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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피플]- 크리스티안 부르고스

“한국·멕시코 연결하는 외교관 되는 게 꿈이죠”

한국문화 매력 느껴 한·멕 통역사 지원…양국 문화 이어주는 가교역할 포부

나광국기자(kk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2-14 12: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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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부르고스(사진)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방송인이다. 그는 JTBC ‘비정상회담’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에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한국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한국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크리스티안 부르고스(27·남)는 국내에서 멕시코를 대표하는 방송인이다. 그가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보여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은 어느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이처럼 한국사랑 덕분에 대중에게 호감을 얻고 있는 크리스티안 부르고스(이하·크리스티안)는 한 가지 소망이 있다. 바로 한국과 멕시코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것이다.
 
한국에 사는 멕시코인으로 두 나라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는 그와의 만남은 식민지배라는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사실 한국과 멕시코는 두 나라 모두 일본과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당했다는 공통적인 아픔을 지니고 있어요. 정이 많고 흥도 많은 것도 비슷하죠. 하지만 잘못된 편견이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편견을 없애기 위해선 우선 차별을 없애야죠. 바로 인종차별이요. 인종차별이라는 벽을 넘어 같은 사람으로 상대를 바라보면 상대방을 이해하기 쉬워요” 
 
크리스티안은 편견을 해결하기 위해선 인종차별 근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해 15세 이상 국내 거주 외국인 1만5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21.2%가 차별대우를 받은 적이 있으며 귀화 허가자 5000명 중에서 23.1%가 차별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출신국가를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대답이 외국인과 귀화허가자 모두 60%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국어 능력과 외모, 직업 등의 순이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크리스티안은 차별을 없애기 위해 작은 노력을 실천 중이다. 크리스티안은 주변의 외국인 친구들을 모아 ‘한글팀’ 이라는 아티스트팀을 만들었다. ‘한글팀’은 한국음악을 알리는 글로벌 아티스트로 우리나라 노래를 1절은 한국어로, 2절은 각자 자기 나라 언어로 부르며 언어와 인종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려는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인종차별보다 소통이 안 될까 싶어 걱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만 봐도 제가 한국어로 말을 하면 한국 사람들은 마음을 열어요. 저는 여기서 목표가 생겼어요. 한국과 멕시코 언어·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제가 외교관이 돼 양국을 이어준다면 지금보다 한국과 멕시코는 더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으니까요”
 
“전 어린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았어요. 그 호기심으로 대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노력했죠. 그러다 2011년 한국을 처음 접하게 됐어요. ‘세바퀴’라는 MBC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정말 신성한 충격이었죠. 그래서 알고 싶었어요. 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또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죠. 그것이 제가 한국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죠”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처음 접하게 된 이후, 한국과 사랑에 빠졌죠. 이전에도 다른 나라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었지만 그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한국 프로그램에서 느꼈어요. 사람들이 웃고, 즐기는 모습이 멕시코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이후 사람들이 어떤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죠”
 
멕시코 ‘광산’에서 키운 한국어 실력…한국 도착 후 예상 밖 ‘눈물의 햄버거’
 
“저도 처음엔 한국을 사랑하는 다른 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멕시코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즐기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한국어를 배울수록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었죠. 한국어로는 스페인어가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선 한국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광산에 ‘통역사’로 지원했죠. 돈과 한국어 실력 모두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크리스티안 부르고스는 한국인 기업이 멕시코에서 운영하는 광산에서 1년간 통역사 업무를 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한국어 실력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광산에서 돈을 벌어 꿈에 그리던 한국에 도착한 그는 지금 멕시코를 대표하는 방송인이 됐다. ⓒ스카이데일리
 
“제가 갔던 광산은 멕시코에서 가장 큰 광산이었어요. 한국회사가 멕시코·캐나다 회사와 합작한 곳이었죠. 광산에선 통역사가 없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그래서 통역사를 모집했어요. 처음에는 정말 자신 있었지만 첫 회의에서 모든 게 달라졌죠. 인사를 하고 회의가 시작하는데 모르는 용어가 너무나 많았어요”
 
첫 회의에서 통역의 어려움을 겪은 크리스티안은 현지 한국인 부장에게 용어의 뜻을 전혀 모르겠다고 사실대로 고백했다. 이에 한국인 부장은 크리스티안에게 두꺼운 매뉴얼 책을 건네주며 용어를 숙지하라고주문했다. 크리스티안은 휴대전화에 있는 한국어 사전을 이용해 4개월 만에 용어를 모두 외웠고, 이후 광산에서 한국 직원과 멕시코 직원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했다. 이것이 그가 한국과 멕시코 사이의 연결고리가 된 첫 순간이었다.
 
