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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에서 뱅뱅사거리로 가는 첫 번째 교차로인 우성아파트 사거리에 있는 한일시멘트 사옥의 이름은 한일시멘트 빌딩이 아니라 누가 봐도 생소한 ‘우덕빌딩’이다. 한일시멘트의 첫 번째 공장이 세워진 충북 단양 우덕리에서 따온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 4층, 지상 18층의 이 건물은 1985년 지어졌다. 대지면적이 900여평에 달해 땅값만 2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일시멘트를 세운 고 허채경 회장은 개성 인근에서 태어나 6·25때 월남한 인물이다. 한일시멘트를 자수성가의 상징 기업이자 거상(巨商)들의 본거지인 송상의 후예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창업주의 출신 배경 때문이다. 허 회장은 지난 1961년 국가의 차관을 받아 시멘트 사업에 뛰어든다. 허 회장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승마를 함께 즐길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고 알려져 있다. 시멘트 사업으로 시작한 허 회장은 70년대 들어 한일산업과 한일건설 등 계열사를 늘려나갔고, 80년대에는 서울랜드의 개발을 맡아 전담회사인 한덕개발을 설립하기도 했다. 또 1969년에는 경영난에 처한 백신제조회사에 대주주로 지분참여를 하기도 했는데, 이후 이 회사에 합류한 둘째아들 고 허영섭 회장의 제안으로 사명이 녹십자로 바뀌고 대성공을 거둔다. 역시 국가사업인 간염백신이 발판이 됐다. 이처럼 시멘트와 백신 등 국가적 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업을 키워낸 허채경 회장은 회사를 철저히 가족들에게 분리해서 나눠줬다. 우덕빌딩이 일명 ‘가문의 사옥’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첫째에게는 한일시멘트를, 일찍부터 녹십자에 합류한 둘째에게는 녹십자를, 셋째에게는 한일건설을, 넷째에게는 한덕개발을 물려줬다. 다섯째 허일섭 현 녹십자 회장의 경우는 한일시멘트에서 몸을 담고 있다가 상무이사를 끝으로 지난 1991년 녹십자로 갈아타 전무이사·부사장·사장 등을 거쳐 현재의 직위에 올랐다. 송상의 혈족을 자랑이라도 하듯 한일시멘트의 지분을 전 가족이 고루 나눠 갖고 있는 가족적 기업 한일시멘트의 사옥과 히스토리를 스카이데일리가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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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역과 뱅뱅사거리 사이 강남대로 우성아파트 사거리에 있는 우덕빌딩 위치도(위)와 우덕빌딩의 전경. 이 빌딩은 송상의 피가 흐르고 있는 허씨 일가의 한일시멘트 건물이다. 한일시멘트는 허씨 가족들이 골고루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그림·도표=최은숙>
강남대로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오피스 빌딩들의 높이는 강남역 사거리를 지나 우성아파트 사거리 방면으로 나가면서 다소 낮아진다. 특히 강남역 4번출구 방면인 역삼동 쪽에서 빌딩 높이가 낮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성아파트 사거리를 지나면 다시 20층 높이의 대형 빌딩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이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우덕빌딩’이다.
우덕빌딩 위에는 ‘한일시멘트’라는 큰 글씨가 쓰여 있다. 이 건물이 바로 한일시멘트의 본사 사옥이다.
85년 준공한 18층 건물, 현재가치 2200억원 추산
우덕빌딩은 강남구 역삼동 832-2와 15 등 두 필지 위에 서 있는 지하 4층, 지상 18층 건물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대지 면적은 2954.5㎡(893.7평), 건물의 연면적은 24425.8㎡(7388.8평)에 달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우성아파트 사거리 일대의 3.3㎡당(평당) 토지 시세는 2억5000만원 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건물이 서 있는 땅값은 2200억원대로 추산할 수 있다.
한일시멘트는 70년대에 이미 강남 요지인 이곳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1970년 역삼동 832-2의 대지 2288.1㎡(692.2평)을 매입했다.
▲ 우덕빌딩의 이름은 한일시멘트의 첫 공장이 지어진 충북 단양 우덕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
건물을 실제로 지은 것은 땅을 추가로 매입한 80년대의 일이다. 1983년에 역삼동 832-15의 대지 666.4㎡(201.6평)를 매입한 후 두 필지 위에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1985년 10월 건물이 준공되자 한일시멘트는 본사를 이 건물로 이전한다. 한일건설과 한일산업 등 계열사들도 이때 함께 본사를 옮긴다.
