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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군(이하·양구)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인 박수근의 고향이다. 거대한 호수인 파라호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1월 평균기온이 -7.9°C에 불과해 남한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양구는 그동안 북한과 맞닿아 있어 발전이 더디게 진행됐다. 찾는 사람도 드물었다. 양구의 지역 경제는 인근 군부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양구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자체가 ‘국토 정중앙’이라는 지역 이미지 구축에 나선 이후 점차 관광도시로 변모해갔다. 오랜 기간 사람의 발길이 드물었던 탓에 맑은 계곡과 폭포 등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점은 양구가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쪽에 자리한 장엄한 폭포와 소 두타연
‘두타연’은 2003년 이전만 해도 군사지역에 묶여 민간인 출입이 불가능했던 곳이다. 두타연은 방산면 건솔리에 있는 ‘소(沼)’로 1000년 전 이곳에 두타사라는 절이 있어 그 이름이 붙게 됐다. 두타연은 오랫 동안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쪽에 자리했던 덕분에 여전히 아름자운 자연 경관을 품고 있다. 두타연은 자연이 주는 한적함 속에서 여유로운 사색을 즐기기 좋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과거 임경업 장군은 이곳에서 수도했다. 남한 제일의 열목어 서식지로도 오랜 기간 명성이 자자했다. 지금도 봄이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열목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두타연을 지나 수입천을 따라 이어진 걷기 좋은 길은 금강산까지 이어진다. 32km 거리로 예전에는 이곳을 지나 금강산으로 관광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차장 바로 옆에 자리한 두타연은 높이 10m의 폭포 아래 있는 거대한 소로 폭 20m의 바위벽이 병풍처럼 이를 감싸고 있다. 굉음을 내려 떨어지는 폭포수의 물줄기는 세상 모든 사물들을 단번에 뚫어버릴 듯 웅장하기만 하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폭포수의 물소리에 세상의 온갖 근심을 씻으며 휴식을 취하곤 한다. 소(沼) 오른편 바위벽에 뚫린 보덕굴은 청년 중인 보덕과 관음보살에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 Tip: 두타연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쪽에 있어 출입하기 위해선 양구군청을 통해 사전에 출입신청을 해야 한다. 출입 시 반드시 신분증을 소지해야 하며 음식물의 반입이나 애완견을 동반한 출입은 불가능하다.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의 작품 만날 수 있는 박수근미술관
양구는 화가 박수근의 고향이며 그가 묻힌 곳이다. 박수근은 일제강점기 때 태어났으며 평생을 가난과 싸우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화가다. 집안 사정 때문에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그는 주변의 풍경을 자신만의 색채와 붓 터치로 담아내 능력을 인정받았다.
양구군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2년 그의 생가 터에 박물관을 건립했다. 생가 터 뒤쪽에 그의 대표작인 ‘빨래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박수근미술관에서는 평생을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리고자 했던 박수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대부분 가난한 서민의 삶이 담겨져 있다. 선묘를 이용해 대상의 본질을 부각시킨 점이 특징이다.
200평이 조금 넘는 미술관 내부에는 그의 손길이 담겨있는 작품인 ‘앉아있는 두 남자’를 비롯한 유화 3점, ‘나무와 두 여인’, ‘탑돌이’ 등의 판화와 수십 점의 드로잉 작품이 전시돼 있다. 미술관 뒤편에서 산으로 이어진 오솔길은 선생이 잠들어 있는 묘소로 가는 길이다.
▶ Tip: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 화가의 작품을 물론 당시 활동했던 현대 주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기획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 뒤편이 자작나무 단지를 그의 작품의 무대인 빨래터를 재현한 것이다.
조선시대 백자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양구백자박물관
방산면 장평리에 자리한 양구백자박물관은 고려시대부터 이름을 날리던 양구의 도자기 문화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250평 규모의 백자박물관은 도자기를 전시한 전시실과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관으로 구성돼 있다. 양구는 조선시대 경기도 광주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백자를 주로 생산했다.
양구 백자에 관한 가장 기록은 세종실록에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 양구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백토 때문이다. ‘백자엔 양구 백토만한 것이 없다’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조선시대에는 양구에서 일정량의 백토를 채취에 서울로 가져가기도 했다. 양구의 백토로 만든 백자는 겉면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흠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양구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양구에는 40곳의 도요지가 있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에는 왕실 분원으로서 도기를 생산했다고 한다. 백자박물관에서는 조선 왕조의 마지막 관요에서 제작된 청화백자와 양구 백토가 빚어놓은 조선의 명품 백자를 만날 수 있다.
전시관 내부에는 백자청화화조문병을 비롯해 백자청화모란문호, 백자병, 백자명기 등의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체험관에선 양구 백토로 만든 자기 위에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과 직접 자기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 Tip: 체험 비용 중 백자에 직업 그림을 그리는 체험은 1인 1만원이며 물레를 돌려가며 직접 손으로 백자를 만드는 물레 성형체험은 1만5000원이다.
양구읍의 전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성곡전망대
양구군 방산면 금악리에 위치한 성곡전망대는 양구읍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성곡전망대가 있는 성곡령은 고개 아래 마을이 마치 성(城)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성곡령은 방산면과 양구읍을 잇는 고개로 예전에는 504고지라 불렸다. 성곡령은 고려와 조선시대 양구 백토는 물론 산자락에서 나는 산나물을 진상하기 위해 이용하던 고개다.
2003년 양구군청은 고개 위에 널찍한 정자를 세우고 양구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했다. 고개에서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는 나무 데크로 된 계단이 깔려 있다. 전망대 위에 서면 양구읍 일대는 물론 양구를 감싸고 있는 봉화산(875m)과 비봉산(456m)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양구읍을 관통하는 서천의 중앙에는 우리나라의 모양을 그대로 본 따서 만든 ‘한반도섬’이 자리하고 있다. 섬 내부는 17개 시도로 구분돼 있다. 각각의 시도에는 지역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가 심어져 있다.
▶ Tip: 성곡전망대는 계단 오름길이라 눈이 내린 후에는 미끄러울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8각 정자인 전망대는 사방이 트여 양구읍을 한 컷에 담을 수 있는 사진 포인트이다.
[이철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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