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더 이상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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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낙하산 인사는 교체, 그렇지 않으면 임기 보장해야

손채윤 기자페이지 + 입력 2013-01-31 00:20:03

‘좌불안석’ 요즘 공공기관장들을 두고 한 말 같다. 새 정부 인선작업이 한창인 지금,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등 임기가 남아 있는 공공기관장들은 차기 정부 눈치 보기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스카이데일리가 정부 및 공공기관장들에게 경제 현안 문제와 관련해 인터뷰를 요청하면 한결같이 돌아오는 얘기는 ‘요즘 정권교체기라 인터뷰 하기가 조심스럽다’ ‘잘 알고 계시지 않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도높게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고 나선 데다 정권 교체기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퇴임이 암묵적으로 되풀이 돼 온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 그리고 업무의 효율성과 연속성 등을 고려해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의 기관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기가 보장돼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와 26조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장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주무기관 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28조에는 이렇게 임명된 기관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이사와 감사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시 이처럼 법으로 임기가 보장돼 있는 공공기관장의 거취 문제로 한창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임기제 취지를 존중해 무리하게 인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새 정부의 철학과 시책에 맞는 기관장으로 교체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 당선인은 30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정무분과위 국정과제토론회에서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공무원이 소신껏 일하지 못하게 하거나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나쁜 관행인 줄 알면서도 답습할 수 밖에 없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법으로 임기가 보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 주인이 바뀌는 악습은 계속돼 오고 있다. 또 새 대통령 당선자들 역시 폐해를 우려,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관료출신이나 대통령 측근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공공기관에서 한 자리씩을 차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관료나 공신들의 ‘노후 복지기관’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고 그런 공기업 경영이 나아질 리 만무하다. 스카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낙하산 인사 임원이 많은 공기업이 부채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의 이익에 맞게 공기업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관장을 비롯해 임원 인사에서부터 낙하산의 고리가 끊어져야 하고 전문성과 책임감있는 인사가 중용돼야 함은 당연하다.

새 정부의 해법은 간단하다. 현 정부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는 과감히 교체하되 그렇지 않은 인사는 법에 따라 임기를 보장하면 된다. 단, 교체 인물은 박 당선인의 측근이나 주변 인물이어서는 안된다. 당선인의 측근 등으로 다시 공기업 등의 기관장 자리가 채워진다면 낙하산 인사 논란은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새 정부를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다.

박 당선인이 늘 강조해 온 것처럼 원칙에 맞는 인사정책을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기대한다. 이제는 그 원칙을 지키는 실천을 보여줄 때다.

손채윤 scy73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