1년 동안 광산에서 통역사 일을 한 후 크리스티안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좀 더 한국을 알고 싶었고 문화를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함께 동거동락을 같이 했던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낯선 한국으로 떠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어릴적 장점인 호기심이 더 컸다. 지금 되돌아보면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 호기심이 없었다면 지금 크리스티안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부모님은 걱정이 많으셨어요. 당시 외국에는 대한민국에 대한 뉴스보다 북한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왔거든요. 물론 주변에선 왜 한국인지, 왜 하필 한국어를 공부하는지,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등등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확신했죠. 지금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으로 가득한 상황에서 한국에 가지 않으면 미래에 분명 후회하게 될 것 같다고요”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한국에 도착한 날 태어나 처음으로 눈을 봤어요. 신기하고 행복했죠.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6개월간 한국에 머물며 여행도 하고 3D 애니메이션도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는데, 정말 많은 돈이 들더군요. 제 전공이 영상편집이거든요. 예상보다 많은 돈이 들다보니 광산에서 벌었던 돈을 3개월 만에 모두 쓰고 말았어요. 정말 앞이 깜깜했죠”
 
크리스티안은 6개월 간의 체류비용을 모두 사용한 탓에 하루하루가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뜰 날이 있다고 한국인 친구의 주선으로 스페인어 과외를 하며 간신히 고시원의 월세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달간 힘든 시간을 보내던 끝에 희망이 찾아왔다. 국내 스페인어 학원에서 스페인어 선생님으로 일할 수 있느냐는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그 시절엔 정말 힘들었어요. 예상했던 것과 달리 지출이 늘어나면서 편의점에서 파는 햄버거 빵 하나로 하루를 지내기도 했죠. 가끔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할 때면 고향 생각, 어머니의 음식이 생각나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한국이 편하고 좋았어요. 그래서 6개월이란 여행기간을 모두 채우고 싶었어요”
 
“멕시코를 대표하는 방송인에서 양국을 이어주는 외교관이 되는 게 꿈”
 
“처음엔 6개월만 체류하다 멕시코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후에는 이미 한국 사랑에 빠진 후였죠. 그래서 한국에 더 머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어요. 그러다 스페인어 학원에서 스페인어 강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정말 뛸뜻이 기뻤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오래할 수 없었죠”
 
크리스티안이 스페인어 강사를 오래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방송 때문이었다. 당시 외국인 토론 프로그램인 JTBC의 ‘비정상회담’은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이에 그의 친구는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며 그를 방송에 추천했다.
 
“저는 토론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비정상회담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저를 추천한 후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어요. 정말 놀랐죠. 방송에 출연하기 전 작가님이 멕시코 지역 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셨어요. 그래서 전 광산에서 일하는 동안 머물렀던 지역을 방송에 추천했죠. 그런데 방송 이후 대사관에서 전화가 왔어요. 처음에는 제가 무엇인가를 잘못했는 줄 알았어요”
 
▲크리스티안 부르고스의 바람은 ‘편견 없는 사회’다. 사람들 사이에 편견이 없어야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방송활동을 통해 이러한 편견을 조금씩 줄여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진=에프엠지]
 
멕시코대사관에서 그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멕시코관광청이 홍보하고자 하는 여행지를 크리스티안이 소개하면서 한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고 대사관을 찾은 크리스티안은 멕시코대사로부터 대사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사회를 맡아줄 것을 제안 받았다.
 
“저는 흔쾌히 승낙했어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스페인어를 강의하던 학원에서 수업이 있으니 행사 참여를 하지말라고 했기 때문이죠. 저는 어느 것을 선택할지 고민해야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해야 하지만 당시엔 학원을 그만두기로 했죠. 새로운 도전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대사관에서 주최한 행사를 마친 후 그는 비자가 취소됐으며 안정적인 직업도 잃게 됐다. 다시 고난의 시간이 닥친 것이다. 다행히 그는 전공인 영상편집을 통해 몇 달간 약간의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때 ‘비정상회담’ 출연 당시 만났던 기획사 대표가 건넨 명함이 떠올랐다. 이 인연으로 그는 지금까지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다. 이후 그는 ‘비정상회담 시즌 2’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멕시코를 떠날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송 일이지만 그에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바로 한국과 멕시코에 서로의 문화를 전달하는 일이다. 그가 이러한 목표를 세운 이유는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 생기는 갈등, 편견 그리고 차별이 모두 서로에 대해 잘못 알고, 이해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저를 만나면 멕시코가 얼마나 위험한 나라인지 묻거나, 멕시코의 치안에 대해 물어보곤 해요. 사실 예전엔 예전에 당연한 질문이었지만 지금 멕시코는 많이 변했어요. 멕시코 사람들도 한국에 오면 모두 아이돌 가수, 드라마 배우를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한국에 오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이건 양국의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두 나라의 문화를 이어줄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어요”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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