팀 안테나에 걸려들면 빠져나가기 힘들 정도로 옴짝달싹 하기 어렵다. 그룹의 경영전반과 인사방향 역시 미래전략실 머리에서 나온다.
이처럼 미래전략실은 이건희 회장 내지 이재용 사장 등 오너와 한배를 탄 조직이다. 따라서 고희를 맞은 이 회장이 경영권을 조속히 넘겨야 하는 ‘막중대사’도 미래전략실의 두뇌와 조직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후계구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이재용 사장의 스타일과 그룹 내 인맥 등을 세밀히 살펴 일사분란한 네트워크를 사전 포석으로 깔아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의 사람들을 정리하기 위한 숙청을 하지 않고는 원만한 후계승계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룹 내 ‘구조조정’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예의 주목되는 부분이다. 현대차그룹만 해도 정의선 부회장으로 후계구도를 완성시켜 가는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의 가신그룹들이 2년여에 걸쳐 전면적인 칼바람을 맞았다.
이 사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아 그룹을 통솔하기 시작할 때를 대비한 ‘신 인맥지도’를 완성해야만 하는 과제가 미래전략실의 중요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철저한 대외비와 은밀한 행보로 진행될 수밖에 없겠지만 이 과정에서 누가 칼자루를 쥐는 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 칼자루를 최 실장이 잡은 것이라면 상당한 정치적 결단과 하모니(소통), 그리고 이를 위한 광폭 행보가 필요하다. 삼성은 후계승계 구도가 이미 늦었기 때문에 이재용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최 실장이 이 같은 악역 내지 조율사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가 ‘이재용 라인업’을 완성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려면 외견상으로는 전권을 부여받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정리절차 과정에서 최대한 잡음을 줄이면서 원만한 승계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선위 전권대사’ 같은 역할을 해내야 한다.
최 실장은 이런 역할을 하기에 적임자로 평가된다. 회장 비서실을 거쳤기 때문에 그룹 전반을 볼 수 있는 ‘넓은 시계(視界)’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룹의 핵심사업인 반도체,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등의 요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이들 업무를 섭렵한 자타가 공인하는 전천후 임원이다. 최 실장은 이처럼 기획통, 전략통, 영업통 등 이른바 ‘3통’을 겸비했다.
바로 직전의 제2인자 이학수 전 구조조정본부장이 그룹의 곳간을 전무후무하게 관리해 온 재무통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후계구도 연착륙이라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었다. 재무업무를 통한 후계 라인업은 정통한 전문가로 역할을 했다고 해도 다른 부문에서는 장악력이 쉽지 않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 실장은 팔방미인 업무를 담담했었고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다르다. 최 실장은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 시절 이 사장과 해외를 함께 오가며 흉금을 터놓을 정도의 사이까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실장은 이 사장의 ‘가정교사’라는 별칭까지 들을 정도의 멘토다.
이건희 회장이 자리를 지키면서 스스로 칼잡이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 배경에는 ‘삼성=이건희’ 체제가 너무 공고하기 때문이다. 후계구도가 완성되지 않는 한 그룹 내 사장단이나 핵심 임원들의 ‘이건희 해바라기’는 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최지성 카드’가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위기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신경영 전략이라고 하지만 이 같은 대외여건 조차 내부의 핵심임원들이 견고하지 않으면 위기를 자초한다는 점에서 최 실장의 기용은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 중심에 후계구도 완성을 위한 구구조정 칼자루가 있다.
친 재용계 인사들이 ‘포스트 이건희’에 대비해 어떤 방식으로 그룹의 핵심 언저리에 자리 잡게 될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이재용 사장이 안팎에서 여전히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칫 허약체질의 포석을 깔 경우 그룹 전반이 내우외환으로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 실장은 삼성의 컨트롤 타워 키잡이에서 더 나아가 한국경제의 키를 잡았다는 사실에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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