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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간에 벌어진 댜오위다오(일본명·센카쿠) 사태의 배후에는 미국이 막강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은 영토분쟁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한·중 간에 무력충돌이 나면 미·일 안보조약에 따라 행동을 취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원폭까지 떨어뜨려가면서 패망시킨 일본에게 온갖 은전과 중죄인 취급을 면제해 주면서 대공(반공, 과거의 중공) 방어선으로 앞세운 전형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 아시아 지배전략이 지금도 진행형이다. 아울러 미국은 독도문제에서도 누구 편도 안든다고 했지만 완전히 우리 땅인 독도의 성격을 감안하면 사실상 일본 입장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뉴시스, 일본인들이 댜오위다오에서 일장기를 게양해 놓고 있다>
중-일간에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던 댜오위다오(釣魚島列島, 일본명·센카쿠열도) 영토분쟁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전쟁 위기론까지 나왔던 극단의 사태는 강경했던 일본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를 갖춘데 이어 중국도 대화를 통한 해결점 모색에 나설 뜻이 있음을 밝히면서 일단 휴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등을 통한 대화원칙을 밝히자 차기 미래권력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도 평화적 해결 원칙 입장을 밝히며 공식 반응했다.
하지만 양국의 양보할 수 없는 댜오위다오 사태는 언젠가 승패를 가를 문제라는 점에서 일시적인 봉합일 뿐이다. 우리와 일본 간에 일고 있는 독도문제에서 우리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독도를 수호해야 하듯 중국도 댜오위다오를 절대 일본에 그냥 내줄 수 없다.
일본의 가증스러운 욕심이 어디까지 갈지 두고 볼 문제지만 우리 국민들은 댜오위다오에 관한한 이심전심 중국 편에 기울어 있다. 댜오위다오는 지도상으로 보면 대만의 바로 앞마당 내지 중국의 동구밖 정도의 지근거리에 있는 섬이기 때문이다. 일본 본토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동네에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댜오위다오는 치욕의 근대사를 겪으면서 중국이 사실상 빼앗긴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일본은 이 섬들에 대해 실효지배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빼앗은 땅에 대한 실효지배라는 점에서 우리의 독도 실효지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누가 봐도 역사적인 실효지배와 중간에 강점한 실효지배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일본은 우리의 실효지배는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실효지배는 합리화하는 극단의 모순된 행동을 주저 없이 하고 있다. 남의 집에 강도로 들어가 주인행세(댜오위다오)를 하면서 또한 이웃이 갖고 있는 물건도 자신들의 것(독도)이라고 주장하는 후안무치함에 그저 유구무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미국의 태도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전 세계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은 아시아 지배전략에 일본을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대중국 방어선에서 일본은 더없이 중요한 이이제이(以夷制夷) ) 국가다.
일본 또한 제2차대전에서 원폭 세례까지 주었던 미국이 철천지 원수국가이지만 미국의 뒷배 없이는 아시아에서 큰 소리를 칠 입장이 전혀 못 되는 상황이다. 결국 미국은 일본에 은전을 베풀면서 일본은 꼬리를 흔들며 미국에 기댄 채 죄인이 큰 소리치는 상황이 계속돼 왔다. 우리는 해방 후 지금까지 속절없이 이런 미-일 관계의 오만함을 지켜봐 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도 중국 입장에서는 때리는 시어머니(일본) 보다 말리는 시누이(미국)가 더 미운 국면으로 전개됐다. 2차 세계대전의 피해국가인 한국이나 중국 및 아시아 국가들도 내심 같은 심정인 것이다.
일본은 영토분쟁에 관한한 아시아에서 왕따다. 기댈 곳이 없는 일본은 미국의 가슴에 파고 들어가 마음에도 없는 온갖 아양을 떠는 격이다. 일본이 미국의 ‘아시아 견(犬)’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올법한 그림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처럼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을 봐도 유럽(나토)에서는 영국이,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미국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같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늘 선한 권력인 반면 영국, 이스라엘, 일본은 각각의 대륙에서 왕따를 당하는 처지가 된다.
댜오위다오 사태도 미국이 더 미워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다. 더구나 미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독도문제까지 슬쩍 꺼내들어 우리를 자극했다. 영토문제에 관한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지만 누가 봐도 일본편을 드는 행동이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양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장관)과의 회담에서 댜오위다오가 미·일 안보조약에 포함된다고 통고하면서 중·일간에 무력충돌시 중국과 전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도 역시 댜오위다오가 미·일 상호 방위조약 대상이라고 공식입장을 피력하면서 못을 박았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상원 외교위원회 주최 아시아 영토분쟁 청문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문제는 미국이 독도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왔다는데 있다. 짐 웹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은 청문회에서 독도에 대해 “우리는 편을 들지 않는다”고 운을 떼기는 했지만 유사시에는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언급했다.
미국이 내세운 개입 명분은 어느 일방이 군사력을 사용하거나 일방적인 주권을 주장하는 경우다. 하지만 독도가 과연 미국이 의도한 대로 그 대상이 되는가를 따져보면 전혀 아니다. 표현을 부드럽게 하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일본의 입장에 서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 언제까지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전범국가라는 중죄인을 앞세운 미국의 아시아 지배 내지 균형전략은 어느 국가도 인정하기 어렵다. 미국의 일본 편향적 태도는 아시아에서 많은 잠재적 적을 만들고 있음을 잘 음미했으면 싶다.
미국은 전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일본을 반공진영에 편입시키는 대신 너무 많은 은전을 베풀었다. 연합국 48개국과 일본이 맺은 조약이지만 사실상 미국이 주도했다. 더구나 우리는 이 조약국에서 빠져 어떤 전후배상 요구를 할 권리를 상실했다.
일본은 이 조약에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 삼고 있는 상황이다. 독도문제로 우리를 수시로 괴롭히는 일본 보다 이처럼 그 배경을 만들어 주고 이를 감싸고도는 미국이 곱지 않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댜오위다오 사태는 중-일간의 문제지만 미국이 개입돼 있으면서 우리의 문제가 동시에 되고 있다. 양국이 으르렁 거리면 우리는 조용히 있어야 하는 상황이 도무지 안타깝다. 중장기적으로 독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자위권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어도 또한 우리 스스로의 힘이 없으면 언제가 침탈 위협을 받을 수 있음을 아울러 경계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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