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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4대강 사업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감사원의 감사를 재검증하겠다고 나섰다.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4대강 사업으로 지어진 16개 보 중 11개가 설계 부실로 인해 내구성이 부족하고, 수질관리 역시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이 반박 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23일에는 국무총리실이 감사원 감사에 대한 검증을 하겠다고 나섰다.
감사원의 감사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법을 무시한 처사이며 위헌적 발상이라는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우선 총리실의 감사원 감사결과 검증은 법적인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감사원법은 감사결과에 따른 처분이나 권고, 통보가 부당하다고 볼 경우 재심의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 동의하지 못할 경우 구제 방안을 법률이 정하고 있는 것이다. 양건 감사원장이 23일 “감사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재심을 청구하면 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로 감사원 감사에 대한 정부의 공세는 감사원의 기능을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위헌적 발상이라는 위험까지 엿보인다.
감사원은 헌법에 설치 근거가 있는 헌법기관이다. 대한민국 헌법 97조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에 따라 행정기관의 직무에 대한 감찰을 시행한 감사원에 대해 불복의 의사를 밝히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 내용을 재검증하겠다고 나선 것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기능 자체를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
헌법을 지키고 그에 따라 나라살림을 꾸려나가야 할 정부가 정부에 대한 감시를 담당하는 감사원에 대해 정면대결에 나서는 모습은 이 나라가 헌법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가 맞는지 의심이 들 지경이다.
지금이라도 총리실은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감사원 감사의 재검증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 한번 무시되기 시작한 헌법이 제자리를 찾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한국은 숱한 헌법의 위기에서 경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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