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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바이오 시장 규모는 약 22조원으로 세계 15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제 막 비상을 시작해 ‘글로벌 톱’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한국산업의 재도약을 견인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경제지인 포춘이 선정한 ‘장기전망 밝은 50대 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바이오산업 성장을 주도해 왔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는 지난 2011년 회사 설립 이후 1·2·3공장 건설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3조원을 쏟아 부은 끝에 의약품위탁생산(CMO)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각광받는 기업으로 투자 대상이 되어왔다. 최근 서광이 비치던 삼바에 국내 금융당국발 어두운 그림자가 비쳤다. 전 정권과 다른 ‘이중잣대’로 금융당국이 회계분식 혐의를 덮어 씌움으로써 지난달 매매정지가 된 것은 물론 상폐심사 대상으로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에 따른 8만명에 이르는 삼바의 소액투자자 들의 피해는 물론 국내 바이오산업 전체에 미칠 리스크 등을 스카이데일리가 두 번에 걸쳐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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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삼바) 압박에 따른 후폭풍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고의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받아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매매정지를 당한 삼바는 급기야 상장폐지 실질심사까지 회부되게 됐다.
주식 거래 정지로 8만명의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수조원 가치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소액주주들은 정부가 과거와 전혀 다른 잣대를 적용해 규제를 가한 탓에 재산상의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분하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금융당국 등에 대해 법률소송을 진행 중이다.
삼바 결국 상폐심사 단계로…금융당국 오락가락 행정에 애꿎은 소액투자자만 피눈물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는 “삼바 관련 기업의 계속성‧경영의 투명성‧공익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으로 결정했다”며 삼바 주식에 대해 매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판정을 내린 지 약 보름여만의 일이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상장적격성 유지 혹은 개신기간 부여 또는 상장폐지기준 해당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당국은 삼바가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다 2015년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한 것을 문제 삼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2900억원대에서 4조8000억원대로 재평가해 회계 상 투자이익을 장부에 반영했다는 논리를 적용했다.
삼바 측은 회계처리가 기업회계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6년 한국공인회사계사회 위탁감리를 받았을 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이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삼바 관계자는 “다수의 회계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삼바 분식회계 논란의 결말은 금융당국과 법원의 판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더욱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한국거래소의 매매정지 및 상장폐지 논의로 인해 애꿎은 소액주주들의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삼바 8만 소액주주들의 보유 투자금은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롯한 각종 포탈사이트, 커뮤니티 등에 금융당국의 결정을 비판하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2년 전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던 금융당국이 이제 와서 결정을 번복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뭔가 다른 의도로 삼바를 통해 삼성그룹을 통째로 흔드는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 맘대로 적법에서 불법…“평생 모은 돈 투자했는데, 앞길 막막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글을 올린 삼바 소액투자자는 “국가에서 적법하다고 상장된 회사가 이제와 불벌이라면 투자자는 불법을 저지른 죄인인가”라며 “국가와 회사를 믿고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했는데 자기들 맘대로 적법에서 불법으로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소액투자자 김모 씨는 “금감원·금융위·거래소가 면밀히 심사해 코스피에 상장시켰고 일반 투자자들은 대한민국의 금융시스템을 믿고 투자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고의 분식회계라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다”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삼바를 세계적 바이오 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액투자자 정모 씨도 “금융위가 내린 결정은 개인이 아닌 금융위라는 조직의 결정이므로 인적구성이 바뀌었다고 백지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며 “금융위의 허가를 받고 바꾼 회계방식을 지금의 금융위가 불법이라고 하면 기업은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소액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태도에 분노하면서도 매매정지로 이미 주가가 반 토막 난체 돈이 묶여버린 상황에 대한 구제책을 호소하고 있다. 삼바 소액투자자인 한 직장인은 “금융당국이 소액투자자들을 무책임하게 이렇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며 “투자자를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어렵게 모은 투자금을 통째로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빠졌다는 한 직장인 투자자는 “작년 12월부터 조금씩 사들이기 시작해 700주 가까이 매입했다”며 “상장폐지가 된다면 2억 가까이 손해를 보는 상황인데 이걸 지금 어디 가서 받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삼바 주식으로 재테크를 시작했다는 소액투자자 강모 씨는 “열심히 번 돈으로 재테크하려고 했는데 휴지조각이 되서 삶에 의욕을 잃었다”며 “불안하고 억울하고 초조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일부 소액투자자들은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에 대해 현 정권의 기업 적대적 성향을 꼬집으며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액투자자 한모 씨는 “이번 정권은 기업에 대한 적개심이 참 대단하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기업들이 직접 공장을 둘러보고 극찬한 회사인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을 이런 식으로 트집 잡아 돈을 갈취하려 협박하려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현재 일부 삼바 소액투자자들은 소송전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0여명 가량의 삼바 투자자로부터 소송 의뢰를 받은 법무법인 한결 관계자는 “회사와 안진·삼정회계법인은 물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며 “자본시장법과 외감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전했다.
“시간 길어질수록 소액주주 피해 커질 것…서민경제 위기부터 생각해야”
전문가들은 매매정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송 전으로 가더라도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삼바 관련 금융당국의 결정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서둘러 사태를 해결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경영컨설팅업체 대표는 “기업들은 소송에서 지면 그걸로 끝이지만 소액투자자들 가운데는 ‘없어지면 안 될 돈’을 잃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체감적인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며“소액주주들의 소송은 어떤 식으로든 추가적인 시간과 돈의 압박을 받기 때문에 장기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우려했다.
서울 모 대학의 한 회계학과 교수는 “학계‧회계법인‧감리위원회 등 전문가 집단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국제회계기준(IFRS)상 회계기준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재감리까지 가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애초 답은 정해져 있었다”며 “기업의 회계처리에 대한 판단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렸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도 “기업 입장에서는 IFRS(국제회계기준) 원칙에 따라 필요하고 맞는 방향으로 합법적인 회계처리를 변경할 수 있는데 이를 금융당국이 범죄로 모의한 것처럼 몰아가고 형국이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론 안팎에서는 삼바의 상장폐지는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그동안 분식회계 건으로 상장폐지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역대 최대의 5조원 가량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조선해양도 주식거래만 1년 정도 정지됐었다.
다만 삼바도 심사연장으로 매매거래 정지 기간이 길어지면 향후 수주 및 사업 동력에 차질이 불가피해 거래가 재계되더라도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둘러 거래정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이번 사례가 한국기업의 가치 하락과 해외 투자자 기피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해외기업연합체 관계자는 “시가총액 20조원이 넘는 삼바는 해외 투자자들도 많이 참여해 상장폐지될 거라고 보진 않지만 매매거래정지로 기업가치가 떨어질까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행정리스크가 한국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곽성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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