현재 한일시멘트는 우덕빌딩 15층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한일건설은 우덕빌딩 9층 등을 사용 중이다.
다른 층은 여러 기업들이 임대해 사용 중이다. 6층은 노무법인 유앤이 입주해 있으며 8층은 참 회계법인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1층에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지점이 입주해 있다.
한일시멘트의 사옥 건물이지만 건물 이름이 우덕빌딩으로 붙은 사연이 흥미롭다. 한일시멘트가 처음 시멘트를 생산한 공장이 충청북도 단양군 우덕리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일시멘트의 창업주인 고 허채경 회장은 개성 인근에서 태어나 6·25 때 월남한 인물이다. 한일시멘트를 송상의 후예라 부르는 이유는 바로 허 회장의 출신지역 때문이다.
고 허 회장은 1961년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차관을 받아 한일시멘트를 설립하고 시멘트사업에 뛰어들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승마를 즐길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시멘트에서 제약(녹십자)까지, 국가사업 발판 대성공
한일시멘트는 1961년 12월 설립됐다. 64년에는 충북 단양에 시멘트 공장을 지었는데, 공장 준공식에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참석해 치사를 하기도 했다.
1969년에는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를 단행해 상장사가 됐다. 역삼동의 사옥 부지를 매입한 것은 상장 다음해인 1970년이었다.
▲ 한일시멘트의 이름과 로고가 눈에 띄는 우덕빌딩 1층 앞 거리 모습. 한일시멘트 간판을 보고 나서야 이곳이 허씨 일가의 빌딩임을 알게 된다. ⓒ스카이데일리
공장을 늘리고 시멘트를 수출하며 성장한 한일시멘트는 1974년 레미콘 전문업체인 한일산업을 설립하고, 1978년에는 한일건설을 설립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1986년에는 최초의 민자유치 사업인 서울랜드의 개발을 담당하기도 했다. 서울대공원 내에 있는 놀이공원인 서울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전담 계열사인 한덕개발을 설립했다. 서울랜드는 서울시에 기부채납했으며 한덕개발이 운영을 담당했다.
허채경 회장은 또 1967년 설립된 수도미생물약품판매가 69년 경영위기에 빠지자 대주주로 참여해 백신산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이 회사에 합류한 허 회장의 둘째아들 고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의 제안으로 1971년 회사 이름이 녹십자로 바뀌게 된다.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은 B형간염 백신과 유행성출혈열 백신 등을 개발하며 녹십자를 성장시켜 나간다.
▲ 지난해 11월 공시된 한일시멘트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9월 30일 현재 허씨 가족 창업주 일가가 소유한 한일시멘트 지분은 모두 35.38%에 달한다. 이외에 배우자를 비롯한 우호지분의 총합은 46.15%다. <자료: 한일시멘트 분기보고서> ⓒ스카이데일리
1995년 창업주인 허채경 회장이 작고한 뒤 한일시멘트는 자식들이 지분을 고루 나눠가져 지배하고 있다.
허 회장의 첫째 아들인 허정섭 회장은 한일시멘트의 지분 7.95%를 갖고 있으며, 장손인 허기호 한일시멘트 부회장은 5.87%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일건설을 물려받은 셋째 아들 허동섭 회장도 한일시멘트의 지분 5.96%를 갖고 있다. 한덕개발을 물려받은 넷째 아들 허남섭 회장 역시 5.9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 녹십자를 이끌고 있는 다섯째 아들 허일섭 녹십자 회장 일가와 고 허영섭 회장의 후손들도 소량의 한일시멘트 주식을 갖고 있다.
▲ 우덕빌딩이 서 있는 우성아파트 사거리 전경. 강남대로의 금싸라기 땅이면서 강남의 요지다. 바로 인근에 삼성그룹 서초타운이 자리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철저히 국가적인 사업으로 회사를 성장시켜 나간 허채경 회장은 한일시멘트를 자식에게 물려줄 때는 철저히 가족공동체적인 구조를 만들어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일건설이 경영난에 빠져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녹십자가 2011년 연구소 건립을 한일건설에 맡기는 등 가족그룹 간 지원도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한일건설에 대해 대주주인 한일시멘트가 자금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한일건설 허동섭 회장이 한일시멘트의 주주이자 주요 경영진과 가족관계라는 점에서 한 쪽의 일방적인 결정이기 힘들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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